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입법 못기다린다”는 정부, 野 “강경 대응” 예고

법 개정은 아직인데 '먹는 낙태약' 도입에 정부가 먼저 움직인다. 국민의힘은 안전성 검토와 법 정비가 먼저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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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낙태약, 입법 못기다린다”는 정부, 野 “강경 대응” 예고
프랑스 제약회사 러셀 위클리프가 개발한 낙태 유도제, 미프진. 전 세계 75개국에서 시판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회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먹는 임신중절약' 미프진(Mifegyne) 도입을 밀어붙이기로 하면서 여야정 충돌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만으로 신약 도입이 가능한 법의 빈틈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허가 과정 전반을 따지고 보완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3일 본지에 미프진 도입 관련 입법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에는 약물을 사용한 임신중절에 관한 규정이 없어, 식약처 품목허가만으로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에서 아직까지 보완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정부에서는 관련법이 개정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이어 “부처별 입장을 조정해 통일된 정부 입장을 마련하는 단계”라며 “법 개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미프진 도입 속도전을 우려하며 입법조치를 예고했다. 임신중지라는 행위의 허용 범위와 처방·투약 절차, 의료진의 거부권 등을 먼저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약물 낙태와 관련해 안전성 검증 기준 마련과 의료진의 '양심적 진료 거부권' 명시 등 보완 입법을 준비 중이다.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는 미프진 허가 과정 전반을 비롯해 약물 안전성 검토, 가교시험 여부 등을 파고들 예정이다.

조배숙 의원은 정부가 입법 절차 없이 약물품목허가로 미프진을 도입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조 의원은 이날 본지에 “임신중절을 약물로 진행하는 데 있어 여성의 건강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 등을 충분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정부가 법안 마련 절차 없이 우회해 약물을 도입한다면 당 차원에서 대응과 조치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또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미프진이 동양인에게도 안전한지 검증하는 ‘가교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최근 미국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제기되는 만큼, 여성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한지아 의원도 통화에서 “현재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 낙태에 대한 규정 자체가 빠져 있다”며 “당내 복지위원들은 이런 법적 빈틈을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이뤘으며 논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의원은 특히 의료진의 거부권 명시를 주요 보완 과제로 꼽았다. 한 의원은 “약물 사용 조건에는 의료진의 진료와 처방이 필수인데,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의 양심에 따른 진료 거부권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모자보건법 및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진의 양심적 거부권을 명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가 미프진 도입안을 구체화하는 것을 기점으로 여야정이 부딪힐 전망이다. 정부는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식약처를 비롯한 범부처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국무총리실, 법제처 등이 참여해 약물의 품목허가와 보험급여 적용 여부,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 사용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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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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