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 1년” 끝에 재부팅하는 오픈AI
1년 사이 앤스로픽에 선두를 내주고 신뢰를 잃었다. 자택까지 공격받았다. 그리고 자체 모델이 외부 기업을 해킹했다. 올트먼은 새 모델 학습을 멈춰 세웠다.
“고통 속 1년” 끝에 재부팅하는 오픈AI
1년 사이 앤스로픽에 선두를 내주고 신뢰를 잃었다. 자택까지 공격받았다. 그리고 자체 모델이 외부 기업을 해킹했다. 올트먼은 새 모델 학습을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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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OpenAI’s Reboot
문상덕 에디터

8월 초 어느 아침, 오픈AI 사무실 앞에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AI 경쟁을 멈춰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고, 인도에 분필로 구호를 휘갈겨 썼다. 그 옆으로 회사의 주요 고객사 임원 수십 명이 ‘MB0’이라 불리는 베이지톤 건물로 하나둘 들어섰다. 오픈AI가 연구·컴퓨팅 조직을 위해 최근 문을 연 곳이다. 누군가 관목을 심은 화분을 유리문 앞으로 밀어다 놓았다. 말끔한 로비에서 저 작은 농성장이 보이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다.
임원들이 온 이유는 하나였다. 오픈AI의 차기 최첨단 모델군 '아스트라(Astra)'를 미리 보기 위해서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DC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그는 비공개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아스트라의 성능을 설명했다.
이날 연구진이 공개한 시연은 두 장면이었다. 첫 장면에서 AI 에이전트 16개가 연구 수준의 수학 문제를 하위 문제로 쪼개고, 서로 작업을 조율한 뒤 증명을 조립해냈다. 두 번째 장면에서 아스트라는 익숙한 데스크톱 프로그램들을 직접 다뤘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넘나들며 문서를 만들고 고치는 속도가 불안할 정도였다.
올트먼은 방문객들에게 “아스트라가 ‘초인적이고 매우 빠른 방식으로’ 컴퓨터를 쓰는 걸 지켜본 것이 직원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고 했다. 아스트라는 ‘지속형 에이전트’, 즉 한 과업을 오래 붙들고 일하는 가상 동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가장 큰 파급력은 다른 데서 나온다고 봤다. 사람들이 이걸 써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일이다. “모델이 실제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뭔가를 발명하는 첫 모델이 될 것으로 본다. 그건 대단히 AGI다운 일이다.”
1년간의 추락

AI 붐을 일으킨 회사에 지난 1년은 고된 시간이었다. “회사로서 분명히 몇 가지 실책이 있었다.” 그다음 주, MB0 도서관에서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올트먼이 한 말이다. “제품 방향에서도, 특히 연구의 사전학습(pretraining)에서도 원하던 지점보다 뒤처졌다.”
지난 1년 사이 오픈AI는 최대 라이벌 앤스로픽에 선두를 내줬다. 앤스로픽은 AI 코딩에서 사업 기회를 먼저 알아봤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시장을 정의하는 제품으로 키웠고, 연환산 매출과 비상장 기업가치에서 처음으로 오픈AI를 앞질렀다. 오픈AI 이탈자들이 세운 회사다. 두 회사 사정을 아는 관계자 2명은 앤스로픽이 먼저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르면 9월 IPO가 가능하다고 했다. (TIME은 오픈AI와 라이선싱·기술 계약을 맺고 있다. TIME 소유주 마크 베니오프가 CEO인 세일즈포스는 앤스로픽 투자자다.)
경영진 이탈도 잇따랐다. 올트먼이 지난해 2인자로 영입한 전 인스타카트 CEO 피지 시모, 안전·윤리·연구 조직 책임자들이 떠났다. 최근 몇 주 사이엔 8개월 만에 물러난 드니즈 드레서 최고매출책임자(CRO)와 브래드 라이트캡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회사를 나갔다.
