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눈 ‘美민주당 플랜’ 들여다보니

[美중간선거 특집] TIME은 선거 직후 민주당 지도부와 내부 인사 20여 명을 인터뷰했다. 양원 모두 되찾은 민주당의 의제는 야심 찼고, 앞에 놓인 과제도 그만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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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겨눈 ‘美민주당 플랜’ 들여다보니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캐피톨힐 네이비야드의 AC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DCCC) 기자회견에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밤, 자정을 한참 앞두고 미 국회의사당 바로 남쪽에서 민주당의 선거 축하 행사가 열렸다. 뉴욕 브루클린이 지역구인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무대에 오를 때 군중은 이미 “제프리스 의장! 제프리스 의장!”을 연호하고 있었다. 제프리스는 래퍼 노터리어스 B.I.G.의 ‘Unbelievable’이 흐르는 가운데 등장했다. 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이어 잠시 말을 멈추고 활짝 웃으며 그 순간을 음미했다.

2년 가까이 소수당에 머물렀던 제프리스는 미 역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놀라운 승리에 힘입어 공화당을 의회 권력에서 밀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나는 아주 일찍부터 좌절은 재기를 위한 준비일 뿐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오늘 위대한 미국의 재기가 시작된다”고 했다. 몇 분 뒤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선거 캠프 직원들에게 “미국 국민에게 전할 다섯 단어가 있다. ‘구원이 오고 있다(Relief is on the way)’”라고 말했다.

그래픽=TIME

“변호사를 선임하라”

민주당의 높은 기대마저 웃돈 전국적 압승이었다. 4일 오전 기준 민주당은 하원에서 최소 29석을 뒤집었다. 펜실베이니아·콜로라도·버지니아 경합 지역구에서의 완승도 포함됐다. 상원에서는 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캔자스·아이오와 등 공화당 텃밭에서 이기며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단호한 심판이었다. 트럼프는 경제와 물가 상승, 이란과의 전쟁 대응으로 광범위한 불만을 키웠다. 선거 막판에는 후보들의 신체 부위를 입에 올리고 미국인들의 살림살이 걱정을 일축했다.

트럼프의 워싱턴 복귀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은 발을 구르고 고함치는 것 이상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양원에서 입법 의제를 주도할 수 있다. 행정부 관리들을 증언대에 세우고 부패 의혹을 조사할 수 있다. 공화당에 곤란한 표결을 강요하고 새 각료 후보자나 연방 판사 인준을 막을 수도 있다.

당 지도부는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서 2028년 백악관 탈환의 기회를 보고 있다. 하원 민주당 코커스 부의장인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2018년의 강화판 같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선거를 가리킨 말이다. 당시 이어진 2년은 장기 셧다운(정부 업무 정지)과 두 차례 탄핵으로 점철됐다.

앞으로 2년도 그에 못지않게 격렬할 전망이다. 타임은 선거 직전 며칠간 민주당 지도부와 전략가, 의원 20명이 넘는 인사를 인터뷰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벌여 놓은 거의 모든 전선에서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막강한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오를 예정인 로버트 가르시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소셜미디어에 “변호사를 선임하라(LAWYER UP)”고 썼다.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DCCC) 개표 파티에서 하원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확정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세 번째 탄핵 시도?

민주당은 행정부의 가장 인기 없는 정책 일부를 뒤집기 위한 입법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 삭감, 연방 건강보험 보조금 만료, 트럼프의 전방위 관세, 이란 전쟁이 대상이다. 주거비와 의료비를 낮추는 법안을 추진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 대통령의 사업 이해관계를 겨냥한 강도 높은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일부 당 인사들은 벌써 향후 2년 너머를 내다보고 있다. 차기 대선의 성격을 규정할 더 폭넓은 경제 의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다수 의회는 지난 2년간 트럼프에게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은 의회의 위상을 되찾으려 한다. 민주당도 자신들의 의제 상당수가 법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안다. 트럼프는 이미 ‘미스터 비토(거부권 대통령)’라는 별명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의원들은 입법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당 지도부는 폭넓은 대중 지지를 받는 정책을 앞세워 공화당 내부 분열을 드러내려 한다. 트럼프가 인기 없는 결정을 방어하게 만들고, 민주당이 정부를 온전히 이끌면 무엇을 우선할지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중간선거 승리의 축제가 끝나면 민주당 앞에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압승 직전까지도 여론조사상 민주당은 여전히 인기가 없었다. 지도부는 노선을 얼마나 왼쪽으로 옮길지를 두고 갈라져 있다. 2024년에 등을 돌린 유권자를 되찾을 경제 메시지가 무엇인지, 트럼프와 얼마나 공세적으로 맞설지도 쟁점이다.

