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북미대화 '페이스메이커' 공백 채운다
정부가 '운전석'에서 한 발 물러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가운데 민주당이 국회 차원의 지원에 나선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제 한반도 포럼 축사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원 방법은 공란으로 뒀다. 여권이 그 공백을 메우겠다고 나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월 방미를 예고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한반도 평화 결의안과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거론했다. 정부의 대미 소통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강릉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미국 민주당과의 정당 외교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정부 외교와 달리 (미국) 야당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내에 미국, 중국, 일본을 방문하는 정당 외교를 바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대통령이 천명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정부 기조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강경숙 의원은 국회 한반도평화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주도적으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내거나 평화체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세미나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날 정 장관은 본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꼭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 시킬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첫 북미회담을 앞두고 국회가 결의안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여야는 남북회담·북미회담을 지지하는 내용의 평화 결의안을 본회의에 부쳐 처리하기로 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여권이 나선 배경엔 ‘패싱’ 우려가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축소를 지시했다. 훈련 개시 몇 시간 전이었다. 이후 19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미국의 일방적 지시였는지 묻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SNS 계정에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하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군 통수권자가 동맹과의 훈련 일정을 패싱 당하고 나서 이처럼 환호작약할 수 있나”라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과거 대북정책 오류를 인정하고 대북 저자세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방청객”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군사훈련이 일부 축소된다고 해서 동맹이 흔들리지는 않는다”며 “불필요한 긴장을 완화해 북미 대화가 촉진된다면 오히려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당시보다도 한미간 소통이 원활치 않단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로 합을 맞췄다. 하지만 현재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사이에는 그만한 밀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시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한미 실무 책임자들이 각각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북미 협상 내용에 입장을 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딱히 눈에 띄는 소통 라인이 없기 때문에 패싱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 채널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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