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단독 인터뷰] 트럼프의 ‘아름다운 방’

이란전과 고물가, AI 논란으로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 TIME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75분간 만난 트럼프는 자신의 선택과 남길 유산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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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단독 인터뷰] 
트럼프의 ‘아름다운 방’
9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조성된 헬기장에 서 있다.사진=TIM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새로 조성한 헬기장에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화강암을 다듬어 깐 8만 제곱피트(약 7430㎡) 규모의 공간이다. 멀리 워싱턴 기념탑이 솟아 있는 풍경을 둘러보며 그가 말했다. “믿을 수 있나?” 트럼프는 흡족한 표정으로 한동안 공사 세부 사항을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회색 석재를 가리키며, 다섯 구역을 어떻게 맞춰 시공했는지 설명했다. 치수는 8분의 1인치(약 3㎜) 단위까지 정밀하게 맞췄다고 했다.

그 뒤로는 더 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옛 이스트윙 자리를 차지한 새 백악관 연회장의 콘크리트 골조였다. 트럼프가 의회 승인이나 필요한 연방 심사 없이 역사적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 공사에 착수했다는 소송이 잇따랐다. 그래도 그는 공사를 계속했다. 트럼프는 벽을 가리키며 ‘핵 콘크리트’라고 불렀다. 원자력 시설에 쓰는 종류라는 설명이었다. 연회장 아래에는 지하로 6개 층에 해당하는 깊이까지 내려가는 군사 시설이 들어선다고 했다. 5개 층으로 구성되며, 한쪽 면 전체를 두께 6인치 또는 8인치(약 15㎝ 또는 20㎝)의 유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 손을 벌려 두께를 가늠해 보였다. “다음 주에 철골이 올라간다.”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는 동안에도 트럼프는 자신이 손본 곳을 살피느라 여러 차례 걸음을 멈췄다. 새로 칠한 문과 새 금색 문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로즈가든은 잔디를 걷어내고 마러라고 풍의 테라스로 바꿨다. 트럼프는 이곳을 ‘로즈가든 클럽’이라고 부르며 만찬을 주재한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느냐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는 나중에 다시 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나는 건설업자로서 더 나은가, 정치인으로서 더 나은가 하고 자문한다.”

사진=TIME

트럼프가 백악관 공사에 몰두하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대통령 재임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은 그는 자기 뜻대로 바꿀 수 있는 세계의 구체적인 모습에 빠져 있다. 이 대비는 그의 처지를 드러낸다. 백악관 안에서는 여전히 벽을 가리키며 두께를 정하고, 어디까지 잔디를 깔고 어디서부터 돌을 놓을지 결정할 수 있다. 요구하면 그대로 이뤄진다. 국정 운영이 궤도를 벗어나는 듯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로 분주하다.

백악관 문밖에서는 일이 갈수록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이란전은 트럼프가 당초 4~6주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던 전쟁이다. 그러나 인터뷰 당시 개전 7개월이 지났는데도 끝날 기미가 없었다. 전쟁은 유가와 휘발유 가격을 급등시키고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까지 겹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연방준비제도는 대통령의 반대에도 금리를 올렸다. 트럼프가 직접 고른 인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연준이다. 연말 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5%로 올라 이미 가혹한 주택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트럼프를 다시 집권시킨 지지 연합도 균열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핵심 지지층은 대체로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당층과 농촌 유권자, 일부 라틴계 유권자 사이에서는 불만의 조짐이 나타난다. 로이터·입소스의 9월 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32%로 정치 경력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는 1990년 이후 중간선거를 앞둔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 후보들은 그의 군사행동과 이민자 추방 정책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유권자들은 AI 산업을 사실상 방임하는 그의 태도에 반감을 보였다. 암호화폐 거래와 공개된 수천 건의 주식 거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에서 인도·베트남까지 확장하는 트럼프 브랜드 개발 사업을 통해 재임 중 부를 축적하는 데도 반발했다.