트럼프 세 번째 탄핵을 얼마나 진지하게 추진할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당 지도부 상당수는 이를 정치적 막다른 길로 본다. 코리 부커(뉴저지)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를 초점의 중심에 두면 이 역사적 순간을 놓칠 것”이라며 “미국 국민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감당하지 못할 기대를 키워 놓았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물가를 낮추고 정부의 책임성을 회복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신들이 ‘위험할 정도로 고삐 풀린’ 대통령이라고 규정해 온 트럼프를 견제하겠다고도 했다. 이제는 자신들의 통치가 미국인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민주당의 최근 승리는 자당 지도력에 대한 열광만큼이나 공화당에 대한 불만에 힘입었다. 그런 정당에 이번 선거를 전폭적 위임으로 해석하려는 유혹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짐 하임스(코네티컷) 하원의원은 “이번 승리를 우리에 대한 지지나 미국이 민주당과 사랑에 빠졌다는 뜻으로 오독할까 봐 정말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당이 과거에 실패했던 배역의 오디션을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경고는 민주당이 실행에 옮기려는 구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앞으로 2년간 워싱턴은 대립과 교착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것이 승리의 모습이라고 미국인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더뷰크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부패와 민생 위기는 동전의 양면”

9월 중순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사당 지하 회의실에 모여 전략을 논의했다. 전국 여론조사는 ‘블루 웨이브(민주당 압승)’를 예고했고 민주당은 전국적 약진 기대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선거 막판 몇 주를 이끌 메시지는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의원들이 유세 현장에서 들은 유권자들의 불만은 서로 엇갈렸다. 경합 지역구 유권자들은 치솟는 휘발유·경유 가격에 분노했다. 민주당 텃밭 유권자들은 부패 문제에 몰두했다. 트럼프와 측근들이 대통령직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때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하원의원이 나서 당의 마무리 메시지를 압축한 공식을 내놨다. 래스킨은 동료들에게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책임성과 생활비 부담 완화는 정치적으로 우리가 하나를 골라야 하는 갈림길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고 했다. 이후 경합 지역구 후보들은 연방정부의 부패와 생활비 위기가 얽혀 있다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민주당의 의제도 같은 개념을 축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민주당은 트럼프와 측근을 겨냥한 조사를 잇달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권력 남용 의혹을 폭로하고 대통령의 금전 거래를 공개 검증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 조사들을 최대한 미국인의 경제적 고통과 연결하는 것이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퍼블릭 시티즌의 ‘콩그레스 워치’ 국장 조슈아 밀러는 소속 단체 구성원들이 몇 달째 민주당 관계자들과 만나 왔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미국인이 의미 있다고 여길 청문회를 어떻게 열지 논의했다는 것이다. 밀러는 “2029년 민주당이 단독으로 정부를 장악한다면 의미 있는 개혁 의제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오디션의 첫걸음”이라며 “미국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이기도 하다”고 했다.

상원에서는 법사위원회와 상설조사소위원회가 조사 공세의 중심에 설 채비를 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셸던 화이트하우스(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상설조사소위는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상원의원이 이끈다. 하원 법사위원회와 감독위원회도 그에 못지않은 공세를 준비 중이다. 진보 성향의 헌법학 교수 출신으로 트럼프 2차 탄핵 소추를 이끈 래스킨 의원은 하원 법사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가르시아 의원은 감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위원회는 변호사와 직원 수십 명을 추가로 채용해 왔다.

