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받은 레오 14세, 권한대행 규정 없는 바티칸

수백 년의 전통과 정교한 행정 체계를 갖춘 가톨릭교회도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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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 받은 레오 14세, 권한대행 규정 없는 바티칸
사진=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13일(현지 시간) 오른쪽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교황청은 검사 결과 폐선암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폐선암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폐암 유형이다. 교황은 약 일주일간 입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청은 14일(현지 시간) 교황이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서 첫날 밤을 평온하게 보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교황이 정상적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호흡 물리치료를 받았고, 병실 안에서 걷기 시작했다. 식사도 정상적으로 재개했다. 의료진은 절제한 암 조직을 추가 검사한 뒤 향후 치료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71세인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1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기도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밝혔다. 교황은 폐에서 수술이 필요한 “국소적인 결절”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적으로 함께해 준 신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그들의 기도에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진단 소식이 전해진 뒤 세계 각국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가톨릭 신자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출신 첫 교황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완전하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교황을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 오는 20일까지 모든 알현 일정을 취소했다. 교황이 입원하면서 누가 교회를 운영하는지, 교황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전 세계 14억 신자를 이끄는 교황

지난 3월 교황청 국무원 산하 통계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수는 14억2200만 명을 넘었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자 전 세계 신자를 이끄는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다. 가톨릭 교회법 제331조는 교황을 “주교단의 으뜸이고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이 세상 보편 교회의 목자”라고 규정한다. 교황은 교회에서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갖는다.

옥스퍼드대에서 가톨릭교회 역사를 연구하는 마일스 패턴든은 교황이 주교·추기경 임명과 성인 시성, 입법과 교리 등 교회 운영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역할은 교회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과 이민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해외 순방에도 나선다.

지난 6월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후 첫 본격적인 유럽 순방으로 스페인을 찾았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기 위한 방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서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유럽에 도착하는 주요 경로인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9월 프랑스도 나흘간 방문했고, 오는 11월 6일부터는 12일간 중남미를 순방할 예정이다. 교황이 시민권을 보유한 페루도 방문한다. 교황청은 14일 기준 순방 일정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교황이 의식을 잃어도 권한대행 규정 없어

바티칸에는 교황이 사망하거나 사임했을 때 새 교황을 선출하는 상세한 절차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교황이 질병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었을 때 적용할 명확한 권한대행 절차는 없다.

가톨릭 교회법 제335조는 “교황좌의 공석이나 완전한 유고 때에는 보편 교회의 통치에 아무것도 혁신되지 못하며, 이러한 상황을 위하여 제정된 특별법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교황좌가 공석이 되는 것은 교황이 사망하거나 사임했을 때뿐이다. 교회법 제332조에 따르면 교황의 사임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한다.

패턴든은 “교황이 최고 책임자이지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제도는 없다. 교황을 대신할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교회 통치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2013년 2월, 당시 85세였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추기경들을 소집해 사임을 발표했다. 이유는 고령이었다. 교황이 자발적으로 물러난 것은 약 600년 만에 처음이었다.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에 자신도 사임서를 미리 작성해뒀다고 밝혔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건강상의 이유로 직무 수행에 장애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작성한 것이었다. 다만 사임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임서는 끝내 사용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4월 88세로 선종할 때까지 교황직을 유지했다. 생애 마지막 몇 주 동안에는 여러 건강 문제로 장기간 입원하기도 했다.

패턴든은 “교회에는 미국 헌법과 같은 절차나 제도가 없다. 수정헌법 제25조에 해당하는 것도 없고, 부통령과 같은 ‘부교황’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대리인의 부재가 “교회 통치 체계의 약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전하는 절차를 규정한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는 이에 해당하는 제도가 없다. 교황 개인의 권한이나 교리적 권한이 필요한 사안은 교황이 직접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레오 14세 교황은 의식이 온전하고 연락도 가능한 상태다. 입원 중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면 교회 관계자들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에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을 대신해 미사를 집전하고, 교황이 준비한 강론을 낭독했다.

반면 가톨릭교회 내 다른 직책에는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한 규정이 있다. 교구장 주교가 교구를 통치할 수 없게 되면 보좌주교나 총대리, 또는 별도로 지정된 관계자가 일상적인 행정업무를 맡을 수 있다.

교황이 없어도 행정은 돌아간다

교황의 부재가 곧바로 교황청의 업무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로마 교황청은 가톨릭교회의 일상적인 행정을 담당하고 교황을 보좌하는 중앙 행정기구다. 교황이 사도궁에 머무르지 않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한다.

패턴든은 “로마 교황청에는 많은 부서가 있고, 조직 구조와 지침에 따라 계속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교육 관련 부서는 가톨릭 대학의 운영과 대학 간 연계 구축, 신학교와 학교 등에 관여한다. 위임받은 권한을 가진 관계자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고위직으로는 교황청 국무원장이 있다. 현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맡고 있다. 패턴든은 그를 “바티칸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타글레 추기경이 맡게 된 추기경단 단장도 주요 고위직이다. 추기경단 단장은 교황 교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단장 본인도 유력한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교황청 궁무처장은 교황이 사망하거나 사임해 교황좌가 공석이 되면 행정·재정 관리에 관여한다. 현재 케빈 패럴 추기경이 맡고 있다. 그러나 교황의 권한을 승계하거나 교황이 입원했을 때 직무대행을 맡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교황청은 레오 14세 교황이 직무를 수행하거나 권한을 위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밝힌 적은 없다.

패턴든은 “레오 14세 교황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최대한 투명하게 알리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교황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교황의 건강이 악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더 폭넓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Tiago Ventura, TIME 기자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Who Runs the Catholic Church When the Pope Is Hospitali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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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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