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두가 여전히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라는 말은 줄었지만, 기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 뉴욕 기후주간에서는 ‘넷제로’ 대신 에너지 안보와 경쟁력, 전력 비용이 기후 의제를 대신했다.
사실, 모두가 여전히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라는 말은 줄었지만, 기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 뉴욕 기후주간에서는 ‘넷제로’ 대신 에너지 안보와 경쟁력, 전력 비용이 기후 의제를 대신했다.

장유정 에디터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절차에 착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 규제 완화 방침도 잇따라 발표하면서 미국에서는 기후 대응을 둘러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뉴욕 기후주간(New York Climate Week)도 위협받는 듯했다.
뉴욕 기후주간은 매년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행사다. 지난해 9월 행사를 앞두고 기업 임원들과 기후 활동가들은 참석을 망설였다. 미국이 여전히 기후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장소인지, 행사에 참석했다가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앞선 우려도 거의 사라진 듯했다.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진은 다양한 패널 토론에 참여해 AI로 인해 늘어난 전력 수요와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혼란, 에너지·기후 정책의 방향을 논의했다.
시위대는 거리로 나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도 일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이들은 참석을 기후주간이 아니라 유엔총회 일정의 일환으로 설명했을 수도 있다.
WHY WE WROTE THIS
한국도 지난해 10월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던 전기·재생에너지 정책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했다. 기후 대응이 환경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전력, 산업의 문제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여러 행사에서 오간 논의를 종합하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기후 의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발언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기후 문제를 계속 논의하는 데는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가 기업 경영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올해 뉴욕 기후주간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정치적 반발과 이에 따른 전력 가격 상승 문제도 반복해서 거론됐다.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폭풍과 폭염, 산불로 인한 피해가 실제 비용으로 돌아오면서 기업들도 기후변화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JP모건에서 기후 자문을 총괄하는 사라 캡닉은 기후주간 패널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변동성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지정학과 지속가능성, 기후, AI를 모두 함께 보고 있는 거죠.”
다만 뉴욕 기후주간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유럽 기후 분야 관계자는 미국 내 참여는 활발했지만 해외, 특히 유럽에서 온 주요 인사들의 참석은 다소 줄었다고 지적했다. 많은 유럽 관계자들이 미국까지 오는 대신 런던 기후행동주간(London Climate Action Week)이나 유럽 내 다른 행사에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기후 논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기존의 언어를 일부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후행동’, ‘넷제로’, ‘배출’이라는 표현은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에너지 안보’, ‘경쟁력’, ‘가격 부담’이 전면에 등장했다.
과거 기후주간이 내세웠던 야심 찬 목표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기후행동’이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아도, 탄소 배출 증가가 낳은 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새로운 접근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기후’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을 언급하지 않는 논의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기후변화의 충격이 현실이 되기를 기다리며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다. 이제는 이미 시작된 위기에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것인지, 배출의 원인에 맞설 것인지, 아니면 기후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발에 기대는 정치로 돌아설 것인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글 Justin Worland, Senior Correspondent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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