밖에서도 압박이 커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거액의 보수로 오픈AI 핵심 연구자들을 빼갔다. 구글 제미나이는 월 10억 명 이상에게 도달한다. 애플은 영업비밀 절취를 주장하며 오픈AI를 제소했다. 오픈AI는 이를 부인했다.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회사와 올트먼이 비영리 사명을 배신했다며 소송을 냈다. 자문 배심이 “제소가 너무 늦었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한 뒤 연방법원은 지난 5월 청구를 각하했고, 머스크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가장 큰 타격은 신뢰의 붕괴였다. 오픈AI는 캘리포니아에서 최소 12건의 제조물책임 소송을 방어하고 있다. 챗GPT가 망상이나 자살 사고를 강화했고 일부 사건에선 이용자 사망에 기여했다는 연방 소송도 있다. 회사는 피해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기본 보호 장치를 강화한 ‘10대용 챗GPT’를 내놨다. 봄에는 올트먼의 집이 이틀 사이 두 차례 공격받았다. 처음엔 화염병, 다음엔 총격이었다.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은 데이터센터를 싫어한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다. AI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내부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기업가치 1조 달러에 육박하는 회사는 여전히 부러운 자리에 있다. 챗GPT는 활성 사용자 10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AI 서비스 중 하나다. 다만 챗GPT는 더 이상 회사 미래의 중심이 아니다. 올트먼 자신도 한 달가량 챗GPT 대신 코딩 도구 ‘코덱스(Codex)’를 주로 썼다.
1년 전 시장은 오픈AI의 대규모 컴퓨팅 투자를 무모하다고 조롱했다. 회사는 올해만 컴퓨팅에 500억 달러를 쓸 전망이다. 컴퓨팅 부문을 총괄하는 사친 카티는 ”이제 그 결정은 대단한 선견지명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컴퓨팅이 부족하다. 오히려 훨씬 더 사뒀어야 했다”고 했다. 앤스로픽의 칩 갈증도 절박하다. 지난 5월 스페이스X로부터 연산 용량을 사기 위해 월 12억 5000만 달러(추산치)의 계약을 맺었다. 스페이스X 창업자 머스크는 앞서 앤스로픽의 AI를 “인간혐오적이고 악하다”고 했던 인물이다.
제품·사업 운영을 사실상 총괄하게 된 그레그 브록먼 공동창업자 겸 사장 아래에서 회사는 전선을 좁혔다. 영상 생성 앱 ‘소라(Sora)’, 디즈니와의 협업, 독립형 브라우저 ‘아틀라스(Atlas)’를 접거나 축소했다. 올트먼도 회사가 너무 얇게 퍼져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락 뒤의 상승이 더 재미있습니다.”
“AI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는 게 회사의 어떤 성장 모멘텀보다 중요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우리를 탈출한 모델
아스트라 시연 며칠 뒤,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7월 말 오픈AI는 미출시 에이전트들이 ‘샌드박스’라 불리는 격리 테스트 환경을 탈출해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공격했다고 공개했다. 개발자들이 AI 모델·데이터셋을 올리는 플랫폼이다. 올트먼은 “공상과학 소설 같다”고 했다. 이후 오픈AI 연구팀은 일부 실험을 중단하고 작업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샌드박스 보안을 강화했다.
그런데 가장 큰 성능 도약이 기대되던 또 다른 미출시 모델의 학습 도중 이상 징후가 잡혔고, 오픈AI 경영진은 새 보안 조치를 갖출 때까지 학습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 결정을 내린 날, 기자는 올트먼을 만났다. 그날 그는 눈에 띄게 침울해 했다.
회사는 애초 허깅페이스 사건을 ‘보안 실패’로 규정했다. 올트먼은 이를 더 근본적인 ‘정렬(alignment)’ 실패로 보게 됐다. AI가 인간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업계는 모델이 강해질수록 정렬 유지가 통제권 유지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제부터 어떤 정렬 실패든 ‘이건 큰일’이라는 태도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고 그는 말했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쓸 것이다.” 사흘 뒤 후속 인터뷰에서는 더 분명히 말했다. “AI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는 게 회사의 어떤 성장 모멘텀보다 중요하다.” 회사는 속도를 늦추고, 안전 정렬 업무에 지원을 배치하고, 팀간 협업 방식을 바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 재부팅에 관한 이 기록은 오픈AI 경영진과 직원, 투자자, 고객, 경쟁사 관계자 20여 명과의 수십 시간 인터뷰, 그리고 기자가 8월 중 2주간 본사에서 직접 지켜본 장면들에 바탕을 둔다.
