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관세에서 주권 논쟁까지, 미·캐나다 전선 확전 중
미국과 캐나다는 서로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관세에 이어 언어 문제와 호수 이름까지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보복 관세에서 주권 논쟁까지, 미·캐나다 전선 확전 중
미국과 캐나다는 서로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관세에 이어 언어 문제와 호수 이름까지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장유정 에디터

캐나다가 9월 8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약 200억 달러어치에 15~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매긴 관세에 맞서 ‘달러 대 달러, 세율 대 세율’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관세와 달러 대 달러, 세율 대 세율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협상 결렬 직후 캐나다산 수출품 약 200억 달러어치에 최고 50%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주말 미·캐나다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나왔다. 양국은 결렬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캐나다에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도 대가로는 너무 적은 것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WHY WE WROTE THIS
동맹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관세를 넘어 호수 이름, 언어, 문화 정체성까지 번지고 있다. 경제 논리가 국가의 자존심과 주권을 건드릴 때 갈등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50% 관세가 22일 발효된 직후 “달러 대 달러로 맞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샹파뉴 장관은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적용한 관세율을 기준으로 품목별 보복관세율을 정하겠다고 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세수 확보가 아니라 미국 관세로 타격을 입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복관세는 미국산 700여 개 품목을 겨냥한다. 해산물·치즈·의류·화장품·화장지 등 생활 소비재부터 스마트폰·카메라·비디오게임 콘솔, TV·라디오 송신기·레이더 장비까지 포함됐다. 맥주·와인·증류주 등 주류와 분유·농축유·유청단백질 같은 유제품 원료, 목재 주방용품과 아이스하키 장비도 대상이다. 목록에는 꿀·깃털·소금·베이킹믹스 등 예상 밖의 품목도 담겼다.
산업재뿐 아니라 일상 소비재와 전자기기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캐나다 소비자 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샹파뉴 장관은 “미국 관세로 타격받은 캐나다 산업이 자국 시장에서 미국 제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정성과 캐나다 노동자·기업 보호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캐나다 교역 규모는 8723억 달러였다.
협상의 걸림돌이 된 프랑스어
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어와 퀘벡 문화였다. 카니 총리는 미국 협상단이 스트리밍 플랫폼의 프랑스어 콘텐츠 노출도와 프랑스어 표기 규정을 무역 관점에서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퀘벡주 레비에서 프랑스어로 “미국인들에게 프랑스어, 프랑코폰 문화, 퀘벡 문화, 캐나다 문화는 성가신 것이겠지만 우리에겐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의 시각 차가 엄청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니 총리가 퀘벡 표심을 겨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캐나다인의 프랑스어 사용에 간섭할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단독 공용어로 쓰는 지역이다. 포장재 프랑스어 표기 의무화 등 강력한 언어 보호 법제를 운영한다. 지난해부터는 콘텐츠 플랫폼의 프랑스어 콘텐츠 노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온타리오 호수를 아메리카 호수로”
관세 갈등은 지명과 주권을 둘러싼 공방으로도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아메리카 호수’로 바꾸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는 온타리오와 거래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온타리오호는 오대호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국 뉴욕·펜실베이니아주에 접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나라를 상대해봤지만 캐나다가 가장 까다롭고 비합리적”이라며 “캐나다는 수십 년간 미국에 ‘바가지를 씌워(ripping off)’ 왔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인사들은 캐나다를 미국의 주에 빗대는 발언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기지만, 주가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자격은 없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메인주의 한 정치 집회에서 캐나다를 “주”라고 지칭했다가 “프로이트적 실언”이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병합해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카니 총리는 이를 강하게 거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자동차·트럭·부품·철강에 대한 관세를 2027년 1월 1일부터 50%로 인상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협상 결렬이 일회성 충돌에 그치지 않고 추가 관세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글 Tiago Ventura
편집 장유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Canada Retaliates Against Trump’s Tariffs With Levies of Up to 50% on U.S. G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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