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스웨어 시대, 대학 교재 값은 누가 낼까

피어슨 교재 110종이 프리윌린 코스웨어에 들어가지만, 미국처럼 등록금에 얹기 어려운 한국에서는 교재비 재원을 새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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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코스웨어 시대, 대학 교재 값은 누가 낼까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디지털 버전의 피어슨’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사진=프리윌린

AI 교육기업 프리윌린이 글로벌 교육기업 피어슨의 고등교육 콘텐츠를 국내 대학 강의에 공급한다. 양사는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프리윌린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피어슨 고등교육 부문이 한국 대학용 AI 코스웨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첫 사례다.

한국어로 옮긴 피어슨 교재 110여 종이 프리윌린의 대학용 AI 코스웨어 '풀리캠퍼스'에 연계된다. 2028년까지 150종 이상으로 늘린다. 수학·과학에서 의학·간호·공학·경영·IT 전공까지 포함한다. 풀리캠퍼스를 쓰는 대학 수강생은 한 화면에서 교재 열람부터 문제 풀이, 진단, 보충학습까지 할 수 있다.

이번 협업으로 프리윌린은 기초 과목에 머물던 코스웨어를 전공 수업까지 넓힌다. 피어슨은 디지털 교재를 한국 대학에 유통할 통로를 얻는다.

이날 간담회에서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디지털 버전의 피어슨’을 꿈꿔왔다”며 말을 열었다. 질 높은 콘텐츠를 가진 에듀테크 기업을 뜻했다. 그는 “좋은 기술보다, 좋은 콘텐츠에서 시작해야 학습 효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능을 더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에클라비아 바베 피어슨 고등교육(HED) 아시아퍼시픽 리전 헤드는 “가장 효과적인 혁신은 각 지역의 맥락과 교육기관·학습자의 실제 요구를 반영할 때 가능하다”며 “프리윌린은 한국 고등교육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갖추고 있었다”고 답했다.

황재철 프리윌린 풀리캠퍼스 총괄본부장은 “이미 대학들과 전공 수업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비용이다. 피어슨의 교재를 풀리캠퍼스에 얹는 기술적 준비는 끝났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아직 그 값을 누가 낼지 확실치 않다.

미국에서 피어슨은 교재비를 등록금에 얹어 자동 청구하고, 원치 않는 학생만 빠지게 한다. ‘인클루시브 액세스’로 불리는 이 방식은 인쇄 교재보다 최대 70% 싼 값을 앞세워 600여 개 기관에 퍼졌다. 지난해 19%, 올 상반기 20% 성장해 피어슨의 미국 코스웨어 매출 절반을 채웠다. 하지만 한국에선 고등교육법상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 걸려있고, 그마저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지원에 불이익을 받는다.

김선형 피어슨코리아 이사는 “한국 대학 특성상 등록금에 교재 값을 넣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1일 프리윌린 본사에서 열린 피어슨과 프리윌린의 고등교육 콘텐츠·대학 AI 코스웨어 파트너십 업무협약식에서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프리윌린

수익 모델은 한국 에듀테크가 풀지 못한 과제다. 콴다 운영사 매스프레소는 지난해 매출 164억 원에 영업손실 111억 원을 내고 자본 잠식에 빠졌다. 수백만 명이 콴다의 문제풀이 서비스를 썼지만, 유료화에 실패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2000억 원을 넣은 소크라AI(옛 뤼이드)의 누적 결손금은 2000억 원에 육박한다.

프리윌린은 선생님을 고객으로 잡아 실패를 피했다. 수학 문제은행 서비스인 매쓰플랫은 학생별 학습지 제작과 오답 관리 등 반복 노동을 대신 처리한다. 지금도 매쓰플랫 고객의 95%가 학원 선생님이고, 재구매율도 97%에 근접한다. 이곳 지난해 매출은 196억 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었고, 영업손실은 23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셈법은 더 복잡하다. 수요는 있다. 풀리캠퍼스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에 대학 측의 의뢰가 있었다.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해 자퇴하는 학생들을 잡아달란 것이었다. 2024년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10명 중 1명이 학교를 떠나고 있었다. 기초학력 미달 탓이 컸다. 지금은 80여 개 대학에서 풀리캠퍼스를 쓴다. 학생들은 풀리캠퍼스에서 기초학력 진단을 받고, 반복 학습을 거쳐 성적을 높인다.

황 본부장은 “전공 수업도 교수님들이 ‘기초학력 말고 전공은 없냐’고 해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재원이다. 기초학력 진단의 재원의 상당액은 정부 지원금에서 나온다. 전공 수업으로 넓히자면 그만큼의 교재 값을 대학에서 더 내야 한다. 황 본부장은 “초기엔 정부 지원사업 등으로 비용을 충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면서 서비스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비용을 더 들여) 디지털 교재를 쓰는 대학엔 보다 합리적 가격에 미국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모델도 있을 것”이라며 “옵션을 모두 열어 놓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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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덕

문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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