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의 오해 끝에 음악으로 완성한 결말, <포핸즈>
9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두 피아니스트. 복수와 죄책감, 오해로 뒤엉킨 관계를 지나 <포핸즈>가 끝내 이야기하는 것은 음악과 예술,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다.
9년의 오해 끝에 음악으로 완성한 결말, <포핸즈>
9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두 피아니스트. 복수와 죄책감, 오해로 뒤엉킨 관계를 지나 <포핸즈>가 끝내 이야기하는 것은 음악과 예술,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다.
조예은 에디터

8월 말 공개된 한국 드라마 <포핸즈>는 처음에는 경쟁이 치열한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피아노에 빠진 두 청소년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전형적인 성장 멜로드라마처럼 보였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처음 선보이는 작품 속 <스위트홈>의 송강은 유명 거장의 손자이자 완벽주의자인 강비오를 연기한다. 비오의 어머니는 아들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입대 전 마지막으로 촬영한 작품 속 <폭싹 속았수다>의 이준영은 장학생이자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최정요 역을 맡았다. 정요에게는 명망 높은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보다 술에 의존하는 새아버지를 사채업자들로부터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은 한 대의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포핸즈’, 즉 피아노 듀엣을 위해 한 팀이 되면서 서로 다른 환경과 우선순위 때문에 충돌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을 하나로 묶고, 둘은 서로의 인생을 바꿔놓는 우정을 쌓게 된다.
12부작인 드라마는 비오와 정요의 성인 시절로 넘어가면서, 성장 이야기에서 심리 스릴러로 바뀐다. 트라우마와 오해, 집착이 뒤엉키면서 두 재능 있는 음악가의 앞날은 위태로워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강렬하면서도 때로는 다정한 비오와 정요의 관계성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시청자가 넷플릭스 시리즈인 이 작품을 ‘보이즈 러브(BL) 드라마’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제 <포핸즈>의 결말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 살펴보자.
누가 정요를 납치하라고 지시했나?
<포핸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체코에서 절정에 이른다. 10대였던 비오와 정요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몇 안 되는 청소년 음악가들과 함께 프라하 하모니 국제 콩쿠르에 참가한다. 비오는 할아버지 강승운(정진영)에게 오랫동안 냉정한 평가를 받아왔고, 어머니 강지혜(윤세아)의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이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평생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인 정요를 이기고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고 싶다며, 정요에게 콩쿠르에 참가해달라고 부탁한다. 비오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정요는 그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한편, 지혜는 아들이 정요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요에게는 비오에게 부족한, 음악을 연주할 때 느끼는 감정적인 교감이 있었다. 게다가 비오는 지나치게 연습한 탓에 결선을 앞두고 새끼손가락까지 다친 상태였다. 이에 아들이 피아노를 영원히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지혜는 정요를 납치하기 위해 두 남자를 고용한다. 정요가 결선 무대에 오르지 못 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납치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정요는 도망치려다 총에 맞는다. 그는 결선 무대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 사망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오는 콩쿠르에서 우승하지만, 친구가 사라진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9년 뒤, 비오는 프라하 하모니 국제 콩쿠르 우승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솔로 피아니스트가 되어 있다. 하지만 친구가 사라진 뒤로 한 번도 그 일을 잊지 못했다. 비오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계속 정요를 찾고 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새로운 단서를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정요를 납치했던 남자 중 한 명과 만나게 된다. 남자는 정요가 죽었다고 말하지만, 자신에게 130만 달러를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한다. 이에 비오는 돈을 마련하러 가지만, 그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전에 같은 조직의 일원에게 살해당한다.
비오는 친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며칠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음악도 그만두고 유럽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그러던 중 별다른 계획 없이 브르노에서 열린 지휘 콩쿠르를 찾았다가 무대 위에서 정요를 발견한다. 정요는 ‘루카 도미니코’라는 이름을 쓰며 살아 있었다. 하지만 비오가 정요에게 다가가자, 그는 비오를 모른다고 말한다. 9년 전 사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정요의 음악적 재능에는 곧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다. 9년 전 실종됐던 천재 소년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떠오르는 지휘자로 돌아온 그의 복귀를 모두가 반긴다. 비오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한국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정요에게 객원 지휘를 맡아달라고 제안한다.
