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의 데이터센터 패닉

1년 전 유치 경쟁 벌였던 주지사·의원들이 전기요금 인상과 일자리 불안에 밀려 줄줄이 규제로 돌아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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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의 데이터센터 패닉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는 사실상 데이터센터 찬반 투표가 됐다.사진=TIME

1년 전만 해도 미국의 주 지도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데이터센터 유치에 목을 맸다. 세금 감면, 기반시설 지원, 파격적 조건을 앞다퉈 내걸었다. 그런데 민심이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은 지난 3월부터 7월 사이 12%포인트 늘었다.

이제 11월 중간선거는 사실상 데이터센터 찬반 투표가 됐다. 전기요금 인상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하마라는 시선, AI 탓에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한데 얽혔다. 민심을 따라가려는 공화당 후보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충돌도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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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전력망과 지역 수용성 문제를 앞두고 있어, 미국 중간선거에서의 데이터센터 논쟁은 우리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텍사스·미시간·플로리다의 표변

텍사스에서는 켄 팩스턴 후보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기술을 쓸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센터를 막고, AI가 아동 안전을 침해할 경우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내놨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지난해 11월 텍사스를 “AI 경주의 진원지”라고 자랑했다가, 이달 3일 신규 허가 중단을 선언했다.

미시간에선 공화당 상원 후보 마이크 로저스가 지난주 신규 데이터센터 1년 유예를 요구했다. 얼마 전까지 건설을 지지했던 인물이다. 민주당 압둘 엘사예드 후보는 전력 비용 자체 부담, 용수 사용 제한, 지역사회의 “실질적 발언권” 보장을 요구한다. 그는 앞서 연방 차원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전엔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이달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해 차기 주지사로 유력한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이 광고 한 편에 2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주민을 데이터센터로부터 지키겠다”는 내용이었다. 몇 주 전만 해도 반대론자들을 과거에 발목 잡힌 사람들이라 비웃으며 “금지 조치란 없다”고 단언했던 그다.

트럼프라는 변수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편이다. 고성능 반도체가 전 산업에서 미국의 패권을 굳혀줄 것으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배정된 지원금을 지렛대로 반도체 기업 지분을 확보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를 거부하는 지역은 실수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를 금지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에 맞선 공화당 후보의 뒤끝은 대개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으니, 후보들이 “우리는 정말 AI 확장에 제동을 걸겠다”고 해도 유권자가 믿어주기 어렵게 됐다.

압박은 공화당만 받는 게 아니다. 위스콘신에서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 톰 티파니 하원의원이 민주당 상대 후보를 “데이터센터 데이비드 크롤리”라 부르며 세제 혜택 반대를 앞세운다. 크롤리 후보는 균형론으로 맞선다. 그는 경선 승리 전 본지 기자에게 ”데이터센터라고 다 같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다”라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주지사에 출마한 스테이시 개리티 주 재무관이 최근 신규 데이터센터 일시 유예에 찬성했다. 올해 초 “펜실베이니아가 더 많이 받아야 한다”던 입장을 뒤집었다. 같은 당도 아닌 현직 민주당 주지사보다 오히려 한발 더 나갔다. 조시 셔피로 주지사는 지난해 아마존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홍보했다가, 이후 신규 사업 신속 승인 제도를 없앴다. 개리티 후보는 “집 뒤까지 데이터센터를 불러들였다”며 그를 몰아세운다.

오하이오가 던진 경고

역풍이 가장 선명한 곳은 오하이오 상원 선거다. 현역 존 허스티드 상원의원이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에게 밀린다.

“이번 선거에서 그 무엇보다도, 데이터센터는 허스티드의 목에 걸린 닻이다.” 공화당 상원 선거조직이 지난주 만든 내부 문건의 표현이다. 액시오스가 먼저 보도했다.

브라운 후보 측 광고는 데이터센터 난립의 책임을 허스티드가 부지사 시절 벌인 유치 활동으로 돌린다. “허스티드는 오하이오에 이런 시설이 넘쳐나게 만든 주범이다. 전기를 빨아먹는 거대 시설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브라운의 오랜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일자리를 앗아가고, 권력을 소수에게 몰아주고, 서민 사정엔 관심 없는 테크 재벌을 살찌우는 AI 혁명. 데이터센터는 그 실체를 눈으로 보여주는 건물인 셈이다.

문건은 이렇게 덧붙였다. “브라운이 이 카드를 쓰는 건 통하기 때문이다.”

허스티드 의원은 의회에서 기업이 전력 비용을 스스로 물게 각 주를 유도하고, 새 송전망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냈다.

유출된 문건은 결국 자금력과 영향력을 갖춘 AI 업계에 “당장 뭐라도 하라”고 보낸 구조 신호였다. 업계가 이를 흘려듣는다면 2028년 대선 국면에선 훨씬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된다.

문건의 경고는 이랬다. “허스티드가 지고 그 원인이 데이터센터로 지목되면, 전국의 정치인들이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다음 데이터센터엔 아무도 손대지 않을 것이다.”

주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예상 밖 접전이 된 이 선거에서 공화당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전기요금을 나눠 지지 않는 데이터센터를 정조준하며 파격적인 공약을 얹었다. “당신 동네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집 전기요금은 안 내도 된다”는 것이다. 상대는 주 보건국장을 지낸 에이미 액턴 후보로, 노조 인력 의무 고용 등 자체 요구안을 들고 나왔다.

숫자로 본 역풍

기술 기업들이 연산 능력을 늘리는 속도가 지역사회가 이를 막는 속도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150개 지자체가 데이터센터를 금지하면서 누적 500곳을 넘겼다.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약 1600곳으로, 전국 전력 소비의 4%를 쓴다.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버지니아주다. 184곳이 230만 가구 몫의 전기를 끌어다 쓴다. 아이젠바흐 컨설팅은 버지니아주가 쓰는 에너지의 25%가 데이터센터로 흘러간다고 본다.

정치에서 악당 하나를 정해 몰아붙이는 건 나쁜 수가 아니다. 다만 몇 주 만에 말을 뒤집은 후보는 진심을 의심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돌아설 뜻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글 Philip Elliott, Senior Correspondent

편집 문상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The GOP'S Data Center P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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