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댈 물로 반도체 산업용수 충당? 사실상 “돌려막기”
정부는 나주댐 농업용수를 반도체 산업용수로 돌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논에 댈 물로 반도체 산업용수 충당? 사실상 “돌려막기”
정부는 나주댐 농업용수를 반도체 산업용수로 돌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장유정 에디터

“지금껏 농업용수는 조달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을 공급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효율화해서 생긴 증가분을 여유분이라고 가져가면 그건 돌려막기에 불과합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산업용수 공급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농업용수 공급을 효율화해 확보한 물을 신규 산업용수로 계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산업용수 수요는 용인 산단 하루 150만 톤, 호남권 산단 하루 65만 톤이다. 정부는 다목적댐·지역댐 활용, 하수처리수 재이용, 농업·발전용 댐 간 연계를 통해 이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국회물포럼 회장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김호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과 정혜련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이 각각 산업·농업용수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사회를 맡은 하승재 국회물포럼 사무총장은 이번 토론회가 36차 물포럼 가운데 가장 많은 참석자가 찾았다고 소개했다. 토론회는 2시간 예정이었지만, 농업용수 전환의 공급 안정성과 비용·보상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지면서 3시간을 넘겨 마무리되었다.
호남권 공급안에는 나주댐 농업용수 전환이 포함됐다.
김호은 정책관은 나주댐 물을 쓰던 영산강 하류 농경지에는 영산강 하천수를 대체 공급하고, 나주댐 용수 하루 21만 톤을 산업용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농경지에 공급할 물의 출처를 나주댐에서 영산강으로 바꾸고, 나주댐 물을 산업단지로 보내는 구상이다. 영산강 물을 농업용수로 쓰려면 수질정화와 대체공급 시설이 함께 필요하다.
정혜련 정책관은 개수로 방식의 농업용수 공급체계가 가진 손실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개수로, 흙수로를 스마트 관수로화하여 물 손실도 줄이고 물 부족을 해소하겠습니다.” 관수로화는 노출된 개수로·흙수로 대신 관으로 물을 보내 관리·누수 손실을 줄이는 방식이다. 농업용수 손실을 줄이고 대체공급 기반을 갖추면, 나주댐 물을 산업용수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수로화와 대체공급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은 “나주댐은 유역면적이 대략 100km²에 저수용량이 약 1억 톤 수준인데, 연간 농업용수 계획 공급량도 1억 톤 정도”라며 “매년 저수지의 물을 모두 사용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가뭄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강수량이 조금만 줄면 저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수량이 평년보다 줄어드는 가뭄 때도 산업용수를 댈 수 있는지가 공급 계획의 관건이다. 농업용 저수지의 공급 능력은 통상 10년 빈도 가뭄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10년 빈도의 가뭄은 10년에 한 번 발생한다는 게 아니라, 10%의 확률로 매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2027년부터 2050년까지 24년간 4번 정도의 가뭄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모두 임기응변 대책”이라며, “이정도 규모의 용수를 공급하려면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뭄 때 농업부문도 지하수와 다른 수원을 활용하고 있다며, 발전용 댐·농업용수 연계와 재이용수 확대만으로 대규모 신규 산업용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환경부 계획을 두고 “농업용수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호은 정책관은 극한상황에 어떤 용수를 우선 공급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용수도 포기하기 싫다”고 답했다. 수원을 추가로 발굴하고 연계 체계를 마련해 안정적인 물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농업용수 전환의 위험을 인식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셈이다. 다만 영산강의 농업용수 대체공급량과 수질정화시설의 가동 시점, 가뭄 때 농업·산업용수의 배분 기준, 관수로화와 관련 시설 보강의 추진 시점, 지역 보상 비용의 총액 및 부담 주체는 후속 계획에서 확인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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