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찾은 카멀라 해리스 “韓, 지금처럼만 해 달라”
해리스는 다가오는 미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확신했다.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가 동맹 간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했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서울 찾은 카멀라 해리스 “韓, 지금처럼만 해 달라”
해리스는 다가오는 미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확신했다.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가 동맹 간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했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 분야 취재 보도를 담당합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당선돼 제49대 미국 부통령을 지낸 카멀라 해리스가 오는 11월 있을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2024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던 해리스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하락했으며 70년 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의 신뢰가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주요 요인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노골적 관세 협상 태도를 비롯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대북 메시지 등에 대한 무리한 접근법을 지적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 특별 강연자로 나선 해리스는 트럼프 정부의 거래 중심 외교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위기에 직면한 시대에 "미국이 글로벌 경제 협력 체계에서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겨냥한 '표적 관세' 주장
해리스는 이날 트럼프를 직접 겨냥해 "현직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징벌적 성격의 관세 정책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 기조가 동맹국 간의 경제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해리스는 관세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와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주장해왔다. 미국 내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고율 관세를 매긴다는 트럼프의 구상과 달리 해리스는 반도체나 전기차, 태양광 셀 등 미국 내 핵심 산업을 보호하는 특정 전략 분야를 타깃으로 삼아 부과하는 '표적 관세'를 고수해왔다.
해리스는 "나는 노골적 거래주의(raw transactionalism)와 현명한 거래주의(enlightened transactionalism)를 구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가 간 관계가 점점 더 노골적인 거래 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금전적 이익을 추구한 나머지, 우리가 살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장기적 투자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무모하거나 악의적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미국 안팎의 기업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하며 관세의 경우 필요한 곳에 초점은 맞춘 도구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탄탄한 국내 산업 전략에 투자해야 한다"며 "동맹국들과 협력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구축하고, 공급망 병목 현상과 부족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지금처럼만 해달라"
해리스는 트럼프식 거래주의적 동맹관에 거듭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확대 방향에 대한 질문에 해리스는 "압박에 의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조선·반도체·전기차 등 핵심 산업 투자는 높이 평가하나, 이러한 협력의 전제는 동맹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해리스는 "어제 한국의 조선 분야 대표자들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한국 조선업의 우수한 성과를 언급하며 "한국이 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중요하다"며 "지금처럼만 계속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 한국의 기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대단히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미 교류의 본질은 상호성에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신뢰는 동맹 관계는 물론 모든 의미 있는 관계에서 성립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충동성과 압박성 외교를 직접 비판하며 한미 간 훼손된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 정부에서 한미동맹이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대목이다.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변경한 데 대해 "실망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의 관계가 강화되는 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이 억제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군의 역량을 강화하고 협력하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을 포용하려는 움직임 역시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방향과 반대된다"며 이러한 트럼프의 태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 뿐 아니라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한편, 해리스는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확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이란 전쟁에 뛰어든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생각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금껏 맡았던 선출직 대부분에서 최초의 여성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벽을 부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
유제니 기자 jenn@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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