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경고, 네팔이 치르는 기후위기의 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의 0.1%에 불과한 네팔이 기후재난을 겪고 있다. 기후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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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경고, 네팔이 치르는 기후위기의 대가
2026년 9월 3일 네팔 라수와 지역 샤브루베시에서 발생한 돌발홍수로 주택들이 토사에 뒤덮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아직도 죽은 이들을 묻거나 화장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실종된 이들을 찾고 있다. 한때 집이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공허함을 느낀다.

네팔 북부 산봉우리에서 쏟아져 내려와 라수와와 누와콧 지역의 계곡을 휩쓴 대홍수는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이것은 히말라야가 보낸 경고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우며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국가들 때문에 우리의 산과 빙하는 온난화를 겪고 있다.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이제는 산업화된 국가들이 책임을 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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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빙하 붕괴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1000명 넘게 숨졌다. 기후변화가 예상치 못한 형태의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폭염과 홍수, 가뭄 등 극한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만큼, 기후재난에 대한 대비와 대응은 모든 국가의 과제가 되고 있다.

8월 31일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은 이번 홍수로 최소 1050명이 숨지고 292명이 다쳤으며, 3916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9만 명이 넘는다. 실종자 가운데 약 600명은 39개국에서 온 외국인이다.

처음에는 지진이 빙하 재해의 원인이라는 보고가 나왔지만, 이 판단은 곧 번복됐다. 지진계가 감지한 것은 지진이 아니라 온난화로 불안정해진 빙하가 랑탕리룽 산봉우리에서 떨어져 나와 계곡 바닥에 충돌하면서 일으킨 진동이었다. 그 충격은 규모 5.2의 지진에 달하는 정도였다. 이어 바위와 얼음, 진흙, 물이 뒤섞인 거대한 흐름이 보테코시-트리슐리 강 계곡을 따라 쏟아졌다. 강변 마을에는 사실상 경고할 시간조차 없었다.

중국 측 관측에 따르면 빙하 붕괴 이후 급류가 중국-네팔 국경의 지룽 통상구를 덮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7분이었다. 라수와에서는 30분 만에 트리슐리 강 수위가 최대 9m까지 상승했다.

네팔은 이제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한 기후 현상이 낯설지 않다. 2025년 7월에는 비교적 작은 홍수로 네팔 라수와가디와 중국 측 지룽을 연결하는 ‘우정의 다리’가 유실됐다. 2024년 8월에는 에베레스트산 인근의 빙하호가 무너지면서 타메 마을을 덮쳤다. 집과 학교, 보건소가 하룻밤 사이 파괴됐다. 이런 자연재해는 갈수록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네팔 사람들은 회복력이 강하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우리는 죽은 이들을 애도하고, 무너진 것을 다시 짓고, 삶을 이어간다. 우리는 이를 업보나 운명이라고 부른다. 산은 그저 산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업보가 아니다. 기후는 변하고 있고, 그 원인은 인간의 활동이다. 네팔의 회복력은 어느 순간 조용한 방치의 명분이 되었다. 나머지 세계는 자신들이 일조한 상실을 우리가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 감탄하며 바라보기만 한다.

히말라야의 경고

2023년 10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에베레스트산 인근에 서서 이렇게 호소했다. “나는 오늘 세상의 꼭대기에서 외칩니다. 이 광기를 멈추십시오. 빙하는 후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힌두쿠시 히말라야 산맥은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산에 오르면 변화를 직접 볼 수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던 자리에는 이제 회색 바위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역은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얼음을 품고 있어 ‘제 3의 극’이라고 불렸다.

동시에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수원 중 하나다. 10개의 주요 강 유역에 물을 공급하고, 하류에 사는 약 20억 명의 삶을 지탱한다.

지난 3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는 힌두쿠시 히말라야 전역의 빙하 소실 속도가 2000년 이전보다 약 두 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2010년대에 빙하가 사라진 속도는 2000년대보다 65% 빨랐다.

네팔에만 2000개가 넘는 빙하호가 있다. 빙하호는 빙하가 녹거나 후퇴하면서 생긴 물이 주변에 고여 만들어진 호수로, 물을 가두고 있던 자연 제방이 무너지면 대규모 홍수로 이어질 수 있다.

네팔 정부와 ICIMOD가 진행한 평가에서는 코시·간다키·카르날리 유역에 있는 21개의 빙하호가 잠재적으로 위험하며, 대규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네팔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은 임자 호수의 수위를 낮추는 사업을 공동 추진했다. 임자 호수는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가장 큰 빙하호 중 하나로서 기관들이 가장 유심히 모니터링해왔다. 이 사업을 통해 수위를 안전한 수준까지 낮추고 지역사회 기반의 조기경보·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새로운 빙하호는 계속 생겨나고 기존에 있던 호수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속도는 한 국가가 모두 감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임자 호수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에도 수년간 국제사회의 노력과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했다. 네팔에는 이와 비슷한 빙하호가 수십 개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자금의 극히 일부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후 불평등의 계산법

네팔이 겪는 기후 재난은 기후 불평등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입는다. 이들은 대개 피해에서 회복할 수 있는 여력마저 가장 부족하다.

네팔은 이제 막 전환점을 맞으려던 참이었다. 개혁을 지향하는 정부가 좋은 통치를 약속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던 상황에서 이번 재난은 이 지역의 발전을 약 10년 전의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

스와르님 와글레 재무부 장관은 재건 비용이 40억~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네팔 전체 경제 규모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국가 예산은 약 140억 달러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는 한정된 자원을 교육과 의료, 사회기반시설, 개발 대신 피해 복구에 투입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대가를 치르는 데 미래를 써야 하는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그저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네팔에 필요한 것은 국제회의에서의 약속이 아니다. 국제 사회가 상징적인 제스처를 넘어 실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실제로 네팔에 도달하는 기후 재원이 필요하다. 물이 빠지고 몇 년이 흐른 뒤가 아니라, 마을이 필요로 할 때 즉시 지급되는 보상 기금이 필요하다.

빙하와 빙하호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며, 외딴 산악 지역까지 재난 대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경고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6분뿐이었다는 사실을 네팔만의 정책 실패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산악 지역 모니터링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결과다.

그리고 이 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하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도 기후정책에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네팔은 그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다.

네팔의 산은 우리의 정체성이다. 우리의 강과 관광산업을 지탱하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해왔다. 그런데 이제 이 산들은 기후 비상사태의 최전선이 됐다. 세계는 이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많은 산들이 무너져 내리기 전에, 함께 시급하고 공정하게 행동해야 한다.

글 Sumnima Udas 네팔 국회의원 겸 국제관계·관광위원회 위원장

편집 장유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The Danger of Ignoring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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