위원회 계획을 잘 아는 보좌진에 따르면 위원회들은 트럼프의 암호화폐 거래를 조사할 계획이다. 트루스 소셜이 시장을 움직이는 트럼프의 게시물에 더 빨리 접근할 권한을 판매한 문제도 대상이다. 이 서비스는 돈을 낸 트레이딩 업체가 다른 투자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할 수 있다. 카타르가 기증한 호화 대통령 전용기도 조사 대상이다. 부유하고 인맥 넓은 후원자와 측근들이 트럼프의 역점 사업에 기부한 대가로 관세 면제나 다른 정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들여다본다. 역점 사업으로는 백악관 연회장(볼룸)과 친트럼프 정치활동위원회(PAC)가 꼽힌다. 위원회들은 트럼프의 AI 챗봇 사용 기록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급습 작전에 앞서 일론 머스크의 챗봇 ‘그록’에 자문했다는 타임 보도가 근거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쿠슈너는 중동 평화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고, 그의 투자회사는 걸프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 이해충돌 의혹이 나왔지만 쿠슈너는 부인했다. 민주당은 투자회사 1789 캐피털도 조사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회사다. 이 회사가 정치적 인맥이나, 포트폴리오 기업에 영향을 주는 연방 자금 결정에 관한 사전 정보로 이득을 봤는지가 쟁점이다. 투자 대상 기업 중 하나인 벌컨 엘리먼츠는 1789 캐피털이 투자한 지 몇 달 뒤 국방부에서 6억 2000만 달러 대출을 따냈다. 1789 캐피털은 잘못이 없으며 트럼프 주니어는 투자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르시아 의원은 “일가 전체가 백악관에서 끝없이 이권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래스킨 의원은 “(마피아 드라마) ‘소프라노스’를 보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해충돌은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며 “그래서 그와 그의 사업을 겨냥한 수년간의 거짓말과 허위 비난에도 국민이 압도적으로 그를 재선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평화특사 재러드 쿠슈너가 9월 23일(현지시간) 뉴욕시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고위급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평화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국제기구로, 가자지구를 위한 24억 5000만 달러 규모 복구 계획을 포함해 전후 통치·재건·평화 구축 사업을 감독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진=AFP/연합뉴스

헤그세스 탄핵, 초당적 협력?

이 조사들 위에는 트럼프를 세 번째로 탄핵할지라는 문제가 드리워져 있다. 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를 거절한 제프리스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민주당이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았다”고만 했다. 하지만 상당수 민주당 인사는 또 한 번의 탄핵을 경계한다. 트럼프 1기 탄핵 때 소추위원을 맡았던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당이 여론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어디에 서 있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의 요구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에게 유죄를 선고해 파면하려면 상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를 확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탄핵을 둘러싼 망설임은 사라질 수도 있다. 2018년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가능성을 깎아내렸지만 1년 뒤 절차에 착수했다. 이미 탄핵 청문회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를 역사적 선례와 공적 의무의 문제라고 말한다. 2028년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인 로 카나(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지지층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 여론도 엇갈린다. 10월 NBC 뉴스 디시전 데스크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근소한 과반이 트럼프 재탄핵을 지지했다.

의원 20명이 넘는 인사들과의 대화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현재 절충안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탄핵 대상으로 삼는 방안이다. 올가을 초 헤그세스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이란·예멘·카리브해·동태평양에서 승인받지 않은 군사작전을 벌였다는 의혹이다. 추가 소추 조항에는 초법적 살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한 법률 무시, 마두로 무단 체포 의혹이 담겼다. 하원 군사위원장을 두 번째로 맡게 될 애덤 스미스(워싱턴) 하원의원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신 헤그세스를 겨냥하면 상원 공화당 의원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스미스는 “더 강한 초당적 표결을 얻고 일종의 동력을 쌓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3일(현지시간) 척 슈머 상원의원이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공립 321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비토크러시

중간선거를 열흘 앞두고 펜실베이니아 1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밥 하비가 강당을 메운 유권자들 앞에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공화당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과 맞붙은 후보다. 새로 단장한 학교 강당에서 43세 싱글맘 세라 맥브라이드가 마이크 앞에 섰다. 스스로를 무당파라고 밝힌 그는 지치고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제가 궁금한 건, 당신은 싸우는 사람이냐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이어 “의회에 가장 필요 없는 건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 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민주당 의원 한 명 더예요”라고 했다.

피츠패트릭을 꺾은 하비는 맥브라이드 같은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을 포함해 새로 당선된 30명 가까운 하원 동료들이 유세장의 말을 삶을 나아지게 하는 법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의원과 보좌진에 따르면 하원 민주당은 새 의회 첫 주에 세 가지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트럼프 관세 철회, 만료된 오바마케어(ACA·건강보험개혁법) 보험료 보조금 복원, 1조 달러 규모 메디케이드 삭감 원상 복구다. 결의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트럼프에게 이란 전쟁을 끝내거나, 계속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상원 지도부는 당면 의제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상원의원들도 하원 민주당과 같은 우선순위를 상당 부분 되풀이했다.

