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슬림 상원의원 탄생이 美민주당에 던지는 질문

[美중간선거 특집] 압둘 엘사예이드의 당선은 미국 정치에서 무슬림 유권자와 진보 진영의 영향력이 커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분열과 향후 과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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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슬림 상원의원 탄생이 美민주당에 던지는 질문
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당선인이 선거일 밤 집회에서 환호하고 있다.사진=REUTERS/연합뉴스

공중보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 후보 압둘 엘사예이드가 화요일 치러진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을 꺾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엘사예이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무슬림이 됐다.

엘사예이드의 승리로 민주당은 해당 의석을 지켜냈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어온 상승세에 제동을 걸 기회를 노리던 공화당으로서는 타격이다. 민주당 소속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이 이번 회기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하면서 미시간주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접전 지역으로 떠올랐다. 미시간주는 오랫동안 양당이 치열하게 경쟁해 온 경합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이곳을 2%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집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디트로이트 교외 지역에서 자란 42세 엘사예이드의 당선은 미국 정치의 중요한 이정표다. 민주당 내부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그는 폭넓은 진보 정책을 내세워 왔으며, 올해 선거에서 승리한 진보 성향 민주당 정치인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에서 승리한 다른 진보 후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엘사예이드는 노동계층 유권자와 교외 지역의 중도층, 갈수록 다양해지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양당이 오랫동안 경쟁해 온 미시간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승리는 진보 성향 후보는 정치적으로 취약해 경합주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당내 온건파의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라는 표현을 거부해 온 엘사예이드는 민주당 내부의 깊은 분열을 드러낸 거친 선거전 끝에 승리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불거졌고, 친이스라엘 단체들은 수백만 달러를 선거전에 쏟아부었다. 경선에서 맞붙었던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과의 관계도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크게 틀어졌다. 스티븐스 의원이 엘사예이드가 아닌 로저스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선거전

선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공격 수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공화당 인사들은 이슬람 혐오에 뿌리를 둔 편견을 동원해 엘사예이드를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로 몰아갔다.

엘사예이드는 하산 파이커와 함께 유세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파이커는 반이스라엘 성향의 인터넷 방송인으로, “미국은 9·11 테러를 당해 마땅했다”, “미국은 알카에다보다 더 많은 테러를 저질렀다”고 발언한 인물이다.

일부 유대인 유권자들은 엘사예이드가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반유대주의적 표현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 때문에 국내 현안에 쓸 자원이 줄어들었다는 그의 주장도 논란이 됐다. 엘사예이드는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을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과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난과 반박이 이어지면서 미시간주의 대규모 무슬림·유대인 공동체에도 갈등이 번졌다. 전국적인 파장이 예상되던 선거는 이례적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까지 깊이 얽힌 고통스러운 대결로 치달았다.

미시간주에서 선거를 9일 앞두고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는 근거도 없이 엘사예이드를 이슬람주의 정치 운동인 무슬림형제단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엘사예이드가 당선되면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수천 명의 지지자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압둘과 민주당이 승리하면 국경을 활짝 열어 지하디스트 무리를 미국으로 끌어들일 겁니다. 폭력과 테러의 악몽이 시작돼 크리스마스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게 되겠죠.”

트럼프는 엘사예이드의 가운데 이름인 ‘모하메드’를 거듭 강조해 부르기도 했다. 비판자들은 이를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은근히 자극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엘사예이드가 의사당에 들어가려면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 전날 밤에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압둘 엘사예이드는 유대인을 싫어하고 흑인도 싫어합니다. 안심하세요. 백인도 싫어하니까요.” 이런 발언은 엘사예이드가 공화당의 전국적인 공격 대상이 됐음을 보여준다.

전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공화당 후보 로저스(63) 역시 엘사예이드 가족이 무슬림형제단과 연관돼 있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엘사예이드는 무슬림형제단과 거리를 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자신이나 가족이 이 단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스포츠·대중문화 매체 바스툴 스포츠의 창립자 데이브 포트노이가 엘사예이드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자, 로저스는 소셜미디어에 포트노이의 말이 “정확하다”고 답했다.

엘사예이드에게 이런 공격은 정치에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마주했던 의심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지난 5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미시간대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 연설을 마친 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를 들려줬다. 당시 졸업식에서 연설한 클린턴은 젊은 졸업생에게 언젠가 공직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엘사예이드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클린턴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 이름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한테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26년 11월 2일 미시간주 입실렌티의 이스턴 미시간대학교에서 열린 유세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예이드와 함께하고 있다. 사진=제프 코왈스키·AFP/게티이미지

