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지키려던 제도가 악몽이 될 때, <피오르>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신작 <피오르>는 아동 보호 제도의 개입으로 하루아침에 아이들과 떨어지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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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지키려던 제도가 악몽이 될 때, <피오르>
영화 <피오르> 속 가족의 모습. 사진 중앙 상단과 오른쪽에 있는 레나타 레인스베와 세바스티안 스탠은 아동 보호 사건에 휘말린 종교적인 부모 역할을 맡았다.사진=부산국제영화제

루마니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국경을 넘어 여러 사회 문제를 다뤄왔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는 불법 임신중절을 시도하는 젊은 루마니아 여성이 목숨을 걸고 위험을 감수한다. <R.M.N.>은 트란실바니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외국인 혐오를 다루며,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보이는 충동과 그 이면의 복잡한 심리를 들여다본다. 문쥬의 영화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문제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고, 때로는 깊은 감동을 안긴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교훈적이어서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올해 초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신작 <피오르>도 사회 문제를 무겁게 파고드는 영화다. 이야기의 몇몇 대목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세바스티안 스탠과 레나테 레인스베, 그리고 두 명의 신인 아역 배우는 한 가족에게 갑자기 닥친 악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당국은 언제나 무엇이 아이들에게 최선인지 알고 있을까? <피오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도발적으로 묻는다.

루마니아 출신 미하이 게오르기우(스탠)는 노르웨이인 아내 리스벳(레인스베), 다섯 자녀와 함께 최근 루마니아를 떠나 노르웨이로 이주했다. 리스벳의 부모와 가까이 살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독실한 신앙을 지녔으며, 때로는 엄격하지만 분명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새로 다니기 시작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복지를 살피는 교사가 맏딸 엘리아(바네사 체반)의 어깨에 난 멍을 발견한다. 학교 측은 곧바로 조치에 나서고, 미하이와 리스벳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다섯 아이는 모두 위탁 가정으로 보내진다. 아직 모유를 먹는 막내까지 부모와 떨어지게 된 것이다. 가족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려는 두 사람 앞에는 위험한 상황과 답답한 행정 절차가 놓여 있다.

미하이 역의 스탠과 리스벳 역의 레인스베. 사진=네온(Neon)

노르웨이의 사법 제도를 잘 모른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증거가 거의 없는데도 한 가족이 이렇게 빠르게 뿔뿔이 흩어질 수 있을까? 문쥬가 설정한 상황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된 면도 있다. 하지만 각본이 노르웨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전 교통부 장관 피트 부티지지의 자녀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자 아동보호기관이 아이들을 면담했고, 아이들은 두 아버지와 24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다. 이후 제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도 얼마든지 잘못 작동하거나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스탠과 레인스베의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피오르>의 설정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따지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2025년 작 <센티멘탈 밸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레인스베는 이번 영화에서 화려함을 덜어낸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소박한 옷차림의 아내이자 엄마인 그는 아이들을 잃은 고통을 얼굴에 희미하게 드리운 그림자처럼 품고 있다. 온순해 보이는 겉모습 아래에 분노가 감춰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루마니아계 미국인인 스탠도 아버지 미하이를 단순하게 그리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탠은 미하이를 쉽게 이해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지 않는다. 영화 역시 그를 둘러싼 상황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런데 양육권 분쟁이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오히려 가장 강렬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따로 있다. 엘리아와 이웃 부부의 딸 노라(헨리케 룬 올센) 사이에서 우정이 깊어지는 과정이다. 이제 막 십 대에 접어든 두 소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두 사람은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놓인 듯한 감정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이들은 때로 우리가 삶에서 알아야 할 것을 어른들보다 먼저 깨닫게 해준다. 그 깨달음이 우리가 기대하거나 바라던 답은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어른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아이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기도 한다. 어쩌면 영화를 만든 문주조차 미처 의도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결국 <피오르>는 이 두 소녀의 영화다.

글 Stephanie Zacharek

한국어판 편집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Fjord Details a Family’s Sudden Nightmare in No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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