민주당은 관세 폐지와 전쟁 종식을 경기 침체에 대응할 가장 큰 기회 두 가지로 본다. 차기 하원 예산위원장에 오를 예정인 브렌던 보일(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둘 중 하나라도, 아니면 둘 다 되돌릴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이라며 “사실상 그게 승부의 전부라고 본다”고 했다.

어떻게 이길지는 불투명하다. 상원 민주당은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60표가 필요한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 문턱을 피해 단순 과반으로 세금·지출 법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법안도 결국 트럼프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원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의회는 이미 전쟁권한결의에 따라 이란 군사행동을 끝내라는 구속력 없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트럼프는 이를 거부하고 무시했다. 스미스 의원은 “우리에겐 끄는 스위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세출 법안으로 이란 전쟁 예산을 막거나, 이 문제로 셧다운을 위협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러려면 경합 지역구 의원들까지 전장의 장병 지원을 끊었다는 비난을 무릅써야 한다.

최선의 선택지는 ‘메시지 표결(통과보다 입장을 보여주려는 표결)’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일 수 있다. 당내 상당수, 특히 진보 진영은 트럼프가 인기 없는 결정을 방어하게 만드는 싸움을 고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유권자에게 민주당 정부의 우선순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머 리(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우리가 기꺼이 슛을 날릴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미국인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그게 골을 넣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싸움에만 몰두하다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면 무능해 보일까 우려한다. 상당수는 집권의 발판이 된 생활비 부담 완화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 중도좌파 성향 ‘뉴 데모크랫’ 코커스가 마련한 제안은 다섯 분야에 집중하라고 촉구한다. 식료품, 주거, 의료, 에너지, 가족 돌봄 비용이다. 의회 진보 코커스의 별도 의제에는 저렴한 보육 지원 확대, 생애 첫 주택 구입자 계약금 지원, 연방 초과근무 수당 인상 법안이 담겼다. 진보 코커스 의장인 그레그 카사르(텍사스) 하원의원은 “매주 물가를 낮추고 월급을 올릴 명확하고 과감한 정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AI 규제, 데이터센터, 재생산 건강을 다루는 법안도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당 전략가들은 이 법안들이 하나도 법이 되지 못하더라도 이점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인기 있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프 의원은 “이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고 나라에 말하는 것”이라며 “2년 뒤 백악관을 맡겨 주면 더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 세대 전 민주당 전략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2006년 인기 없는 공화당 대통령 아래서 의회를 장악했다. 이후 이어진 교착 상태를 더 큰 권력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활용했다. 제이미 해리슨 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은 “우리는 의회에서 많은 일을 했지만 전부 조지 W. 부시에게 거부당하거나 막혔다”고 했다. 그는 “그리고 2008년 대선을 앞두고 그 방해의 책임을 공화당 목에 걸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트럼프가 실제로 서명할 법안을 보낼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처방약 가격 인하나 주택 공급 확대처럼 민주당 제안이 트럼프 공약과 겹치는 민생 이슈가 대상이다. 트럼프도 거래 의향을 어느 정도 내비쳤다. 그는 10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가능성에 대해 기자들에게 “결국 내가 모든 걸 거부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거부, 거부, 거부하면 그들이 와서 ‘어떻게 하면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하킴 제프리스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간선거일인 3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DCCC) 개표 파티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좌파 선명성이냐, 중도 확장이냐

민주당이 권력을 쥐면서 핵심 질문은 그 권력을 행사하려고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다. 첫 시험대는 양원의 지도부 선출이다. 여러 상원 민주당 의원과 전략가들은 타임에 상원 승리로 슈머가 다수당 원내대표로 복귀할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말했다. 2025년 3월과는 딴판이다. 당시 슈머는 셧다운을 막으려고 공화당 예산안 처리에 협조했다가 사퇴 요구를 받았다. 루벤 가예고(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성과를 가져오고 승리로 이끌었다면 남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는 슈머의 공로를 인정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의석을 뒤집은 후보들을 영입했고, 지난해 메디케이드 삭감에 맞서 코커스를 대체로 결속시켰다는 것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와이스는 젊은 지도부를 바라는 분위기 속에서 75세인 슈머가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보통은 기적 같은 승리를 이뤄내면 보상을 받는다”고 했다.