행정부 고위 참모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2기 임기 권력의 정점을 이미 지났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어쩌면 상원까지 잃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2년간 거의 줄곧 공세를 펴온 트럼프가 머지않아 수세에 몰릴 수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조사와 소환장, 청문회가 뒤따르고 세 번째 탄핵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각료들이 의회에 불려 나갈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런 전망에 대해 특유의 방식으로 말했다. “그들은 아마 나를 공격할 것이다. 나도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미국과 세계, 공화당과 자신의 권력이 걸린 이처럼 중대한 시점에도 트럼프의 관심은 엉뚱한 곳에 쏠려 있는 듯했다. TIME과 75분간 진행한 집무실 인터뷰에서 그는 불만을 쏟아내며 여러 화제를 넘나들었다. 국정 위기를 이야기하다가도 오래된 원한과 새로 생긴 불평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연방대법관에 임명한 일을 후회한다고 했다. 이들이 관세와 우편투표, 출생시민권 문제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일생일대의 자리를 줬다. 그런데 그들은 여러 번 나에게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충성을 기대하는 데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 나는 충성을 좋아한다.” 그는 거듭 백악관의 상태로 화제를 돌렸다. 전임자들이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불평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뭐가 더럽고 깨끗한지도 모른다”고 조롱했다.

7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 벽난로에 금색 대통령 문장이 장식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AP/연합뉴스

8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워싱턴기념비에서 바라본 백악관 전경.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에서는 헬기장 공사가, 오른편에선 새 백악관 연회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을 포함해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충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는 데 대해, 미국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길이라며 일축했다. 권력 행사의 한계를 거듭 묻자 그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간선거 전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반란법을 발동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의회 승인 없이 케네디센터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겠다. 법원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트럼프의 설명에 따르면, 유권자에게 한 핵심 약속을 깨는 경우에도 그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평화의 대통령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지만 지금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막으려면 필요했던 전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힘을 행사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로 제시한다. 니콜라스 마두로를 축출하고 델시 로드리게스를 권좌에 올려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영향권에 넣었다는 것이다. 최혜국 약가제와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은 미국인의 생활비를 낮출 정책으로 내세운다. 최근 국내총생산(GDP)과 물가 지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한다.

국민의 관심사와 이처럼 동떨어진 공사에 왜 계속 몰두하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이유를 댔다. “백악관은 매우 특별한 상징이다. 미국의 상징이다. 우리의 위대함을 상징한다.” 그는 건축 사업을 자신의 유산으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오래 남을 기념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석조물과 설비, 금과 유리에 집착하는 동안 그의 유산에서 더 중요한 부분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 건물 안에서 내리는 결정, 그리고 담장 너머 멀리까지 번지는 그 결과들이다.

지난 4월 말 트럼프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군·국가안보 당국자들을 집무실로 불렀다. 트럼프 자신이 제시한 일정대로라면 이란전은 이미 끝났어야 했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핵 프로그램도 억제됐어야 했다. 그러나 이란은 끈질기고 기민하게 대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틀어막으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미군이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을 1200발 넘게 발사한 뒤 일부 탄약 재고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방부는 소모한 물량을 메우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한 군사 자산을 끌어오고 있었다. 다른 전장에서 미국의 방어력이 약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화 내용을 아는 관계자 두 명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사 출력물을 헤그세스에게 건네며 욕설을 섞어 “이게 대체 뭐냐”고 따졌다.

