한 번 배출된 탄소, 몇 번 세야 하나

탄소 1톤이 배출됐다고 하자. 지금은 생산자와 구매자가 각자 장부에 ‘1톤 배출’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지만, 중복 기재다. 이런 중복을 없애잔 탄소회계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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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배출된 탄소, 몇 번 세야 하나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위치한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소유의 스텔코 제철소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이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현재 생산기업뿐 아니라 철강을 구매한 기업의 배출량에도 포함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업 활동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고 기록하는 ‘탄소회계’의 국제 기준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기준에서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생산기업뿐 아니라 이를 구매한 기업도 각자의 배출량에 포함할 수 있다. 이에 맞서 배출량을 한 번만 기록하고, 제품이 거래될 때 해당 기록도 함께 이전하는 새로운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탄소배출의 책임을 생산자와 구매자, 사용자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아스펜 연구소는 지난 9일(현지 시간)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2월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학계와 비정부기구(NGO), 산업계 관계자들이 나흘간 탄소배출량 산정 기준을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TIME은 개별 참석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비공개 회담을 취재했다. 참석자들은 핵심 쟁점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WHY WE WROTE THIS

한국은 세계 6위 철강 생산국이다.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자동차·조선·건설 기업도 탄소배출량 산정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 탄소회계 기준을 둘러싼 의견 충돌은 한국 제조업의 감축 전략과 공급망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탄소배출 한 번, 기록은 여러 번

지난 20여 년간 사실상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1·2·3으로 구분한다. 스코프1은 기업이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다. 제철소에서 철강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스코프2는 외부에서 구매한 전기나 열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 배출량이다. 스코프3은 원료 조달과 운송, 판매한 제품의 사용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이다.

이 기준에서는 철강회사의 스코프1에 해당하는 배출량이 이를 구매한 건설사나 건물 소유주의 스코프3에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 배출은 한 번 발생했지만 여러 기업이 각자의 배출량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현행 기준을 옹호하는 측은 스코프2·3의 배출량 보고가 기업의 자발적인 감축 노력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뿐 아니라 공급망에서 발생한 배출량까지 관리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코프2에서는 기업이 구매한 청정전력을 배출량 산정에 반영할 수 있다. 청정전력 구매가 배출량 계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에 나서는 데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현행 기준이 이미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이처럼 널리 정착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청정전력 구매 실적을 인정하는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현행 기준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간 전력 사용량에 맞춰 구매한 재생에너지를 스코프2 배출량 계산에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낮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의 구매 실적을 밤에 사용한 전력에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논쟁거리다.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과 청정전력 생산량을 대조하면 실제 사용 시점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기업의 데이터 관리 부담도 커진다. 실제 측정값 대신 추정치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배출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다. 현행 기준을 비판하는 측은 동일한 배출량이 여러 기업의 장부에 기록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배출량을 중복 산정하기보다 각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전자원장(e-ledger)’ 방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 번만 장부에 기록하고, 제품이 거래될 때 관련 배출량 기록도 구매자의 장부로 이전한다. 철강이 생산자에서 건설사로 넘어가면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량 기록도 함께 넘기는 식이다.

이 방식은 기업이 자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구매기업도 제품별 배출량 정보를 확보해 구매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원료 공급자부터 최종 구매자까지 가치사슬의 모든 참여자가 동참해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다. 아스펜 회담의 일부 참석자들도 이러한 도입상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책임 규명이 탄소배출 감소로 이어질까

전자원장 방식은 2021년부터 발표된 일련의 학술 논문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전자원장 방식을 지지하는 기업 연합체 출범을 지원했다.

탄소회계 방식을 바꾸자는 요구는 기업들의 기후 대응이 위축되는 시점과 맞물려 나타났다. 기후 대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면서 일부 기업은 기존 GHG 프로토콜에 따른 배출량 산정과 보고에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GHG 프로토콜 측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고 제도 개혁을 추진하며 대응하고 있다.

전자원장 방식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최종 사용자에게 귀속한다는 점이다.

현행 GHG 프로토콜에서는 석유회사가 판매한 휘발유를 소비자가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해당 석유회사의 스코프3에 포함한다. 석유회사의 전체 탄소배출량이 막대하게 산정되는 주된 이유다. 반면 전자원장 방식에서는 배출량 기록이 제품과 함께 이전되고, 휘발유를 태울 때 발생하는 배출량은 실제로 연료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개별 소비자가 에너지 공급체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자신의 휘발유 사용량은 줄일 수 있지만, 어떤 연료가 시장에 공급되는지까지 결정하기는 어렵다.

아스펜 회담에서는 탄소배출의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두 방식을 병행하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제품별 탄소발자국은 전자원장으로 추적하고, 기업 전체의 배출량은 GHG 프로토콜로 산정하자는 것이다.

어떤 기준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유럽연합(EU)의 기후 공시 규칙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어떤 배출량에 책임을 지고, 어디에 감축 노력을 집중할지도 달라질 수 있다.

글 Justin Worland, Senior Correspondent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Carbon Accounting May Be the Most Important Climate Fight You've Never Heard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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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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