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싱크탱크 국립아시아연구소(NBR)의 나이젤 코리 객원연구원이 구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한국이 더욱 강화해야 할 제도적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기업도 한국 규제 당국의 처분을 법원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걸 이번 판결에서 보여줬다고 그는 봤다.
서울고법은 지난 3일 구글 엘엘씨와 구글코리아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구글이 게임사에 독점 출시를 조건으로 첫 화면 노출(피처링)과 해외 진출 지원을 제공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고 봤다. 다만 과징금 산정 기준인 관련 매출액을 지나치게 넓게 잡았다며 421억 5600만 원의 과징금은 취소했다.
코리 연구원은 본지에 “워싱턴에서 한국이 미국 기업에 자체적인 법 기준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핵심은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부”라고 했다. 그는 기업이 공정위의 조사와 처분을 법원에서 다툴 수 있는지를 절차적 공정성의 기준으로 꼽으며 “이번 판결은 그것이 왜 중요한지뿐 아니라 제도로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했다.
이 평가가 주목되는 것은 훨씬 큰 사건이 남아 있어서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7월 구글이 국내외 게임사에 구글플레이를 다른 앱 마켓보다 유리하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취급하라고 요구했다며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일종의 ‘최혜대우’ 요구다. 심사보고서상 관련 매출액은 약 14조 1600억 원. 법정 상한까지 부과되면 과징금은 최대 8496억 원이다. 법원이 방금 문제 삼은 관련 매출액 산정이 이 사건에서 다시 쟁점이 된다.
“美, 통상조사 개시할 수도”

NBR에서 아시아 국가의 디지털·통상 정책을 연구하는 코리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한국 규제 당국의 미국 기업 대우를 분석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한국 규제 당국의 미국 기업 규제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그는 미국 기업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 선정과 빈도, 절차적 공정성, 법적 구제 수단, 조사 사실 공개, 과징금 산정·부과에서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도 공정위의 쿠팡·구글 제재를 사례로 들었다.
코리 연구원은 ‘최혜대우’ 사건의 과징금 규모와 함께 산정 방식, 공정위의 조사 절차가 향후 미국의 반응을 가를 것으로 봤다. 한미 통상협상이 지연되고 미·EU 간 디지털 규제 갈등이 번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과징금이 발표되면, 미국은 이를 자국 기업 차별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9일 본지에 “올해 하반기 내 (처분) 결정도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일 구글 측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던 공정위는 8월 내로 구글 측 검토 의견을 받고, 연말까지 처분을 결정하기로 했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사건처럼 큰 건의 경우,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토 기간을 연장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플레이는 타 앱마켓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한국 개발자와 이용자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동안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왔고, 위원회 심의에서 법 위반이 없었음을 소명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코리 연구원은 “(이 건과 관련해) 미국이 통상 조사를 개시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문정 에디터 jay@timekorea.co.kr
이 기사 공유하기:
최문정 에디터
산업부 이슈를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