이들 관계자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트럼프가 즐겨 쓰는 비난의 표현을 빌려 “가짜 뉴스”라고 답했다. 기자들이 행정부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고 사실을 맥락에서 떼어내 과장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보도는 국방부 감찰관의 공식 평가에 근거한 것이었다. 헤그세스 대변인은 이런 대화가 있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트럼프의 불만은 탄약 재고에 그치지 않았다. 전쟁에 대한 여론은 매우 나빴다. 당시 미군은 13명이 숨지고 40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나왔다. 9월 말에는 사망자가 19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800명을 넘었다. 2월 28일 첫 공격 이후 휘발유 가격은 40% 넘게 올랐다. 전쟁 비용은 이미 250억달러를 넘어섰고, 그 여파는 중간선거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트럼프는 TIME에 전쟁을 끝내는 대신, 만족스러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간선거 이후 폭격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란을 초토화함으로써 세계에 평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란과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2월 28일(현지시간)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함이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토마호크 지상공격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관계는 더 험악해졌다. 여러 미국 당국자는 TIME에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부추겼지만, 이후에는 종전 노력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표적을 공격한 것이 한 사례다.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10·7 공격에 앞서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의 경고를 받았다는 보도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10월 말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의 재선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이 자국 역사상 최악의 안보 실패를 겪은 뒤 처음 치르는 선거다.

네타냐후의 유력한 경쟁자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과 더 잘 협력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글쎄, 모르겠다. 그에 대해 나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란 공격 결정은 트럼프 2기 임기의 분기점이었다. 재집권 첫해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숨 가쁘게 관철됐다. 행정조치를 쏟아냈고, 권력 견제 장치를 허무는 작업이 대체로 계획대로 진행됐다. 이어 두 번째 해는 카라카스 급습과 마두로 체포로 시작됐다. 이 대담한 작전은 신중한 고민이 없던 일이라도 과감한 행동으로 해낼 수 있다는 트럼프의 확신을 굳혔다. 뒤이은 테헤란 공격은 그 확신의 한계를 시험하게 된다. 성공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얼마나 빨리 무리수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드러냈다.

위기가 잇따랐다. 트럼프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지만, 전쟁으로 일부 탄약 재고가 줄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일부 종류의 탄약은 다른 종류보다 재고가 조금 적다.” 그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업체와 무기 재고를 보충하고 생산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패트리어트와 사드(THAAD)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생산 시설을 거론하며 “그들은 공장을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씩 짓고 있다”고 했다. “엄청난 규모의 생산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납세자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뜻밖의 비교 기준을 제시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로 한 달 동안 버는 돈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아직 이 거래의 혜택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요 석유회사들이 세계 최대 원유 확인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휘발유 가격은 역대 9월 기준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편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과 세계 각국의 관계에 부담을 주고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낮은 실업률과 견조한 소비, 사상 최고치의 주식시장을 경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한다. 이 지표들로 보면 경제는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더 팍팍한 현실도 존재한다. 일상생활에 드는 비용은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다.

여름이 되자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은 동맹국들에 더 큰 분노를 드러냈다. 유럽 주요국과 한국, 캐나다가 그 대상이었다. 가까운 측근에 따르면 트럼프의 분노는 특히 북쪽 이웃인 캐나다에 집중됐다. 한 고위 참모는 “캐나다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사실상 그들을 보호하는 상황을 못마땅해한다”며 “그들이 그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월 20일 트럼프는 1930년 제정된 법률을 근거로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과 벌인 무역전쟁은 철강·알루미늄·목재에 특히 큰 타격을 줬다. 공급망이 흔들리고 공장에서 새 주택까지 온갖 건설에 들어가는 자재 비용이 올랐다.