그 대화들에서 드러난 것은 두 가지 재발명을 동시에 시도하는 조직이었다. 하나는 사업이다. 오픈AI는 앤스로픽에 선두를 내주게 만든 제품·운영상의 실패를 이제 고쳤다고 믿는다. 다른 하나는 정체성이다. 회사는 창사 이래 최악의 안전 위기를 발판 삼아, 경쟁자가 오랫동안 자기 것이라 주장해온 자리를 노린다. 기술이 너무 위험해지면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프런티어 연구소라는 자리다.
올트먼은 “사람들이 저를 AI 안전에는 관심 없고 매출만 올리려 하는, 말하자면 ‘욜로(YOLO) CEO’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속도를 줄이기로 한 것은 고통스러운 선택이었다고 경영진은 말한다. 그러나 득이 될 수도 있다. 오픈AI가 ‘안전 우선 연구소’라는 간판을 되찾으면 이미지를 회복하는 동시에, 대형 상장을 준비하는 경쟁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오픈AI가 멈춰 선 동안 앤스로픽은 계속 달릴 것인가.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재러드 캐플런은 올해 초 TIME 인터뷰에서 경쟁자들이 “맹렬히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혼자 자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오픈AI가 다음 도약을 낼 학습을 스스로 붙들고 있다면, 그 논리는 힘을 잃는다.
물론 이 전환을 의심할 이유도 있다. 오픈AI는 안전 조직을 이끌던 인물 상당수를 잃었고, 일부는 떠나며 회사의 상업주의를 공개 비판했다. 적자 사업은 상장을 앞두고 새 모델을 계속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는 이미 자기도 모르게 통제를 벗어나게 만든 기술을 스스로 단속할 수 있다고 대중에게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처지다.
“우리는 경제 전체를 바꾸는 일을 보고 있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사장

이 모든 와중에 경영진은 인류의 진로를 바꿀 문턱에 다가섰다고 믿는다. 범용인공지능(AGI)이다. 오픈AI 헌장은 AGI를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대부분의 노동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도달했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더 이상 먼 이야기로 말하지도 않는다. 첸 최고연구책임자는 “80%까지 왔다”고 했다. 브록먼은 2년 뒤 돌아보면 지금이 AGI가 만들어진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했다. 올트먼은 “아직은 아니다”라면서도, 연말이면 자신이 AGI라 부를 내부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표는 비영리 연구소로 출발한 회사의 창립 이념이었다. 그 연구소는 이제 어지러운 상업적 야망을 가진 기업이 됐다. 오픈AI는 자체 칩과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소비자 기기를 준비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계획하며, 연산 인프라를 외부에 팔지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 항목은 주요 투자자인 아마존과의 정면 충돌을 뜻한다. AI를 향한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회사는 향후 수년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가 되겠다는 자리를 잡고 있다. 브록먼의 표현은 이렇다. “우리는 경제 전체를 바꾸는 일을 보고 있다.”
올트먼이 AI 붐의 얼굴이라면, 요즘 회사를 실제로 굴리는 사람은 브록먼이다.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분석형 엔지니어인 그는 오픈AI 역사의 대부분을 관리자가 아닌 기술 담당 공동창업자로 보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매출부터 제품 마케팅까지, 그의 표현으로 “모델을 연구에서 고객 가치로 옮기는 기계 전체”를 넘겨받았다. 올트먼은 재무와 연구, 소비자 하드웨어를 직접 챙긴다. 두 사람은 권한이 겹치는 ‘창업자 짝’으로 움직인다. 올트먼이 AI를 향한 대중의 두려움과 분노를 흡수하는 동안, 회사는 균형추로 브록먼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마찰의 소지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 특정 사안의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다수는 이 이중 구조가 회사를 궤도에 되올렸다고 말한다. 스쳐 지나간 외부 임원들이 갖지 못했던 권위로 브록먼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브록먼은 잇단 경영진 교체를 ‘집중’을 향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맞는 구조와 전략을 갖췄는지 계속 되짚어왔다는 얘기다.