정요의 복수
처음에는 정요가 서울로 돌아오고 피오와 다시 함께하는 과정이 퍽 순조로워 보인다. 총에 맞았을 때 입은 신경 손상 때문에 더 이상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된 정요는 비오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그는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의 독주자로 친구 비오를 세우고,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이어 자신의 첫 창작곡이자 협주곡인 ‘네메시스’의 초연에서도 비오에게 독주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비오는 이 곡이 정요가 10대 시절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곡이라는 사실을 알아본다. 당시 제목은 ‘녹턴’이었다. 이 사실은 정요의 기억상실이 정말 사실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한편, 비오는 사설탐정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가 정요 납치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친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혜는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사실을 고백하지 않겠다며, 비오가 누구에게든 이 사실을 말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위협한다. 결국 비오는 어머니의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되고, 정요의 ‘네메시스’ 초연에서 독주를 맡기로 한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정요는 점점 더 잔인해지고 비오를 감정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비오가 정요에게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정요는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돌아왔다. 자신을 납치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비오라고 믿고 있으며, 자신이 더 이상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된 것도 비오의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와중에 비오는 정요에게 일어난 일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어머니를 지키고 싶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정요의 인생을 바꿔놓은 부상의 원인이라고 거짓말한다.
그 후 몇 주 동안 정요가 ‘네메시스’를 연습시키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르게 하는 동안, 비오는 거의 저항하지 않는다. 공연 전 곡을 녹음하는 과정에서도 정요는 수십 번씩 다시 연주하게 만들더니, 결국 녹음을 취소한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비오의 한계 때문에 녹음이 지연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요의 권유로 불리한 계약까지 맺었던 비오는 녹음이 늦어진 데 따른 위약금도 직접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정요는 결국 비오를 ‘네메시스’ 공연에서 제외하고, 비오의 소속사는 그의 계약을 해지하려 한다.
‘네메시스’ 공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온 정요는 이 복수로 평안함도 승리감도 얻지 못한다. 여전히 비오를 걱정하고, ‘네메시스’라는 곡에도 애정을 품고 있다. 처음 ‘녹턴’으로 시작해 지금의 ‘네메시스’가 되기까지 이 협주곡은 비오와의 관계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졌고,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도 비오뿐이다. 여전히 정요에게 일어난 일에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비오 역시 독주를 맡고 싶어 한다. 그는 음악과 정요를 향한 자신의 감정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더 감정을 담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비오는 한때 친구였던 정요 앞에서 다시 한번 이 곡을 연주하며, 자신에게 ‘네메시스’를 맡겨달라고 설득한다. 결국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두고, 정요는 비오에게 말한다. “이 곡은 처음부터 전부 너를 위해 만든 거야.”
하지만 비오는 성공을 기뻐하는 대신, 그 순간을 공개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 사용한다. 그는 관객들 앞에서 9년 전, 정요를 납치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힌다. 이윽고 경찰은 비오를 납치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하고, 비오를 향해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던 정요는 자신이 내려야 할 처벌을 다른 사람이 빼앗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비오에게는 어머니와 정요를 모두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었다.
지혜의 처벌
아들이 체포되자 지혜는 큰 충격에 빠지고, 자신이 직접 범행을 자백하려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경찰도 정요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의 자백은 진실이라기보다 아들을 구하려는 어머니의 절박한 행동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오의 사설탐정이 정요를 납치했던 남자 중 한 명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정요에게 건네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녹음 속에서 정요는 비오가 자신을 찾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애썼는지, 그리고 자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알게 된다. 그제야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비오를 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혜는 자신의 범행으로 감옥에 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할 수 없게 된다. 승운은 비오와 정요에게 병실로 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두 사람에게 자신이 준 고통에 대해 사과한다. 자신이 비오를 완강하게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지혜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 원인이었다. 승운은 지혜가 비오를 임신하면서 전문 발레리나가 될 기회를 망쳤다고 생각해 왔고, 그 일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었다. 음악을 무엇보다 사랑했던 승운은 죽음을 앞두고 비오가 연주한 ‘월광 소나타’를 듣고 싶어 한다. 비오는 녹음된 연주를 들려주고, 마침내 할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
마지막 ‘포핸즈’ 연주
비오는 정요에게 한때 음악을 연주할 때만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정요는 비오가 피아노를 팔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대로 두지 않기로 한다. 그는 비오의 피아노를 사서 정요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던 낙원상가로 가져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오에게, 이제 손을 다시 움직여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포핸즈 연주를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날 밤 한강에서 비오는 정요에게 함께 음악을 만들자고 말한다. 자신이 정말 원했던 것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정요는 조용히 거절한다.
다음 날 정요는 서울에서 자취를 감춘다. 한국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비오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긴다. 정요는 편지에서 비오가 자신의 ‘빛이자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복수를 꿈꾸던 순간에도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 연탄(連彈) 연주하는 모습을 꿈꿨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떠난다고 말한다.
비오는 다시 한번 친구를 잃은 슬픔을 겪지만, 정요가 남긴 뜻을 자신의 삶에도 이어간다. 클래식 무대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곡을 연주하는 대신 작은 시골 마을과 병원을 찾아 더 단순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예고 없이 찾아가는 작은 공연을 이어간다.
