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큰 손 일론 머스크의 ‘역대급 베팅’
정부 지출 확대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충돌했던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 내부에서 자신의 정책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쏟아붓는 게 그의 방식이다.
공화당의 큰 손 일론 머스크의 ‘역대급 베팅’
정부 지출 확대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충돌했던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 내부에서 자신의 정책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쏟아붓는 게 그의 방식이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 분야 취재 보도를 담당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2억 5000만 달러(약 3356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던 일론 머스크는 작년 5월만 해도 향후 정치 자금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공화당 관련 기부금 내역은 딴판이다. 머스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정계 최대 정치자금 기부자로 등극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는 2026년 선거 주기(2025년 1월 시작)에 이미 3억 6600만 달러를 썼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가운데 2억 7600만 달러 이상이 지난 7월 이후 공화당 진영과 슈퍼팩(Super PAC·정치활동위원회)으로 흘러 들어갔다. 머스크 측은 슈퍼팩의 3분기 지출 공개 시한을 앞두고 주요 언론에 관련 내역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1억 5800만 달러는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를 방어하는 슈퍼팩인 '상원 리더십 펀드'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기부로는 미국 정치 사상 손에 꼽히는 거액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측근인 공화당 의원들의 재선을 돕는 '하원 리더십 펀드'에도 2000만 달러가 입금됐다.
WHY WE WROTE THIS
정치가 거대 기업인의 자금력과 맞물리면 의회 권력의 향방과 정책 기류에 변수가 작용하게 된다. 한국의 정치자금법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 2004년 대폭 개정됐다. 일각에선 기업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24년 대선 당시 설립된 머스크의 '아메리카 PAC'은 76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받았다. 공화당 표심 결집과 투표율 제고 목적이다. 아메리카 PAC은 현재 7개 경합주와 30여 개 하원 선거구에서 공화당 후보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다른 보수 성향 단체들도 머스크의 자금을 받았다. 텍사스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를 지원하는 '론스타 리버티 PAC'은 1000만 달러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팩스턴은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주지사협회(RGA)에는 1000만 달러, 공화당 법무장협회(RAGA)에 2000만 달러가 전달됐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익명 기부 단체'를 통해서도 추가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앤드루 로메오 아메리카팩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공화당 조직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공화당이 역사적 흐름을 거슬러 승리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머스크의 파상 공세는 미 우파 진영과의 결속을 다지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제3당 창당까지 언급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공화당과의 관계 개선에 확실한 도장을 찍은 셈이다. 공화당은 오 11월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이동하면서 공화당의 수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머스크의 셈법이 걸어온 길
머스크의 거침없는 거액 기부는 과거 신중했던 때와는 대조적이다. 그의 정치자금 지출 방향은 수년에 걸쳐 조금씩 변해온 것이다.
머스크는 2015년 배니티페어 행사에서 "정치에는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 이익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자금만 쓰겠다는 취지였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기록에 따르면 그는 그해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에 각각 5000달러를 기부하는 데 그쳤다.
2017년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머스크의 기부금의 무게추가 공화당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공화당 캠페인에 기부한 돈이 민주당의 7배에 달한 것이다. 머스크는 2018년 공화당 하원 정치활동위원회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시 트위터에 “어느 정당에도 주요 기부자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뒤 차단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했고, 몇 달 뒤 서비스명을 'X'로 바꿨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공화당과도 가까워졌다.
이후 머스크의 행보는 더욱 거침 없어졌다. 2024년 대선에서 아메리카 PAC을 설립해 선거 자금 지원에 나섰다. 당시 월 4500만 달러를 트럼프 캠프에 댄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머스크는 이를 부인했다. 대신 경합주 투표율을 올리겠다며 등록 유권자에게 매일 100만 달러 추첨 이벤트를 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법적 논란을 불러온 구상이었다.
머스크는 대선 당시 X에서 진행한 생중계 방송에서 "아메리카 PAC은 이번 선거 이후에도 계속 가동돼 중간선거와 지자체 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선 후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별고문으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정부 지출 감축에 나섰다.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공공서비스가 차질을 빚었고, 연방정부일자리 수십마 개가 사라졌다. 관련 소송이 잇따랐다.
이어진 트럼프와의 불화 끝에 2025년 5월 사임할 당시, 머스크는 "정치 지출은 할 만큼 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향후 명분이 생기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의회 권력 향방과 머스크의 운명
그가 다시 이유를 찾은 것은 2025년이었다.
중간선거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시작되자 머스크의 돈줄이 다시 열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 지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내 지구상 마지막 과업이 되더라도 프라이머리에서 낙선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을 재선 과정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매시 의원은 이후 예비선거에서 패했다.
머스크의 이번 대규모 자금 집행은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자신이 입을 타격을 감안하면 지극히 계산된 행보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미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의 연방정부 계약과 DOGE 활동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 왔다. 머스크의 기업들이 정부 계약으로 수백 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만큼,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되찾으면 관련 조사와 소환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기업들이 연방 정부에 의존한다는 주장은 일축했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X에 올린 글에서 "올해 스페이스X 매출의 90%는 민간 상업 영역에서 나오며, 4분기 정부 매출 비중은 5% 미만"이라며 "스페이스X는 미국 내 어떤 기업보다 상업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위협은 현실적이다. 뉴욕타임스 매기 해버먼 기자는 지난달 블룸버그 팟캐스트에서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잡는 즉시 DOGE 문제로 머스크를 소환 조사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방어로 번번이 무산됐던 머스크에 대한 민주당의 소환장 발부가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글 Chad de Guzman TIME 기자
한국어판 편집 유제니 기자 jenn@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How Elon Musk Learned to Love Political Spending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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