코딩에서 밀렸다

지난가을, 앤스로픽이 코딩 제품으로 선수를 쳤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앤스로픽은 소프트웨어 작성이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임을 알아봤다. 클로드 코드는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날아올랐고, 이어 기업 시장 전반으로 퍼졌다. 최근까지 챗GPT를 이끌었고 지금은 신설 기업용 제품 부문을 맡은 닉 털리는 “앤스로픽은 코딩에서 정말로 무언가를 발견했다”며 “우리는 거기서 앞서 있지 않았다”고 했다.
챗GPT의 “폭발하는 소비자 성장”에 정신이 팔려 코딩을 우선순위로 삼지 않았다고 올트먼은 인정했다. 브록먼은 코딩 벤치마크에서는 “항상 앞서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개발자가 “지저분한 실제 코드베이스” 안에서 AI를 어떻게 쓰는지에는 관심이 덜했다는 것이다. 작업 중단, 모델의 말투, 그리고 “채택을 좌우하는 마지막 단계의 자잘한 상처들” 같은 것들이다.
기업 영업 조직도 만들지 못했다. 브록먼은 "1년 전 우리는 게임에 아예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했다. 세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더 직설적이다.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올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순진했다.”
지난 3월 회사는 소라를 접고 부족한 연산 자원을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로 돌린다고 발표했다. 코덱스는 챗GPT와 별개 서비스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성장세가 다른 신제품을 압도하고, AI 코딩 능력이 비개발자에게도 쓸모를 갖기 시작하자 경영진은 분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결론 냈다. 코덱스의 에이전트 기능을 챗GPT로 끌어오면서 두 조직의 연산과 제품 팀을 합쳤다. 고객이 마주한 결과물이 최근 나온 ‘챗GPT 워크’다. 챗봇을 답하는 도구에서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내에서 이 과정은 ‘더 머지(The Merge)’로 불린다.
효과는 있었다. 지난 7월 기업 매출이 처음으로 소비자 매출을 넘었다. 챗GPT 안에서 시작한 광고의 초기 성과도 좋아, 경영진은 광고 물량을 늘리고 있다. 프라이어에 따르면 챗GPT 소비자 이용자의 92%가 구독료를 내지 않는데, 광고 수익으로 이들의 무료 이용을 보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회사는 ‘스폰서드 에이전트’도 조용히 시험하고 있다. 광고를 클릭한 이용자가 브랜드가 마련한 AI 경험 안으로 들어가는 형식이라고 이 사업을 이끄는 데이브 두건이 설명했다. 지난 3월 오픈AI는 기업가치 8520억 달러를 인정받아 1220억 달러를 조달했다. 민간 기술기업 자금조달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앤스로픽은 두 달 뒤 9650억 달러 가치로 650억 달러를 모았다.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은 AI 경쟁을 체스판에 비유한다. 결정적인 칸은 세 개다. 프런티어 모델 성능, 토큰의 가격과 성능, 모델을 감싼 제품이다. “우리에게 최고의 프런티어 모델이 있는가. 모든 작업에 맞는 가격의 토큰이 있는가. 그 모델을 둘러싼 최고의 제품이 있는가.” 그는 말했다. “지금은 셋 다 그렇다.”
그리고 회사는 미출시 모델 하나가 자기 벽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식은 딸의 출산으로 병원에 있던 야쿠프 파호츠키 최고과학자에게도 전해졌다. 내부 전용 연구 프로토타입 하나가 다른 회사를 해킹한 것이다. 그 모델은 격리돼 있어야 할 환경에서 사이버보안 벤치마크를 스스로 풀고 있었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를 푸는 대신 취약점을 파고들어 오픈AI의 벽을 넘고 허깅페이스 운영 시스템에 침입했다. 두 회사가 공개한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그곳에서 에이전트들은 자신이 평가받던 벤치마크의 정답을 손에 넣었다.
AI를 가르치는 데는 두 단계가 있다. 처음엔 글을 읽히며 다음 단어를 맞히게 한다. 이때 모델은 세상에 손대지 않는다. 다음 단계인 강화학습은 다르다. 실제로 일을 시키고, 잘하면 점수를 준다. 도구와 놀이터까지 준다.
