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그 영향은 남았다

기후변화는 이제 국제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듯하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과 국가부채, AI 투자 경쟁 등 경제 의제를 들여다보면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리스크가 곳곳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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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그 영향은 남았다
16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 퀸 시리킷 국립 컨벤션 센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 연차총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부터 18일(현지 시간)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는 이란 전쟁과 인공지능(AI), 각국의 부채 증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세계 경제에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이란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각국의 공공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IMF는 이런 추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경기 급락을 막는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

언뜻 보면 기후변화는 이제 주요 의제에서 밀려난 듯하다. 한때 IMF와 세계은행이 이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경제 현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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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도 국제 연료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정부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탄소 감축을 넘어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기상이변은 개발도상국의 부채 부담을 키웠다. 반면 올해 이란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청정에너지가 대규모로 보급된 지역에서는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는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이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보고서는 높은 차입 비용과 에너지 가격 급등, 올해 엘니뇨로 인한 극한기상 현상을 ‘삼중 충격’이라고 규정했다. 올해 엘니뇨는 기록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후정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기후 대응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대책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유류세를 낮춰 연료 가격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당장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지만,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95개국이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UNDP는 올해 전 세계의 화석연료 보조금이 공식적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재정을 투입해도 연료 가격 상승에 대한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일부 국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화석연료를 쓰던 분야를 전기로 전환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전기버스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태양광 패널 수입 관세를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에너지 체계를 바꿀 재정적 여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부채가 많고 금리도 높아 새로운 기반시설에 투자하기 어렵다. 엘니뇨를 비롯한 기후 충격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화석연료 가격이 급변하더라도 영향을 덜 받도록 에너지 체계를 바꿔야 하지만, 정작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도 기후변화를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보고서의 논리를 따라가면 UNDP가 제기한 문제는 AI 산업 경쟁으로까지 이어진다.

부채가 많은 국가는 AI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투자하기 어렵다. 그만큼 앞으로 새롭게 형성될 경제 환경에서 경쟁하기도 힘들어진다. IMF 보고서는 각국이 AI를 도입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비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를 나란히 제시했다. 앞으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능력과 AI를 도입할 역량이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활용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격 변동이 심한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할수록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흥국이 비화석연료 에너지를 확대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저렴한 청정기술 장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글 Justin Worland, TIME 선임 특파원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The Climate Story Hiding in Plain Sight in the Global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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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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