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성분을 처음 협상한 침대회사
30여 년간 범용 경강선을 받아 쓰던 시몬스가 포스코와 바나듐 강선을 공동 개발하고, 고려제강까지 끌어들여 3자 협약을 맺었다.
스프링 성분을 처음 협상한 침대회사
30여 년간 범용 경강선을 받아 쓰던 시몬스가 포스코와 바나듐 강선을 공동 개발하고, 고려제강까지 끌어들여 3자 협약을 맺었다.

문상덕 에디터

지난 21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시몬스 팩토리움. 외부인 출입을 막는 껌껌한 방에 들어섰다. 방 전면의 장막이 올라가자 유리창 너머로 층고 9m의 생산동이 통째로 눈에 들어왔다. 시몬스가 파는 모든 매트리스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관람객이 선 자리에서 가장 먼 구석에 스프링 설비가 있었다. 실타래처럼 감긴 철사 다발을 걸어 기계에 물리면, 열을 받은 철사가 코일 형태로 감겨 나온다. 시몬스가 쓰는 포켓스프링은 오리지널·S·I·더블·어드밴스드 다섯 가지다. 기본적으로 가운데가 넓고 위아래가 좁은 항아리 모양이라 옆 스프링과 부딪히는 간섭이 적다고 권오진 시몬스 상무는 소개했다. 스프링의 종류와 형상이 곧 기술이어서 관람 동선에서 가장 먼 곳에 설비를 뒀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회사가 비밀에 부친 이 설비가 30여 년간 철사에 할 수 있었던 일은 그것이 전부였다. 형태는 열을 가해 바꿀 수 있었지만, 성분은 손댈 수 없었다. 시몬스가 쓴 것은 일반 경강선이었다. 국내 침대업체라면 어디나 같았다. 범용 제품을 받아써야 했다.
이유는 협상력이었다. 김동현 시몬스 생산담당 이사는 이날 투어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저희 침대 시장은 철강 산업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영세한 시장”이라며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철선보다 아파트에 들어가는 철근 규모가 훨씬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침대업체가 ’우리 신소재를 쓰고 싶어’라고 해도, 포스코와 이야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매트리스 스프링이 만들어지려면 세 회사가 필요하다. 철 모재를 만드는 제강사, 이를 가는 철사로 뽑는 신선사, 선재를 받아 스프링과 매트리스로 완성하는 제조사다. 통상 제조사는 신선사와만 소통한다. 김 이사는 이를 “포스코→신선사→시몬스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라고 부연했다.
시몬스가 견주는 상대는 해외 하이엔드 침대업체들이다. 시몬스는 지난해 8월 김민수 전 루이비통코리아 총괄대표를 대표로 영입하면서 “세계 4대 명품 침대로 꼽히는 스웨덴의 덕시아나·해스텐스, 영국의 바이스프링·히프노스가 침대에 국한됐다면 이를 넘어 시몬스 자체를 럭셔리 브랜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프리미엄을 설명하는 방식이 소재였다. 스웨덴 덕시아나는 지난 30년간 모든 침대 스프링을 특수강 공급사인 스즈키 가피탄의 선재로 만들어왔다고 강조한다. 영국 바이스프링은 매트리스 스프링을 전량 바나듐강으로 만든다는 점을 앞세운다.
시몬스 관계자는 “바이스프링이 쓰는 바나듐강에 착안, 포스코에 스프링 선재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시몬스는 포스코와 수년간 연구 개발한 끝에 2024년 7월 바나듐 특수합금강 기반 스프링 강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했다. 바나듐은 탄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합금 원소로 항공·방위산업 등에 쓰인다. 시몬스는 이 강선으로 만든 포켓스프링에 하루 20만 번씩 40여 일간 누적 1000만 회 반복 압축 시험을 했고, 스프링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강사를 끌어낸 지점은 원가가 아니라 소재의 격이었다. 김 이사는 “경강선이라 하면 철강 업계에서는 제일 저렴한 소재 중 하나”라며 “포스코 쪽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의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포스코에서도 매트리스 업계에 조금 더 고급화된 소재를 제안하고 싶었는데, 막상 원가가 올라가더라도 써보겠다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사의 니즈가 맞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몬스는 업계에서 ‘포스코산 경강선’을 광고 문구로 쓴 것도 자사가 처음이라고 했다.
“프리미엄 강재 공동 개발”

소재를 개발한 뒤에도 갈증은 남았다. 김 이사는 “수급과 품질 관리가 조금 덕 안정적이면 좋겠다는 갈증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2~3년 연구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 개선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는 갈증이 생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몬스는 선재를 뽑는 신선사를 국내 1위 특수 선재 가공업체인 고려제강으로 바꾸고, 올해 1월 포스코·고려제강과 3자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김 이사는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새로운 플레이어가 필요해 보였고, 기왕이면 국내 넘버원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 티어에 있는 플레이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려제강을 포함해 3자 MOU를 맺은 건 안정적 공급을 위한 것”이라며 “바나듐 소재 이후 추가로 프리미엄급 강재 개발을 위한 기술교류 성격도 있다”고 밝혔다.
소재가 바뀐 것은 아니다. 김 이사는 “스프링을 만드는 공급망 생태계가 새로 구축됐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제품의 품질이 떨어졌거나 협약 이후 갑자기 개선됐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도 했다.
바이스프링이 스프링을 자체 공방에서 감는 것과 달리, 시몬스는 소재 개발과 가공을 외부 철강사와 나눠 맡는 방식을 택했다. 이종성 시몬스 생산·물류전략부문 부사장은 “다른 브랜드들이 스프링의 겉모습은 흉내 낼 수 있겠지만, 이토록 깊고 견고한 공급망 생태계를 단기간에 모방하거나 우리의 수준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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