여기서 함정이 생긴다. 모델은 ‘개발자가 원한 일’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점수를 더 받는 방법’을 배운다. 시험을 푸는 것보다 정답지를 훔치는 게 점수가 높다면, 정답지를 훔친다. 오픈AI는 목표와 도구만 줬다. 에이전트는 허락 없이, 속이는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갔다. 최근 사내 발표에 따르면 에이전트들은 비밀 게시판을 만들어 다음 수를 논의했다. 한 대가 격리 환경을 뚫고 인터넷에 닿은 순간 동료들에게 남긴 말은 이랬다.
“holy sh—t.”
경쟁사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앤스로픽은 제3자 평가 과정에서 자사 모델이 인터넷에 접근해 외부 조직에 무단 침입한 사건 3건을 공개했다. 메타도 유사 사례를 인정했다. 그런데도 오픈AI 건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발표됐고, 공격이 유독 정교했고, “사업을 안전보다 앞세웠나”라는 의심이 이미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회사는 저명한 안전 연구자들을 잃고 ‘대비(preparedness)’ 책임자를 여러 번 교체했다. 비판자들에게 생생한 증거물을 스스로 건넨 셈이 됐다.
8월 중순까지 프런티어 AI 기업 현직·전직 직원 1300명 이상이 ‘프런티어 속도 조절(Pacing the Frontier)’ 청원에 서명했다. 위험이 커지면 고성능 모델 개발을 늦출 장치를 만들라는 요구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주요 AI 기업들에 “인류의 이익을 위해” 개발을 멈추라고 요구하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입법으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속도를 늦춘다”

파호츠키는 실책 하나를 인정했다. 연구진이 만들어둔 안전장치를 정작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픈AI에는 모델의 ‘사고 연쇄(chain of thought)’, 즉 에이전트가 행동하며 남기는 계산 흔적을 들여다보는 도구가 있었다. 그러나 허깅페이스 해킹에 관여한 수준의 모델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보기를 달아놓고 켜지 않은 것이다. 시험 대상의 지능을 과소평가한 탓이었다. “그 시스템이 뭘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온전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AI에 대해서는 예상 못 한 일을 예상해야 한다.”
안전·정렬 부문을 이끄는 미아 글레이즈는 이 사건을 “분명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지금 하는 일들을 사건 전에 해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후 회사는 일부 연구를 동결하고 나머지 속도를 늦추며 샌드박스를 조이고 감시를 늘렸다. 마크 첸 최고연구책임자는 이 일이 위험을 보는 시각 자체를 바꿨다고 했다. 생물·화학 위협, 사이버보안, AI 자기개선처럼 심각한 피해를 낼 수 있는 역량을 다루는 공개 규정집 ‘대비 프레임워크’는, 배포 전 안전 기준선 통과를 약속한다. 파호츠키는 그 규칙도 기술 속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글레이즈는 “우리가 여러 건 내리고 있는 중간 크기의 고통스러운 결정들이 연구를 늦추고 있다”며 “그게 옳은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파호츠키는 이제 정렬·안전에 대한 확신이 컴퓨팅 확보만큼이나 진전을 가로막는 제약이 됐다고 말했다. 아스트라 출시 계획은 유효하지만, 공개 시점은 새 안전장치 통과 여부에 달렸다. 지도부는 출시일 지연 폭을 추정하지 않았다. 기술 격차를 주 단위로 재는 산업에서 짧은 중단도 매출 전망을 흔들고 경제 전반에 파문을 낼 수 있다.
그래도 회사는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입장이다. 파호츠키는 역량이 빠르게 커지면 기업들이 공조로 돌아설 것을 기대한다. 글레이즈는 역량이 오르는 만큼 안전 기준선도 계속 올리겠다고 했다. “안전하지 않은 지점에 이르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냥 그런 것이다.”
상장, AGI, 그리고 로봇

이번 사태가 오픈AI 기업공개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픈AI가 앤스로픽보다 늦게 상장할 것으로 본다. 두 회사 모두 구체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세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전사 회의에서 “2027년까지 상장하겠다. 성장세가 더 가팔라지면 그보다 앞당길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매출은 아직 밀린다. 오픈AI가 밝힌 연매출 환산 기준(런레이트)은 약 400억 달러로, 650억 달러를 넘긴 앤스로픽의 3분의 2 수준이다.
