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을 챗봇으로, 구글 AI모드 월 사용자 10억 명
구글은 사람들이 이미 익숙한 검색창 안에 AI를 심었다. AI를 따로 찾아 쓰지 않던 사람들까지 자연스럽게 AI를 이용하도록 의도한 설계다.
검색창을 챗봇으로, 구글 AI모드 월 사용자 10억 명
구글은 사람들이 이미 익숙한 검색창 안에 AI를 심었다. AI를 따로 찾아 쓰지 않던 사람들까지 자연스럽게 AI를 이용하도록 의도한 설계다.

장유정 에디터

구글에 무언가를 검색하다 보면 어느새 AI 챗봇과 대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AI 개요 아래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검색창이 나타나고, 클릭 한 번이면 구글 AI 모드로 넘어간다. 애초에 AI를 찾아 쓸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챗봇을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올해 구글 검색 이용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AI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AI 모드의 월간 이용자는 10억 명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지난 5월 추산한 챗GPT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와 맞먹는 규모다.
구글은 초기 AI 경쟁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신생 기업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구글은 이미 사용자를 확보한 검색엔진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람들은 별도의 AI 서비스를 찾아가지 않아도 일상적인 검색 과정에서 AI를 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WHY WE WROTE THIS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도 AI 모드를 출시했다. 네이버 역시 검색에 생성형 AI를 결합하고 있다. AI 서비스를 따로 찾아 쓰지 않던 기존 검색 이용자까지 자연스럽게 AI 사용자로 바뀌면서, 검색 습관과 뉴스·쇼핑·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검색하다보면 AI 모드로 전환
구글은 2024년부터 검색 결과 상단에 AI가 정보를 요약한 ‘AI 개요’를 띄우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이뤄지는 구글 검색의 40% 이상에서 AI 개요가 노출된다. 실제로 AI 개요를 읽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난 6월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60%가 검색 결과 상단에 표시되는 AI 요약을 읽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AI 챗봇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49%였다.
뉴스레터 ‘그로스 메모’를 발행하는 전략 컨설턴트 케빈 인디그는 AI 개요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검색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AI가 내용을 요약해줘도 화면을 내려 원문 링크를 누르고 직접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데 AI 모드가 등장하자 검색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질문은 기존 검색어보다 세 배 길어졌고,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에세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학습자료를 만들고 여행을 계획하는 데도 활용됐다. 금융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AI가 내놓은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강했다. 한번 AI 모드에 들어온 이용자는 다른 웹사이트를 찾아가기보다 그 안에서 검색을 이어갔다.
인디그는 “사람들은 답을 얻은 뒤 그것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굳이 다른 곳까지 찾아보지 않는다”며 “클릭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해 구글 이용자 사이에서는 AI에 대한 회의감과 거부감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구글은 검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I 모드로 넘어가도록 화면을 바꾸고 있다. AI 모드로 연결되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검색창은 이제 ‘더보기’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구글 검색 홈페이지에도 AI 모드 버튼을 배치했다.
이런 변화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0년 전부터 추진해온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피차이는 2016년 구글을 ‘AI 우선 기업(AI-first company)’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피차이는 TIME에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 구글의 사명”이라며 “AI는 그 사명을 실현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AI 서비스를 따로 찾아 쓸 가능성이 낮았던 고령층까지 AI를 접하기 시작했다. 구글 검색 제품 담당 부사장 로비 스타인은 일부 고령 이용자에게 AI 모드가 “AI를 처음 경험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만들고자 한 것은 가장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운 경험입니다. 필요하면 답변을 더 살펴보고, 후속 질문을 하고,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AI 안에서 끝나는 검색
구글은 AI 모드가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검색 유입을 광고 수익으로 연결해온 웹사이트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검색엔진최적화(SEO)에 공들여온 방식도 흔들릴 수 있다.
온라인 쇼핑도 달라지고 있다. AI를 활용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배로 늘었다. 이용자가 AI를 거쳐 상품을 찾으면 판매업체가 고객 정보를 직접 확보하기도 어려워진다. 인디그는 업체가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타격이 큰 곳은 언론·출판업계다.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구글 AI 모드 안에서 얻으면 실제 정보 출처까지 들어갈 필요가 줄어든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시밀러웹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주요 뉴스 사이트 약 100곳의 웹 트래픽은 구글이 AI 개요를 도입한 2024년 7000만회 이상에서 올해 7월 4760만회로 줄었다. 다만 이 감소를 모두 AI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검색엔진최적화(SEO) 분석 플랫폼 아레프스도 AI 개요가 검색 결과 클릭률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로 분석했다. 아레프스는 AI 개요가 표시되는 검색어 15만 개와 그렇지 않은 정보성 검색어 15만 개를 나눠, AI 개요 도입 전인 2023년 12월과 2025년 12월의 검색 결과 1위 페이지 클릭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AI 개요가 표시되는 경우 검색 결과 1위 페이지의 클릭률은 AI 개요가 없었을 때 예상되는 수준보다 약 5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업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등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양사의 내부 문서와 증언이 공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문서에는 AI 콘텐츠 전략이 ‘악순환’을 일으켜 “AI 모델의 성능과 웹 전체를 동시에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오픈AI의 챗GPT 책임자 닉 털리는 AI 서비스가 언론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미디어와 창작자 생태계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스타인은 미디어와 창작자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구글이 AI 답변에 넣는 원문 링크 수를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웹과 이용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이어가는 것은 구글의 비전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용자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자신이 보는 내용을 직접 검증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느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챗GPT에 검색해도 구글에서 다시 찾는 사람들
대중이 정보를 접하는 기본 통로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기업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인디그는 현재 상황을 과거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의 경쟁에 빗댔다. 스냅챗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사라지는 ‘스토리’를 먼저 내놓으며 젊은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도 비슷한 기능을 도입했다. 이미 확보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시장 지위도 지켰다.
인디그는 구글 역시 같은 이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젊은 세대는 챗GPT를 선호하지만 챗GPT에서 상품을 조사한 사람도 결국 구글에 가서 그 브랜드를 검색한다”며 “구글은 여전히 중요한 검색 도구”라고 말했다.
생성형 AI 붐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기존 검색 이용자를 AI 사용자로 바꾸겠다는 구글의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구글에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출판사와 콘텐츠 창작자가 이런 변화를 버틸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글 Andrew R. Chow, Correspondent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