약 20년이 흐른 지금, 엘사예이드는 무슬림 미국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커진 미시간주에서 역사를 썼다. 그가 상원의원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전형적인 정치인의 경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로즈 장학생으로 공부한 그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지만 의사로 일하지는 않았다. 대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역학 조교수로 일한 뒤 디트로이트와 웨인 카운티의 공중보건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18년에는 미시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그의 호소력 있는 연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엘사예이드는 이번 상원의원 선거를 트럼프에 대한 심판으로 만들고자 했다. 2년 전 근소한 차이로 미시간주에서 승리했던 트럼프의 지지율은 이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9월에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교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34%에 그쳤다. 선거 막바지에 엘사예이드는 유권자들이 11월 3일 투표에서 트럼프도 함께 심판할 것이라며, 대통령을 충실히 따르는 로저스 역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저스는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이란 전쟁 등 미시간주에서 인기가 낮은 현안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려 했다. 선거 광고에서는 “캐나다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시간주의 자동차 산업은 캐나다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점에서 로저스의 발언은 캐나다를 향해 대립각을 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로저스는 공화당이 처한 더 큰 정치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패배는 트럼프에 대한 반발이 2년 전 그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내는 데 힘을 보탰던 미시간주까지 번졌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 상당한 관심을 쏟았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진보 의제와 이스라엘이라는 시험대

엘사예이드는 폭넓은 진보 정책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다.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 부유층 증세, 미국 정치에 대한 기업 자금의 영향력 견제가 주요 공약이었다. 그는 치솟는 생활비와 부유한 후원자들의 막강한 영향력이 서로 맞물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평범한 미국인의 경제적 어려움보다 거액의 자금을 쥔 이들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원에 입성한 뒤에도 이스라엘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될 전망이다.

디트로이트 교외 지역에는 미국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무슬림·유대인 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다. 두 공동체 구성원은 오랫동안 민주당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들이 겪은 경험은 크게 달랐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에 뒤이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2024년 미시간주의 아랍계·무슬림 활동가들은 ‘어느 쪽에도 투표하지 않는(Uncommitted)’ 운동을 조직하는 데 앞장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데 항의하며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에게 지지를 보내지 말자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이 운동은 민주당 연합 내부의 갈등을 드러냈고, 그 여파는 본선까지 이어졌다. 그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미시간주를 차지했다. 2년 뒤 엘사예이드의 출마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유권자들에게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작전 지원에 반대하는 상원의원을 뽑을 기회를 열어줬다.

엘사예이드는 가자지구 전쟁을 집단학살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을 학교와 의료 등 국내 현안에 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입장은 민주당 주류와 충돌했고, 친이스라엘 성향의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그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AIPAC은 민주당 경선에서 엘사예이드를 낙선시키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썼으며, 본선에서도 반대 활동을 이어갔다.

엘사예이드는 지난 5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문제가 미국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일종의 ‘로르샤흐 검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즉 집단학살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에 맞설 수 있겠습니까? 제약회사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어떻게 맞서겠습니까?”

무슬림 유권자들의 지지를 결집한 엘사예이드의 선거운동은 많은 유대계 민주당원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일부는 그의 발언이 유대인 공동체를 향한 적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를 부추겼다고 여겼다. 이런 우려는 지난 3월 웨스트블룸필드의 유대교 회당 템플 이스라엘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더욱 커졌다. 한 남성이 트럭을 몰고 건물로 돌진했고, 어린아이들이 수업을 듣던 교실을 가까스로 비껴갔다. 엘사예이드는 공격을 규탄했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가해자의 가족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언급하며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고 말해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일부 유대인 유권자들은 그의 말이 반유대주의에 따른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여겼다. 이 사건은 이들 사이에 여전히 분노를 남겼다.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분열

경선에서 온건파 민주당 후보인 스티븐스를 근소한 차로 꺾은 엘사예이드는 본선에서 민주당 지지를 하나로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후원자들과 당내 유력 인사들의 상당한 지원을 받았던 스티븐스와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8월 경선 직후 열린 화합 조찬 행사에 함께 참석했지만, 이후 몇 달 사이 관계는 악화됐다. 스티븐스는 엘사예이드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반유대주의에 제대로 맞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과 식료품 가격 상승을 연결한, 엘사예이드와 뜻을 같이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의 광고를 규탄하라고 요구했다. 엘사예이드는 결국 해당 광고를 비판했지만, 스티븐스가 경선 당시의 갈등을 다시 끄집어내려 한다고 맞섰다.

갈등이 깊어지자 엘사예이드는 선거 전 마지막 일요일에 디트로이트의 한 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사에 스티븐스가 함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음 날 아침, 스티븐스는 로저스와 함께 교회에 나타나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해 민주당을 놀라게 했다. 예배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금 미국 상원의원으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제가 투표할 사람은 마이크 로저스입니다.”

현직 민주당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양당 모두 이번 선거가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승부처라고 여겼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엘사예이드는 취재진에게 “이런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문제와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두고 생각이 크게 다른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였는지를 드러냈다.

엘사예이드의 당선은 외교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 부유한 후원자들의 영향력을 둘러싼 진보 진영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들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진보 진영의 주장은 점점 더 전통적인 당 지도부의 입장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지층을 재건하고 트럼프에 맞설 방안을 여전히 논의하는 가운데, 엘사예이드의 승리는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정당이 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Nik Popli TIME 기자

한국어판 편집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Abdul El-Sayed Wins Michigan Senate Race, Making History as First Muslim Se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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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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