9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 헬기장에 선 트럼프 대통령. 사진=TIME

차입 비용도 별도의 문제로 떠올랐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는 채권시장 매도세가 더 큰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는 일이 갈수록 시급해졌다. 9월 말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를 개선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5%에 그쳤다. 반면 60%는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더 싼 에너지와 낮은 물가, 경제 호황을 약속하며 백악관에 복귀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였다. 한 참모는 TIME에 “우리도 모두 그 점을 알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경제에 만족하지 못하면 집권당에 반대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AI의 능력에 감탄해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술기업 경영자들에게도 갈수록 매료되고 있다. 2025년 12월 일론 머스크는 비밀 회동을 위해 집무실을 다시 찾았다. 당시 배석한 당국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머스크의 AI 챗봇 ‘그록’에 자신의 대통령 재임과 남길 유산에 관해 몇 시간 동안 질문했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한다고 주장한 베네수엘라 선박들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하면 베네수엘라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록에 물었다. 배석한 당국자에 따르면 챗봇은 마두로가 억압적이고 인기가 매우 낮은 독재자이므로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그의 몰락을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그 다음달 트럼프가 마두로 체포 작전을 지시한 뒤 거리에서는 축하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그록이 대단히 똑똑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기술에 대한 매혹에는 두 가지 고려가 함께 작용했다. 하나는 경제였다. AI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지정학이었다. 중국이 더 강력한 AI를 먼저 개발하면 미국에 결정적으로 앞설 수 있다는 우려였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업계 거물들과의 대화는 이런 인식을 강화했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 경쟁사보다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위해 AI 산업의 연산 수요를 뒷받침할 전례 없는 규모의 인프라 확충도 받아들였다. 반발 여론을 다룬 케이블뉴스를 본 뒤에는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그는 8월 31일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가 데이터센터를 원하지 않을 이유는 낙후되고 가난해지기를 바라는 경우뿐”이라며 “성공하고 부유해지고, 세금 부담은 훨씬 낮아지고 곳곳에 일자리가 넘치기를 원한다면, 데이터가 지배하게 하라”고 썼다.

며칠 뒤 참모들은 오랫동안 트럼프의 여론조사를 맡아온 토니 파브리치오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AI에 대한 불안이 널리 퍼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자리 상실과 비용 상승, 기술이 결국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였다.

11월 선거를 앞둔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서 거리를 두려는 기색이 갈수록 뚜렷해졌다. 한 참모는 트럼프가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한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결국 모두가 자신에게 기어 돌아오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하다. 지금은 그가 뭔가를 하도록 설득하기가 어렵다.”

AI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초당적 요구가 커져도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그 산업을 파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 산업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 산업은 산업혁명이다. 다만 그보다 더 크다. 인터넷과도 같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다.” 구체적인 사안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TIME이 오픈AI 에이전트의 연방정부 웹사이트 개입 문제를 묻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누가 침입했나? 그들이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9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빅테크 경영자들과 AI를 주제로 회의한 뒤 취재진에게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AI 안전장치 논의에 대해 트럼프가 내놓은 것은 ‘AI 포스’ 신설 발표였다. 그는 이제 이 조직의 이름을 ‘SI 포스’로 바꾸고 싶어 한다. 인공지능을 ‘초지능(super intelligence)’으로 바꿔 부르려는 시도의 하나다. 이 조직이 무슨 일을 할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는 “아주 지능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거듭 묻자 업계 지도자들이 참여해 정부 정책을 자문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9월 29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AI 업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주요 기술기업 6곳의 고위 경영진은 스스로를 규율하겠다는 ‘헌장’에 서명했다. 정부 감독 대신 자율 규제를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행정부 관계자는 백악관과 업계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서로 예상치 못한 일로 당황하지 않도록 하자”는 공감대를 갖고 회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가 업계 지도자들로 주변을 채우고 그들에게 조언과 호의, 정치자금을 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최근 CNN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5%가 AI에 대해 기대보다 두려움과 우려를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정부의 감독 강화에는 당파를 넘어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AI에 대한 두려움을 일축했다. 그가 인위적으로 조장된 공포라고 여기는 익숙한 사안들과 같은 부류로 취급한 것이다. “그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가 불타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지구온난화가 사기로 드러나자 이름을 기후변화로 바꿨다.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도 사기였다.” 그렇다면 AI에 대한 우려라는 ‘사기’를 벌이는 사람이 정확히 누구냐고 묻자 트럼프는 두 손을 치켜들었다. “온 나라가 가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사람들이 트럼프 혐오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는 트럼프가 바꾼 모습을 놓칠 수 없다. 장식용 석고 세공부터 천장에 새긴 문구, 벽을 빼곡히 채운 금박 액자까지 온통 금빛이다. 눈이 부셔 선글라스가 필요할 정도다. 트럼프 취향의 장식품도 곳곳에 놓여 있다. 리졸루트 책상 옆에는 FIFA ‘세계 평화상’이 있다. 책상에는 삼촌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재직할 때 받은 표창장을 보관하고 있다.

