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대미투자 6건 서명, 한국은 1호도 없다

원리금 회수를 먼저 따지는 한국과 중간선거 전 성과가 급한 미국의 시간표가 엇갈리는 사이, 미국은 연합훈련 축소까지 꺼내 들었다.

작성 : 수정 :
일본은 대미투자 6건 서명, 
한국은 1호도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관련 논의를 위해 미국을 찾았다.사진=연합뉴스

2000억달러 대미 전략투자의 1호 사업이 발표 시한을 앞두고 정해지지 않고 있다. 원리금 회수 가능성부터 따지는 한국과, 11월 중간선거 전 성과가 급한 미국의 시간표가 엇갈린 탓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워싱턴DC로 갔다.

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달 22일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은 지 3주 만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지난번 방미 때 8월 말이나 9월 초 정도에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며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쟁점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어 “(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쟁점들이 나오고 있어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보자는 측면에서 미국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대미투자법 ‘상업적 합리성’

한미는 지난해 10월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매기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배정됐고, 나머지 2000억달러가 전략투자 몫이다. 투자 실행의 법적 근거인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 3월 제정돼 6월 18일 시행됐다. 전략투자 대상은 에너지·반도체·핵심광물·인공지능(AI)·바이오 등이다.

법이 정한 조건은 ‘상업적 합리성’이다. 개별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분배되는 총 예상 수입이 투자 원리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 만큼 1호 사업을 고르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에너지 분야다. 정부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약 6.4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방미 당시 “우리 입장에서도 캐시 플로우(현금흐름)가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프로젝트가 더 나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유리한 프로젝트가 에너지 관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투자 성과가 급하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한국과의 협상이 미국의 예상보다 더디고 아직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한국 대표단을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들(the slowest negotiators ever)”이라고 했다.

미국 쪽에서는 한국의 의사결정 방식을 지목한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국이 이를 일반적인 투자처럼 다루는 것이 이유 중 하나”라며 “무언가를 발표하기 전에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확정하려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KUSPC 개소 행사에서 “말이나 양해각서(MOU)가 아닌 선박 건조 숫자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대미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약 7개월 뒤인 올해 2월 가스 화력발전소와 원유 수출 인프라,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등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를 선정했고, 한 달 뒤인 3월에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천연가스 발전시설 등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추가했다. 지금까지 최종 서명한 프로젝트는 6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중심에 두지만, 일본은 경제안보를 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연에도 청구서가 붙는다. 김 장관이 워싱턴으로 향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썼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앞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위협을 다시 꺼내 든 배경에는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도 일부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가 구체적인 투자 이행 시점까지 합의한 것은 아닌 만큼 특별히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 측에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 측에서 일반적인 투자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교수는 “(상업적 합리성에서) 완벽한 1호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투자는 진행 과정에서 돈을 더 넣어야 할 때도 있고 단기적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는 ‘생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최문정 에디터

산업부 이슈를 다룹니다.

기사 더보기

OTHER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