<포핸즈>는 해피엔딩일까?

그렇다. 온갖 일이 있었지만 <포핸즈>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진 않다. 비오와 정요가 다시 만나는 데는 3년이 걸린다. 어느 날 비오가 병원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한 의사가 그에게 다가와 정요가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다. 의사는 3년 전 정요에게 한동안 다친 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주사를 놓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손의 기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치료였다. 비오는 그제야 정요가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요는 비오가 자신에게 느끼고 있던 잘못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를 바랐고, 그래서 친구에게 자신이 다시 연주할 수 있다고 믿게 했다. 이후 그가 다시 모습을 감춘 것도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3년 만에 비오는 자신의 연주 영상을 공개한다. 영상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지만, 정요가 자신의 ‘네메시스’ 연주를 알아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예상은 적중한다. 영상은 큰 반응을 얻고, 비오는 체코에서 발송된 발신인 없는 엽서 한 장을 받는다. 엽서에는 친근한 말투로 그의 연주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이 적혀 있다. 비오는 곧바로 짐을 싸서 엽서에 찍힌 교회를 찾아간다. 교회 안에서는 정요가 아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사제복을 입은 그는 명성이나 복수를 좇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속죄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윽고 정요가 돌아서서 비오를 발견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렇게 <포핸즈>는 오랫동안 두 사람을 괴롭혀온 압박과 오해에서 벗어난 듯한 비오와 정요가 다시 함께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이 작품의 해피엔딩은 단순히 둘의 관계가 마침내 해소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 AI의 시대에 <포핸즈>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예술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들어도 되고, 오히려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 연주의 가치는 얼마나 완벽한 기술로 연주했느냐 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이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에도 달려 있다.
<포핸즈>는 BL 드라마일까?

<포핸즈>의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시청자들은 이 K-드라마가 퀴어 로맨스일지 궁금해 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국에서도 2020년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2022년 <시맨틱 에러>를 비롯해 BL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인 장르라고 하기는 어렵다. <포핸즈>는 한국의 대표적인 유료 방송 채널 가운데 하나인 tv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인 데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막는 법적 보호가 없는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인 퀴어 로맨스 드라마가 나온 적이 없다. 2024년에 게이를 주인공으로 한 일상극 <대도시의 사랑법>이 공개됐을 때도 일부 단체가 이 드라마가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퀴어 러브스토리일 가능성을 일찌감치 배제했던 BL 팬이라면 <포핸즈>를 한번 눈여겨볼 만하다. 이 드라마는 비오와 정요의 관계를 한 번도 로맨스로서 그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로맨틱한 감정일 가능성을 명확하게 부정하지도 않는다. 두 남성의 강렬한 감정적 유대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과는 다르다. 비오는 오랜 친구이자 때로는 연인이기도 했던 재인(장규리)과 이어지지 않는다. 재인은 드라마 내내 비오를 향한 연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두 사람은 정요가 죽었다고 믿게 된 뒤에야 연애를 시작한다. 비오가 재인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 진짜인 것으로 그려진다. 정요가 비오를 감정적으로 몰아붙이던 시기에 비오가 재인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정요와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비오는 언제나 정요를 선택한다. 마지막 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시청자의 해석에 맡겨져 있으며, 제작진 일부도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국내 매체 스타뉴스가 BL이라는 해석에 대해 묻자, 장규리는 이렇게 답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정요와 비오가 음악을 통해 깊이 얽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작품은 시청자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해석을 존중해요.” 박현석 감독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박 감독은 한국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이 각자의 다양한 시선으로 드라마를 즐겨주시는 것 자체가 제작진 모두에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이자 감사한 일입니다. 작가의 글과 영상으로 구현된 장면 사이의 빈틈을 풍부한 해석으로 채워주시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이원 작가는 대본을 쓸 때의 의도를 설명하며, 이 이야기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비오와 정요의 관계에는 <폭풍의 언덕> 속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유해한’ 사랑에서도 영감받았다고 밝혔다. 궁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음악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18세기 유럽에서 활동한 동시대 음악가였다. 두 사람의 음악적 경쟁 관계는 현대에 들어 두 사람의 삶을 다룬 작품에서 때때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관계로 그려지기도 했다. 피터 셰퍼의 1979년 연극 <아마데우스>와 이를 원작으로 한 1984년 영화가 대표적이다.
신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저 역시 천재들이 모인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살리에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 한 교수님께서 제게 ‘예술은 단순한 재능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진짜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자신의 삶을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무엇보다 <포핸즈>가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예술에 관한 메시지다.
글 Kayti Burt
한국어판 편집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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