프라이어는 이미 상장사 예행연습을 해왔다. 주요 투자자들과 모의 실적발표까지 돌렸다. 그는 “당장 오늘이라도 상장할 수 있다”면서도, 상장이 새로운 압박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상업적 목표와 AI가 초래할 피해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회사에 특히 그렇다. “직원들이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주가 확인이 된다. 오늘 얼마 벌었나, 얼마 잃었나. 굉장히 산만해진다.”
올해 연구 목표 중 하나는 초급 AI 연구원의 일을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파호츠키는 ‘AI 연구 인턴’ 사내 기준을 이미 충족했다고 했다. 실험 아이디어를 주면 아스트라가 오픈AI 코드베이스에 구현하고, 실험을 돌려 결과를 내놓는다. 논문 한 편을 주면 사람이 일주일 붙들던 작업을 해낸다.
이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복리 순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AI가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실험을 돕고, 그 AI가 다음 세대를 더 빨리 만든다. 연구자들은 이를 ‘재귀적 자기개선(RSI)’이라 부른다. 파호츠키는 RSI와 정렬이 한 몸의 문제라고 했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여정에 함께 타는가. 그리고 점점 우리보다 똑똑해지는 AI에 뒤처지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실제 이득을 얻는가.”
제품 쪽 구상은 더 크다. 올트먼은 챗GPT와 코덱스, 업무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지우는 범용 AI 구독을 그린다. 사용자가 목표만 말하면 시스템이 어떤 모델·도구·에이전트를 붙일지 정한다. 결국은 묻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단계까지 간다. 일정과 재무 상황, 음악 취향을 파악한 채 알아서 콘서트 티켓을 사는 식이다. 챗GPT를 ‘답하는 도구’에서 ‘해내는 도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챗GPT·코덱스 통합 조직을 이끄는 티보 소티오는 “지속성과 상시 실행을 축으로 만든 제품을 보여줄 시점이 가까웠다”고 했다. 거의 어디서든 접속되고, 새 정보와 피드백을 받아 계속 일한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에겐 분명 처음 겪는 종류의 물건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드웨어도 준비 중이다. 오픈AI는 2025년 5월 전 애플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공동창업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인수해 제품·엔지니어링 인력을 흡수했다. 아이브와 그의 회사 러브프롬은 독립을 유지하되 회사 전반의 크리에이티브를 맡았다. 올트먼은 “소수의” 기기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탁자에 놓는 것, 주머니에 넣는 것, 몸에 걸치는 것이다. 계획을 아는 관계자들은 내년 초 나올 첫 제품이 작은 원반형 기기라고 전했다. 주변을 감지하고 챗GPT 음성으로 주인과 대화한다. “가장 큰 적응은 ‘먼저 움직이는 컴퓨터’라는 개념에 익숙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올트먼은 말했다.
언젠가 모두가 개인용 로봇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확실히” 만들겠다고 했다. 회사는 올트먼이 공동창업한 비침습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머지 랩스에 투자했다. 자체 설계 첫 추론용 칩 ‘할라페뇨(Jalapeño)’는 모델을 학습시키는 대신 구동하는 용도로, 연말부터 배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인프라 사업 진출도 저울에 올랐다. 7월 조지아주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발표했고, 8월엔 오하이오주의 더 큰 부지 임대 계약을 맺었다. “지을 계획인 컴퓨팅 전부를 매우 수익성 있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올트먼은 말했다. “다만 세계 전체가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분명히 두려움을 느낀다.” 자체 인프라 구축이 충분히 빠르고 싸지면, 연산 용량을 외부에 파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경영진 설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클라우드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정면 승부다.
“곁길을 끊겠다”고 선언한 회사의 신규 사업 목록이 이렇게 길다. 이 모두를 한마디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브록먼은 두 단어를 내놨다. “퍼스널 AGI.” 수십억 명이 초지능 개인 비서를 갖고, 그것들이 지시를 기다리는 세계다. “거의 AGI, 어쩌면 곧 진짜 AGI가 당신 주머니에 들어온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취재·집필 Alex Heath
한국어판 편집 문상덕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