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멈춰세운 후티 반군, 사우디는 진퇴양난
봉쇄 해제와 합법 정부 인정을 요구하는 후티 반군은 민간 시설과 홍해 항로까지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 사우디는 공격을 막아내기도 버겁지만, 그렇다고 후티 반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항 멈춰세운 후티 반군, 사우디는 진퇴양난
봉쇄 해제와 합법 정부 인정을 요구하는 후티 반군은 민간 시설과 홍해 항로까지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 사우디는 공격을 막아내기도 버겁지만, 그렇다고 후티 반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유정 에디터

유럽연합과 걸프협력회의는 15일(현지 시간) 공동 정상회의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회의는 오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을 잇달아 공격하자 안전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다.
걸프협력회의는 “테러 조직인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현지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속 시도해 무고한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회의 일정을 다시 정하겠다고 밝혔다.
WHY WE WROTE THIS
후티 반군은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무장조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오랫동안 싸워왔다. 4년간의 휴전이 무너지자 사우디의 공항과 석유시설까지 공격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주요 해상 교통로인 홍해까지 위협하면서 예멘 내전이 세계 무역과 에너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14일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과 석유시설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군사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앞으로 며칠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깊숙한 지역을 겨냥한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격 대상 시설들을 “정당한 표적”이라고 칭하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공습에 대한 반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 반군이 수도 리야드를 향해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자들은 리야드에서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루 전인 13일 밤에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동부 도시 다란에 있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본사를 공격했다. 사우디 에너지부에 따르면 아람코 경영진 사무실에서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지만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사우디 당국은 다른 지역에서도 미사일과 드론 여러 대를 요격했으며, 수도 리야드에서는 떨어진 잔해에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민간 공항에서도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후티 반군이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공격해 13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쳤다. 사우디 민간항공청에 따르면 다음 날에도 같은 공항에 발사체가 떨어져 1명이 숨졌다. 앞서 아브하 국제공항에서도 2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사우디도 13일 예멘 수도 사나 외곽의 석유 저장시설을 공습했다. 지난 10일 킹칼리드 국제공항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잇단 공항 공격에 사우디 방어 고전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공격을 방어체계가 막지 못한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토가 워낙 넓다는 점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과 맞대는 국경선의 길이는 1287㎞가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분석가 알리 시하비는 온라인 게시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넓은 나라가 모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그저 비현실적이다. 어떤 방어체계도 완전한 보호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킹칼리드 국제공항은 공격을 받은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에티하드항공과 카타르항공, 필리핀항공 등도 리야드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항공편 취소와 영공 폐쇄 등으로 여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 직원들은 사우디 내 공항을 이용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후티 반군이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1년 전 우리가 그들을 무지막지하게 폭격하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중단했을 때 그들이 교훈을 얻은 줄 알았다”고 적었다.
이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미국이 후티 반군을 공습했던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해 세계 무역을 위협했다. 미국이 공습을 시작한 지 몇 주 후 오만이 중재에 나서면서 양측은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이 사우디의 후티 반군 공격에 동참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TIME의 관련 질문에 “미국 정부는 지역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및 예멘 공화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언제나 협력국들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예멘 서부 장악한 시아파 무장조직
후티는 1990년대 등장한 예멘의 정치·무장 조직이다. 예멘 인구의 약 35%가 믿는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자이디파’를 부흥시키려는 운동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2000년대부터 예멘 정부와 무력 충돌을 이어왔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후티 운동은 ‘믿는 청년들 포럼(Believing Youth Forum·BYF)’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조직 이름은 창설자인 후세인 알후티에서 따왔다. 알후티는 단체를 점차 무장조직으로 키웠으며, 2004년 예멘 정부군에 살해됐다. 현재는 그의 동생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가 이끌고 있다.
2014년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자 예멘 정부는 남부 도시 아덴으로 피신했고, 이를 계기로 내전이 시작됐다. 이후 후티 반군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과 싸워왔다. 국제사회는 후티 반군이 아닌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후티 반군은 사나를 포함한 예멘 서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장악 지역에서 주민들의 생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인권 침해 의혹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통치 방식이 권위주의 정권과 닮았다고 지적한다. 런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정치 분석가 마흐무드 셰흐라는 “후티는 자이디파의 ISIS와도 같은 아주 이념적이고 급진적인 사상에 지배되고 있다. 사회 통제 측면에서는 탈레반과도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 지원받는 후티, 독자적 목표도 있어
후티 반군은 오래전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아왔다. 채텀하우스의 예멘 출신 연구원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2009년부터 이란은 후티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과 훈련, 그리고 막대한 자금 지원을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미 1990년대부터 관계를 맺었다는 설명이다.
후티 반군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일원으로 꼽힌다. 이란과 연계된 중동의 무장조직과 정권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라크의 이슬람 저항세력이 대표적이다. 2024년 12월 붕괴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도 과거 여기에 속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응한다며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연이어 공격했다. 이로 인해 세계 무역에 차질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은 2024년 1월 후티 반군의 비무장 선박 공격에 대응해 예멘 전역의 반군 거점을 공습했다. 미국은 그해 말에도 추가 군사작전을 벌였다.
후티 반군은 올해 3월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대량 발사하며 이란 전쟁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해상 봉쇄를 선언했고, 여러 선박이 공격받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했던 것처럼 후티 반군도 또 다른 주요 해상 교통로를 마비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위협은 이란이 미국과 협상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을 이란의 지시만 받는 조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정경대(LSE)의 국제관계학 교수 파와즈 게르게스는 “후티 반군은 중동에서 이란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 세력 가운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세력 중 하나다. 지역적·세계적 차원에서 이란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는 하지만,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이해관계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후티 반군은 이란에 갈수록 중요한 동맹이 되고 있다. 알무슬리미는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헤즈볼라가 약화하면서 후티 반군은 이란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역내 동맹 세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의 운항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항 공격으로 사우디 압박, 봉쇄 해제 요구
후티 반군이 사우디 공항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6월에도 아브하 국제공항을 공격해 최소 26명이 다쳤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당시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유엔의 중재로 성립한 휴전은 4년 넘게 이어지다가 올해 7월 무너졌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이란에서 돌아오던 자신들의 대표단을 겨냥해 예멘 사나 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복이라며 사우디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런던정경대의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는 “후티는 이를 사우디와 예멘 내부의 세력 균형을 바꾸고 전격적인 공세를 시작할 절호의 기회로 봤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자신들이 장악한 예멘 지역의 항구와 공항을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봉쇄를 해제해 무역과 물자 반입을 허용하고, 자신들을 사나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티가 사우디의 공항과 경제시설을 공격하는 것도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사우디를 압박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채텀하우스의 마흐무드 셰흐라는 “후티는 사우디의 경제와 공항시설, 안보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격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도 부담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안전한 나라로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수도의 국제공항마저 운영을 중단하면서 이런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알무슬리미는 이번 사태가 왕세자에게 “큰 대가가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우디가 후티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르게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지도부가 후티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항복이자 굴욕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Olivia-Anne Cleary · Callum Sutherland, TIME 기자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Who Are the Houthis and Why Are They Attacking Saudi Arabia’s Air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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