때로는 트럼프의 생각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이야기는 이리저리 흐르고 맴돌다가 그가 집착하는 익숙한 주제로 돌아왔다. 그가 들려준 대화 중에는 믿기 어려운 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트럼프는 경호국이 집무실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 했지만 자신이 나서서 막았다고 주장했다. “나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새로 지을 수는 없다. 여기는 특별한 곳이다’라고 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인사들은 11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그가 남은 임기에 외교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쓸 것으로 예상한다. 재선 대통령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행보다. 특히 서반구에 관심을 쏟을 것으로 본다. 이념적으로 가까운 정부들이 들어서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넓힐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 그가 ‘로페어(lawfare)’, 즉 법적 절차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행위라고 부르는 것에 맞서는 공세다. 또 그가 ‘워크(woke)’라고 부르는 이념과 싸우면서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기관을 재편하려 할 것으로 본다.

9월 1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 아메리칸에어라인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 사진=TIME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불리한 여론조사를 가짜라고 일축하며 공화당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선거운동을 하면 괜찮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이틀간의 중간선거 전당대회와 몇 차례 모금 행사 외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위 참모들은 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를 막기 위해 집중 유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접전 지역구 32곳을 찾아 자신의 정치적 부상을 이끈 MAGA식 대규모 유세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안에서는 이미 참모들이 권력이 양당으로 나뉜 워싱턴의 상황을 고민하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중간선거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더 초당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기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철저히 당파적으로 움직였다. 나중에 재임 기간을 돌아볼 때,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자랑스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정치 조직은 4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가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참모들은 그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할 수단으로 향후 선거에 쓸 현금을 남겨두려 해 지출을 꺼려왔다고 말한다. 한 참모는 올가을 TIME에 “지금처럼 돈을 모을 수 없게 됐을 때 계좌에 가능한 한 많은 돈을 갖고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선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가망이 없다고 보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 한다.”

참모들은 중간선거 이후 인사 교체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을 실망시킨 인사들을 내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그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할까 하는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해 왔고, 헤그세스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남는 사람들을 보호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TIME이 민주당이나 차기 행정부가 참모와 측근들을 겨냥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면할 계획이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할 뜻을 내비쳤다. 근거로는 익숙한 말을 꺼냈다. “슬리피 조(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멸칭)는 모두에게 사면을 해줬다.”

대화가 전쟁과 평화, 자신의 국정 장악력과 탄핵 가능성을 오가는 동안에도 트럼프는 거듭 대통령직을 둘러싼 장식과 물건들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늘 곁을 지키는 보좌관 나탈리 하프에게 과거 백악관 공사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다. 1930년대 보수 공사와 트루먼 시대 재건 공사 사진 등이었다. 그는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처럼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그러면서 자신의 공사를 어렵게 만드는 판사들과 금지명령에 불만을 쏟아냈다. 1950년 국빈만찬장 공사 사진을 들어 보인 트럼프는 자신이 백악관을 파괴한다고 비난했다는 판사를 두고 불평했다. “내가 이런 빌어먹을 일을 겪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무엇이 가장 그리울지 물었다. 이번에는 곁가지로 새지도, 불평을 늘어놓지도,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트럼프는 잠시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방.”

대담 Eric Cortellessa, Senior Correspondent

취재 보조 Leslie Dickstein, Simmone Shah, Olivia B. Waxman

한국어판 편집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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