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가 번 두 달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얻은 건 광물 추가 수출통제의 두 달 유예였다. 한국이 중국 밖 공급을 늘리면 한미 협상의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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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가 번 두 달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열린 방미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으러 공항에 나갔다. B-1폭격기까지 띄워 환대했다. 이튿날 백악관 환영식에선 양국이 “2차세계대전 때 동맹이었다”고 했다. 당시 동맹 상대가 장제스의 국민당이었던 건 개의치 않았다.

극진히 대접하고도 미국이 손에 쥔 건 얼마 없었다. 중국은 오는 11월 시행하려던 추가 수출통제를 내년 1월로 두 달 미뤄주기로 했다. 수출을 통제하는 희토류 종류를 늘리고, 이를 가공하는 기술과 장비까지 허가 없이는 내보내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산 희토류나 중국 기술을 쓴 일부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팔아도 중국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배터리와 그 소재 일부도 묶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핵심광물 공급을 정상화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국제기구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 유화적인 미국의 사정을 핵심광물에서 찾았다. “개별 광물 시장은 작아도 그것이 없으면 전체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니 대중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4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 유럽 완성차 업체는 생산을 멈춰야 했다. 희토류는 자동차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원료로 쓰인다.

희토류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정한 핵심광물 20종 중 19종에서 중국이 최대 정련국이다. IEA는 에너지와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핵심광물을 정했다. 광산이 어디에 있든, 일단 중국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여야 산업에서 쓸 수 있는 원재료가 된단 뜻이다. 20종에서 중국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72%였다. 2026년 IEA 보고서에서 갈륨은 99%, 게르마늄과 흑연은 각각 94%, 자석용 희토류는 85%였다. 각각 첨단 무기와 우주선, 반도체, 배터리에 없어서는 안 될 광물들이다.

앞선 관계자는 “핵심광물 20종 중 적어도 11종이 중국의 수출통제 영향권에 있다”고 했다. 미국은 ASML의 첨단 장비가 중국에 넘어가지 못하게 해서 중국 반도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지만, 중국 역시 ‘ASML들’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Quick Win’을 말했다. 작지만 빠른 성공을 쌓아야 한단 것이다. 가령 갈륨의 전 세계 생산량은 900톤이다. 구리 같은 광물에 비하면 큰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당장의 ‘탈중국’은 비현실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는 “공급망 집중도가 90%인 것과 70%인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선택지가 전혀 없는 상황과 30%의 다른 공급원을 확보해둔 상황은 자원의 무기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IEA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정련·가공 분야의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 프로젝트의 신속한 실현’에 합의했다.

중국 밖 30%

한국은 'Quick Win'을 먼저 쌓고 있다. 국내 유일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은 지난해 안티모니 약 4500톤을 생산했다. 세계 광산 생산량(11만 톤)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안티모니는 IEA가 꼽은 에너지 연관 전략광물 20종 중 하나다. 같은 목록에 든 인듐과 텔루륨도 생산하고 있다. 게르마늄과 갈륨은 2028년부터 낸다. 특히 게르마늄은 만드는 대로 록히드마틴에서 사가기로 일찌감치 약속했다.

비결은 불순물이다. 이곳은 광산에서 캐낸 아연·연 정광을 울산으로 가져와 불순물을 걸러내고 아연과 연 금속을 뽑아낸다. 그런데 걸러낸 찌꺼기에 은과 금, 안티모니, 인듐 같은 금속이 미량씩 섞여 있었다. 버리던 것을 다시 처리해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이 51년간 쌓였다. 고려아연 고위 관계자는 “안티모니 회수율은 과거 60%대에 그쳤지만 최근엔 85%로 올랐다”며 “90%대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경쟁사 회수율은 70%대”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 공급 능력에 돈을 댔다. 테네시 제련소 합작법인 ‘크루서블’의 최대주주는 미 전쟁부다. 상무부는 2억1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 그 대가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고려아연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핵심·전략광물 10종의 우선 접근권을 받았다.

고려아연만의 일로 끝날 이유는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구리 정광을 수입해 제련하는 LS MnM은 구리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희소금속을 함께 건져낸다. 포스코는 광석과 소금물에서 배터리용 리튬을 뽑아 팔기 시작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뒤섞인 희토류에서 필요한 원소만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넘긴다. 2024년 LS에코에너지가 이 기술을 받아 전기차 모터용 자석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기술이 있다고 증산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늘어난 물량을 사줄 고객이 있어야 하고, 투자비를 뽑을 만큼 가격이 받쳐줘야 한다.

증산을 뒷받침할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 지난 8월 정부 세제개편안에 담긴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만들어 판 물량에 따라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한국판 IRA’로 불리지만 수출 물량은 지원에서 빠지고, 낼 세금이 적거나 없으면 당장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반면 미국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는 내수·수출을 가리지 않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낼 세금이 없어도 공제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안티모니 수출을 시작할 무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고려아연다운 제품’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 회장은 “우리가 언제, 얼마에, 어떻게 공급한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이 공급을 끊어도 약속한 물량을 받을 수 있다면, 미국이 다음 정상회담에서 양보해야 할 것도 줄어든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늘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입지도 달라진다.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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