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PRI 홍태화 “대북 이벤트 올인, 국익에 도움 안 돼”
한미 관세 협상 실무진의 연쇄 이탈과 칸막이 행정으로 외교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홍태화 FPRI 펠로우는 "대북 외교에 올인하기보다 미국과의 신뢰 회복과 소다자협력 등 실용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美 FPRI 홍태화 “대북 이벤트 올인, 국익에 도움 안 돼”
한미 관세 협상 실무진의 연쇄 이탈과 칸막이 행정으로 외교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홍태화 FPRI 펠로우는 "대북 외교에 올인하기보다 미국과의 신뢰 회복과 소다자협력 등 실용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을 이끌던 두 축이 한 달 사이 모두 교체됐다. 협상 사령탑인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직권면직됐고, 대미 투자를 총괄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 전략투자본부장은 취임 두 달 만에 물러났다. 사유는 둘 다 ‘일신상’이었다. 외교부는 국회에 “관세 협상은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은 부처 간 조율을 마친 상태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외교 메시지는 다른 사안에 집중돼 있다. 최근 거론되는 북미 대화를 두고 정부는 스스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연일 성사 촉구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통일 라인이 모두 한반도 긴장 완화를 앞세우고 있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아시아 펠로우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 두 장면에 같은 배경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 같은 현안에서는 부처가 각자 소관 뒤로 물러서고, 남북관계에는 자원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것이다.
여야를 오가며 한국 정치권에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해 온 홍 펠로우는 지난 25일에도 국회에서 ‘미국의 대전략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했다.
홍 펠로우는 북미 대화에 대해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이란 전쟁을 둘러싼 외교적 부담을 털어내려는 계산과, 한국 정부에 누적된 불만이 함께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북미 회담 카드를 꺼내는데도 정부가 “긴장 완화”라며 환영으로 답하는 것을 두고는 “근본적인 위협 인식의 부재”라고 했다.
이어 그는 “미 조야의 대(對)한국 의구심을 풀지 못한 채 대북 이벤트에만 올인하는 것은 실질적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미대화, 타이밍 적절치 않아”
최근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는 스스로를 ‘페이스메이커’(Pacemaker)를 자처하며 연일 북미대화 성사 촉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청와대부터 외교, 통일 라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결단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홍 펠로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북미대화를 서두르는 진짜 배경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예측이 훨씬 어려워졌지만, 크게 보면 이란 전쟁을 둘러싼 외교적 부담을 털어내는 동시에 그간 한국 정부에 대해 누적돼 온 불만을 내비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 조야에 형성된 한국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북 이벤트에만 올인하는 것은 실질적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사정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짚었다.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군사·기술·경제적 지원을 얻으면서 외교적 고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고 홍 펠로우는 평가했다.
홍 펠로우는 “북한이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미국과의 접촉에 다시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남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양국 간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질지도 변수인데, 한국의 이해관계까지 충실히 반영될지는 더욱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소다자주의 외교로 시너지 내야”
홍 펠로우는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같은 해 6월 남북미 회담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소외됐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북미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단독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실에 머물러야 했다.
홍 펠로우는“2018년 남북대화가 2017년 말의 무력충돌 위기를 낮춘 데 기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 후 여러 차례의 북미 협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북협력에 외교 자원을 쏟아붓는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펠로우는 당시 한반도 상황에 대해 “2019년 여름 워싱턴의 최대 현안은 화웨이와 5G를 둘러싼 동맹국 압박이었다”며 “우리 정부는 통신·데이터 안보와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국가 원칙을 세우고 미국과 조율하기 위한 채널을 열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사례로 들며 주요 파트너국에 대한 ‘전략적 이해(strategic empathy)’가 부족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당시 단순한 대북 제재 완화 요청이 아니라 비확산·재무장·에너지 안보라는 유럽의 실제 관심사를 들고 갔어야 했다”며 “쿼드(Quad)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관망이 아닌 조기 참여로 나아갔어야 했다”고 했다. 당시 외교 정책의 초점을 남북 종전선언에 초점을 맞추느라 주요 사안에서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남북 대화 자체를 소홀히 하지는 않으면서도, 한정된 외교 자원을 한국과 유사입장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소다자주의 협력 확대에 배분해야 한다는 게 홍 펠로우의 주장이다. 방산 분야 등에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기능적 협력을 강화해 외교적 ‘시너지’를 끌어내는 게 국익을 위한 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한미일 협력에만 천착할 게 아니라 필리핀, 인도, 호주와도 기능적 협력할 수 있다”며 ‘비교우위에 따른 지정학적 분업’을 제안했다. 미국이 모든 전선을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식 동맹이 아니더라도 공동의 위협에 맞춰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홍 펠로우는 “우리가 한반도에서 홀로 중국을 감당할 것이 아니라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의 대중 견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라며 “핵심 수단은 단순한 완제품 무기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유지보수(MRO)를 하나로 묶은 ‘방산 생태계’의 수출 등”이라며 구체적 전략을 제시했다. MRO 허브 육성, 무기 생산 화력 지원, 인도태평양 산업 회복력 파트너십 내 역할 강화 등 장기적 협력 관계를 다지자는 것이다.
한미관계 회복에 주력
홍 펠로우는 이재명 정부가 시급히 해결할 문제 중 하나로 한미관계 개선을 꼽았다. 관세협상을 비롯해 외교·통상 현안을 두고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펠로우는 “이재명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외교부와 통일부 사이에서도 북한과 러시아 문제 등을 두고 엇박자가 나오고 있어 향후 중국 문제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타임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는 여당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대화 추진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당부하고 설득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홍 펠로우는 국회가 외교적 접촉면을 넓히는 노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현시점에서 여당이 북미대화 촉진에 우선순위를 두는 데는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바탕으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나 북미회담 카드를 던지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가 이를 그저 긴장 완화라며 '환영한다'로 반응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근본적인 위협 인식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가 여당 의원이었다면 현실적인 인프라 내에서 미국 내 보수 개신교 라인 등을 활용해 미국과의 균열을 메우기 위한 실질적 소통에 나서고, 한국의 정체성과 외교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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