차기 하원 민주당 코커스 안에서 제프리스의 의장직 지지는 넓지만 반드시 깊지는 않다. 측근들은 그를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지만 신중한 지도자로 평가한다. 현역·차기 의원들을 폭넓게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1월 3일 코커스가 의장을 뽑을 때 그는 의장에 오를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민주당이 힘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그의 신중함이 약점이라고 본다. 진보 성향 의원 몇몇은 아직 그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차기 초선 의원 가운데는 다리알리자 아빌라 셰발리에, 크리스 랩 같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도 있다. 당 주류에 맞서 출마한 것이 이들의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 랩은 “제프리스가 우리와 중간에서 만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달리 제프리스는 넉넉한 다수당을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커스 어느 한쪽 진영의 만장일치 지지 없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규모다. 그래도 목소리 큰 반대파가 당의 단결을 보여주려는 그의 노력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차기 사회주의자 의원 5명은 여름부터 조용히 전략을 조율해 왔다. 대면과 줌으로 회의를 열고 단체 대화방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진보 의제를 어떻게 관철할지 저울질했다. 핵심 표결에서 지지해 주는 대가로 어떤 양보를 얻어낼지 논의했다. 어떤 의사 절차 수단이 영향력을 키울지, 당 노선에 불만인 다른 의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따졌다. 이 그룹은 ‘스쿼드’보다 규모가 약간 크다. 스쿼드는 10년 가까이 민주당을 극좌 노선으로 밀어붙여 온 의원 모임이다. 다만 이 그룹은 공식 요구 목록은커녕 갓 태동한 당내 사회주의 분파의 이름조차 정하지 못했다. 그룹의 일원인 클레어 발데스(뉴욕) 하원의원 당선인은 “모든 지렛대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동료들을 ‘블록(the bloc)’이라고 부른다.

신참 의원들은 기존 진보파 의원들과 손잡고 메디케어 포 올(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ICE(이민세관단속국) 폐지, 이스라엘 무기 판매 차단을 표결에 부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중도파인 조시 고타이머(뉴저지) 하원의원은 “그들이 메디케어 포 올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코커스 안에 정치적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확실히 백악관을 되찾으려면 실용적 의제를 내놓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문제는 제프리스에게 더 까다로울 수 있다. 그는 오랜 이스라엘 지지자이고, 브루클린 지역구에는 정통파 유대인 공동체가 있다. 지난 1년간 하원 민주당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이스라엘 원조 중단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시간주 상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와 헤일리 스티븐스는 이스라엘 정책을 두고 공개적으로 갈라섰다. 수면 아래에서 들끓는 분열을 상기시킨 일이었다.

제프리스가 어떻게 합의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9월 중도파인 재러드 골든(메인)·마리 글루젠캄프 페레스(워싱턴) 하원의원이 절차 표결에서 당론을 이탈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이탈을 제한할 안전장치를 논의했다. 제프리스 지도부가 내놓은 방안 하나는 입법 절차를 정하는 당의 규칙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었다. 선호 상임위원회 배정이나 지도부 직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코커스 내 승진을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DCCC)에 낸 정치자금 기여와 연계하는 것이었다. 진보파는 즉각 반발했다. 새 세대 좌파 의원들이 의회 입성을 앞둔 시점에 권력을 다지려는 시도라고 봤다. 덴버 출신으로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의 지원을 받은 멜라트 키로스 하원의원 당선인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의제를 따르지 않는다고 다른 의원을 처벌하는 것은 미국 국민이 원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이런 이견 일부는 2024년 패배 이후 민주당이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전국 권력을 되찾는 길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이다. 하나는 당내에서 부상하는 좌파가 내세우는 경제 포퓰리즘을 받아들이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한때 민주당을 전국적으로 더 경쟁력 있게 만들었던, 이념적으로 더 다양한 연합을 재건하는 길이다. 양 진영 모두 이번 선거가 자신들의 노선을 입증했다고 믿는다. 경합 지역구 후보 영입을 도운 제이슨 크로(콜로라도) 하원의원은 당이 이제 막 노동자 계층과 농촌 유권자를 되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허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크로는 “민주당은 과거에 부족했다는 점을 아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세상과 미국인의 삶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인이 의회를 통해 트럼프를 견제하길 원한다는 점을 보여줬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민주당을 백악관에 다시 보낼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다. 앞으로 2년은 그 논의의 방향을 잡을 기회가 될 것이다. 2028년에 부상할 후보들은 민주당이 아직 풀지 못한 분열을 헤쳐 나가야 한다. 가예고 의원은 “우리가 일을 그르치면 그 유권자들은 2028년 곧장 공화당으로 돌아갈 것이고, 우리는 다음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했다.

글 Nik Popli & Julia Terruso, TIME 기자

한국어판 편집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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