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 하루 당긴 이유

관객이 몰리는 나흘간에 회차를 늘리고 개막을 화요일로 하루 앞당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규모보다 관객의 시간을 먼저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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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 하루 당긴 이유
제 31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는 이와 관련한 방향성을 소개하고 영화제의 주요 선정작과 프로그램 및 세부 계획을 설명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A-list) 영화제’로 공식 선정됐다.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도 새롭게 주어진다. 공식 선정작은 총 59개국 247편으로 지난해보다 6편 늘어 2019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이러한 국제적 위상의 도약만이 아니다. 제31회 BIFF의 운영을 따라가 보면, 영화제가 규모의 확장만큼이나 관객의 경험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관객의 ‘시간’에 맞추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관객이 영화를 만나는 시간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개막일을 기존 수요일에서 화요일로 하루 앞당겼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하루 상영 횟수를 기존 4회에서 5회로 늘렸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변화를 두고 관객들이 주로 개막일부터 주말까지 영화제를 찾는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열흘간 열리는 영화제의 개막일을 하루 당기는 것은 영화제 입장에서도 큰 결단이지만, 관객에게는 ‘개막일부터 주말까지’라는 물리적 기간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객들이 가장 많이 응집하는 목요일부터 일요일의 상영 회차를 한 차례씩 늘린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영화제의 기간을 늘리거나 상영작의 숫자를 늘리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관객이 실제로 영화를 보러 오는 시점에 맞춰 관람 기회를 제공하려 한 것이다.

관객의 ‘관심’을 고려하다

관객의 관심사를 읽으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니메이션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을 마련해 장·단편 13편을 선보인다. 여기에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는 ‘올나잇 애니메이션’을 신설해 밤새 세계 각국의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포럼 비프에서도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현재 산업을 논의한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특별전 상영작 13편을 제외하고도 영화제 곳곳에 서로 다른 성격의 애니메이션 14편이 자리하고 있다며 “부산 영화제에서 이렇게 애니메이션이 약진을 하게 된 건 초유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제 측은 2025년 중국과 일본의 전체 흥행 1위 작품이 애니메이션이었던 점과 국내외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흐름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이러한 변화의 사례로 제시됐다.

관객의 관심을 특정 장르에만 한정하지 않고, 동시대 영화와 영화인을 만나는 방식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올해 아이콘 섹션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최신작 35편을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매기 질렌할, 양자경, 이자벨 위페르, 크리스틴 하킴 등 세계적인 배우들도 부산을 찾는다. 액터스 하우스 역시 김고은, 김민하, 류승룡, 신민아, 이민호, 주지훈 등 6명의 배우를 초청해 관객과 만난다.

관객이 작품을 넘어 영화인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한편, 작품을 어떤 환경에서 만날 것인지까지 고려한 사례도 있다. 바로 <호프>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올해 한국 영화산업의 현황을 놓고 봤을 때 <호프>가 흥행이나 평가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아주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리뉴얼해 다시 문을 연 IMAX 상영관에서 <호프>를 한 차례 상영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해당 작품을 어떤 환경에서 만날 것인지까지 고려한 것이다.

관객을 ‘참여자’로 만들다

관객 중심의 변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커뮤니티비프다.

2018년부터 이어져 온 커뮤니티비프는 ‘Made by Audienc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관객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영화인과 교류하는 관객 참여형 축제다.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에 따르면 대표 프로그램인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에는 올해 역대 최다인 92건의 기획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5035명의 관객 투표와 심층 평가를 거쳐 최종 18개 프로그램이 선정됐다. 관객이 직접 영화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 역시 한층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관객이 영화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나누고 확장할 기회도 늘어났다. 감독·배우의 라이브 코멘터리와 관객의 실시간 오픈 채팅을 통해 영화를 함께 보는 ‘마스터톡’과, 아무런 정보 없이 극장에 들어가 문화예술인의 추천작 두 편을 연이어 관람하는 ‘블라인드 시네마’는 올해 각각 두 차례로 확대된다.

특히 블라인드 시네마에서는 정성일 감독뿐 아니라 뮤지션 장기하, 문학평론가 신형철, 천문학자 심채경, SF 소설가 김보영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인물들이 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만난다. 하나의 영화를 일방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넓힌 것이다.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다

관객과 영화제가 만나는 방식은 영화관 안의 프로그램을 넘어 공간과 역할의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올해 6회를 맞은 동네방네비프는 영화제를 극장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시도를 이어간다. 부산 전역뿐 아니라 양산까지 외연을 넓히고, 시장과 건축 공간, 국가유산, 관광 명소 등 다양한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특히 기업이나 단체와의 협업을 넘어 청년일경험프로젝트 팀과 청년 스타트업, 동명대와 부산대 학생 등 청년 커뮤니티와의 협업도 이어간다. 영화제 측은, 이 같은 협업을 통해 한층 젊어진 동네방네비프를 선보일 계획이다.

더불어 시민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영화만들기 프로젝트’도 계속된다. 동네방네비프와 함께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시민들이 현직 영화감독에게 수업받고 직접 영화를 제작해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주체로 나아가면서, 영화제와 관객이 관계 맺는 방식 역시 한층 두터워지는 셈이다.

이러한 확장은 영화제를 둘러싼 논의의 장에서도 이어진다. 올해 포럼 비프는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을 말하다’를 화두로 산업, AI·창작, 제도·정책, 지역·환경 등 네 가지 영역을 다룬다. 영화 관람을 목적으로 영화제를 찾는 사람뿐 아니라 창작자와 산업 종사자, 연구자, 정책 관계자 등 영화 생태계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질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역시 많은 관심 속에서 포럼 비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며, 격변하는 영화 환경 속에서 영화가 나아갈 길을 다시 한번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다.

‘군상’을 품는 영화제가 될까

결국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영화제는 관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

올해 BIFF의 공식 포스터는 ‘군상(群像)’을 핵심 모티프로 삼아 지난해 관객의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제에 방문한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장면에 표현한 이 포스터는 관객을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서로 다른 만남과 순간을 통해 이 축제를 함께 완성하는 주체로 바라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집행위는 실제로 관객의 선호가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이를 ‘연동형 즐기기’라고 정의했다. 작품 관람에만 몰두하거나 야외 행사만 찾는 것이 아니라, “관람→GV 관전→야외 이벤트 참여→굿즈 구입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연동해서 즐기는 방식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것이다.

관객 경험에 각별히 무게를 둔 데에는 그간의 흐름도 있다. 2023년 영화제는 사상 처음으로 집행위원장 없이 치러지는 등 인사 파행을 겪었다. 후유증은 이듬해까지 이어져, 2024년 영화제 관객 수는 14만 명대로 떨어졌다.

정 집행위원장은 2025년 16만 명 이상으로 관객이 회복된 것을 두고 “영화제가 각고의 노력 끝에 각종 프로그램을 향상시킨 것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관객을 위해 시스템을 더욱 정비해야 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집행위는 올해 초 관객 서비스를 전담하는 ‘관객서비스실’을 신설했다. 관객이 언제 오고, 무엇을 보고 싶어 하며, 어떤 방식으로 영화제에 참여하는지를 살펴 실제 프로그램과 운영에 반영하는 역할이다.

다가오는 10월의 부산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관객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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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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