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 프로젝트, 기후 블랙홀 될 것”
반도체·AI에 1500조 원을 쏟아붓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후에너지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3대 메가 프로젝트, 기후 블랙홀 될 것”
반도체·AI에 1500조 원을 쏟아붓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후에너지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장유정 에디터

“AI를 ‘기후 블랙홀’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게 저희가 안고 있는 모순이자 극복해야 되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양한나 기후에너지환경부 정책기획관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성과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축사를 맡은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 때문에 탄소 배출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상쇄할 추가 감축 방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메가 프로젝트로 내걸고 약 1천 5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론회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기후변화학회, 한국환경정책학회, 혜화포럼과 함께 주최했다.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과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 박찬 서울시립대 교수, 이상복 이투뉴스 선임기자,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장용철 충남대 교수, 양한나 정책기획관이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는 류종성 서경대 교수, 좌장은 전의찬 세종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기후·에너지·환경 정책 기조를 흔드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을 늘리더라도, 그 물량이 기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는 데 쓰이지 못하고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추가 수요로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추가 전력 수요는 약 38.4GW, 연간 260TWh로 전망된다. 2025년 국내 총발전량 596TWh의 약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20일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토론회에서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이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메가 프로젝트의 수요를 조달했다고 칩시다. 그러고 나면 기존의 화석연료·핵에너지 비중은 무엇으로 대체하는 것입니까.”
권 활동가는 “낡은 집을 수리하려고 모아놓은 자재를 별안간 무허가 옥탑방 올리는 데 쓰자는 격”이라고 말했다.
추장민 명예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산업과 사회 규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에서는 전통적 환경 정책보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망 구축에 무게가 실렸다고 봤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2025년 6월 4일~2026년 7월 31일) 언론 보도 449개 키워드, 14만2423건을 분석했다. 대통령이나 정부 부처가 함께 언급된 기사 5만9578건에서는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에너지 고속도로’의 언급 비중이 각각 1.73%p, 1.82%p 높았다. 반면 ‘기후적응’ 비중은 2.51%p 낮아져 1위에서 3위로 내려갔다.
산업 확대에 대응하는 에너지 인프라 논의가 부각된 반면, 기후적응·순환경제 등 다른 환경 의제의 노출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이에 추 명예연구위원은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은 전기화가 탈탄소의 핵심이라고 보면서도, 전력 수요 증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가 전력이 필수적인 수요와 그렇지 않은 수요를 나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봄가을에는 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현재 발전 설비가 부족한 나라는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양 정책기획관은 8명의 토론이 끝난 뒤 마지막 발언에서 반도체 전력 수요와 기후위기 대응의 모순을 인정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 추가 전력 수요를 어떤 발전원으로 조달하고, 그에 따른 배출 증가를 어떤 감축 수단으로 상쇄할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양 정책기획관은 지난해 10월 환경부와 산업통상부 에너지실이 통합되면서 에너지 공급과 기후 대응을 한 부처에서 함께 고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9~10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초안을 공개하고, 공론화 절차를 거쳐 12월 정기국회 종료 전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력 공급 방안과 신규 원전 반영 여부도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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