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미·캐나다 관세전쟁, 청구서는 소비자에게
미국과 캐나다가 2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관세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막 오른 미·캐나다 관세전쟁, 청구서는 소비자에게
미국과 캐나다가 2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관세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최문정 에디터
산업부 이슈를 다룹니다.

캐나다가 미국산 수입품 약 200억 달러어치에 부과한 보복관세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효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렬 이후 이 같은 보복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역시 지난 8월 양국 간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이달 말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캐나다산 일부 유제품과 오토바이, 주류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캐나다 여러 주(州)가 미국산 주류 판매를 금지한 데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 모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관세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양국 소비자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WHY WE WROTE THIS
미국과 캐나다가 서로 2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관세 비용은 결국 상품 가격을 통해 자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양국 국민이 관세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다른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었다.

아직은 “엄청난 충격 아냐”
트럼프 행정부는 유제품과 주류를 비롯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다양한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도 유제품과 철강 등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이 양국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은 지난해 캐나다의 대미 수출액 약 3820억 달러의 5% 수준이다.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적용되는 상품도 2025년 미국의 3300억 달러가 넘는 대캐나다 수출액의 약 6% 수준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무부 조세정책실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킴벌리 클라우징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로스쿨 조세법·정책 석좌교수는 “현재 양국의 관세전쟁으로 영향을 받는 교역 규모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다”며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상당한 영향이 있겠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전체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부담, 결국 소비자에게로
관세는 수입업자가 내는 세금이지만 그 비용은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가령 미국이 캐나다산 우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캐나다산 우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캐나다가 미국산 우유에 관세를 부과할 때도 마찬가지다.
클라우징 교수는 “관세를 부과하면 사실상 우리 자신에게 세금을 매기는 셈이고, 캐나다 역시 보복관세를 통해 스스로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라며 “미국 소비자의 비용을 높이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다. 카니 행정부의 조치는 미국 소비자가 아니라 캐나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는 캐나다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글로벌뉴스가 리서치 기업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캐나다 국민의 70% 이상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카니 정부의 조치를 지지했다. 60% 이상은 “비용 상승과 일자리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한 결정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분위기는 다르다. 또 다른 입소스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60%는 캐나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데 반대했다.
피터 모로 토론토대 경제학과 교수는 캐나다에서 보복관세에 대한 지지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정치인들이 관세의 경제적 비용보다 이를 “힘을 보여주는 신호”로 내세우는 경향을 꼽았다. 캐나다 비영리기관 앵거스리드연구소 조사에서도 캐나다 국민의 약 70%는 미국과의 ‘나쁜’ 무역협정을 거부한 카니 총리가 ‘강인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모로 교수는 “사람들이 보복관세를 힘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받아들여 이런 선택을 계속하게 될까 우려된다”며 “실제로는 양국 모두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활 수준을 낮추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징 교수는 카니 총리가 최근 캐나다의 주권을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맞서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낮은 수준에 머문 반면 카니 총리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여론조사업체 애버커스 데이터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의 53%가 카니 총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클라우징 교수는 “보복관세로 인해 스스로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캐나다 국민은 상당한 고통을 감내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안에 걸린 것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반면 미국인들이 캐나다에 특별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소비자들은 그만큼의 고통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조되는 미국-캐나다 갈등
최근 몇 주 사이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은 더욱 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내무부 장관에게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아메리카호(Lake America)’로 바꾸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 국민이 강하게 반발했고, 양국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자신과 카니 총리가 아이스하키 장비를 착용한 삽화를 올리기도 했다. 그림 속 카니 총리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어나라, 주지사(Get up, governor)”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카니 총리를 ‘캐나다 주지사’라고 불렀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는 것처럼 캐나다의 주권을 깎아내리는 듯한 표현이다.
클라우징 교수는 양국 간 긴장이 경제 관계를 계속 훼손하고, 갈등이 더 많은 산업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캐나다 무역전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실제 영향보다 발언의 수위가 더 높았다는 점”이라며 “현재까지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분명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무역전쟁을 둘러싼 발언만으로도 캐나다에서 미국과 사업하려는 의향이 크게 줄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국민과 기업은 현재 상황과 주권에 대한 위협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모로 교수는 양국이 “갈등이 더 격화되는 상황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느 시점에는 제안이 나와야 하고, 갈등에서 빠져나갈 출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그런 출구가 보이지 않고, 그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글 Chantelle Lee 기자
한국어판 편집 최문정 에디터 jay@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What the U.S. and Canada’s Trade War Could Mean for Pr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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