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밖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이란 항공 제재

미국은 이란 항공사뿐 아니라 이를 지원한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제재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은 제3국 기업들이 미국의 압박에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작성 :
테헤란 밖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이란 항공 제재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G20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 재무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신규 제재는 이란의 항공사와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업체들을 겨냥하고 있다. 테헤란을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키며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항공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중요한 부분이다. 백악관은 이를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떠받치고 있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남김 없이 끊기 위한 전례 없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테헤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나서도록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WHY WE WROTE THIS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이란 기업을 넘어 튀르키예·UAE 등 제3국의 항공·물류·금융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다른 나라 기업과 금융기관의 거래까지 어떻게 제약하는지 보여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항공사 27곳을 제재하면서 이들이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이란 정권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마한항공의 운항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한항공은 2011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처음 올랐으며 유럽연합(EU)의 제재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위해 인력과 장비, 자금을 수송했다는 의혹에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OFAC이 지난 4월과 7월 “마한항공의 국내외 항공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을 겨냥해” 취한 조치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마한항공의 운항을 지원해온 해외 업체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이 미국산 항공기와 민감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용해온 위장회사와 해외 중개업체, 우회 경로를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OFAC는 이란과 관련된 항공 허가 3건도 중단했다. 그동안 항공기의 이란 영공 통과와 미국 외 항공사가 미국산 또는 미국의 통제를 받는 상업용 항공기를 이란으로 운항하는 것을 허용해왔지만, 앞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런던정경대(LSE) 이란사 연구 이니셔티브 소속 박사과정 연구원 잭 라우시는 TIME에 이번 조치가 이란의 군사 역량을 약화하고 “미국에 유리한 양보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말레이시아·튀르키예·UAE까지 확대된 항공 제재

미 재무부는 이란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의 위장회사와 중간 경유 법인을 이용해왔다고 주장하며, 관련 해외 법인 9곳에도 제재를 확대했다.

UAE 소재 기업 두 곳과 개인 한 명, 튀르키예와 영국 소재 기업 각각 한 곳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마한항공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화물 운송을 조정했다는 이유로 화물 서비스 업체와 총판매대리점 네 곳도 제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두 곳은 튀르키예, 한 곳은 카자흐스탄, 한 곳은 말레이시아에 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이란이 노후 항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업체에 의존하는 만큼 이번 제재가 “이미 항공기 유지를 어려워하는 이란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역내 허브를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국제 항공사들도 이란 노선을 추가로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킬은 “그렇게 되면 이란 항공 인프라가 봉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상당히 심각한 일”라고 말했다.

미국, 이란과 거래하는 모두에게 경고

미 재무부는 마한항공을 계속 지원하는 모든 해외 법인을 고립시키겠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가 제재하는 이란의 남은 항공사들과 거래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고한다”며 “여러분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을 지원한 타국의 금융기관에도 잇달아 제재를 부과했다.

이집트 은행 방크 미스르(Banque Misr)의 UAE 지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됐다. 방크 미스르는 미 재무부의 통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추가 정보를 얻고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부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뒤 미 재무부는 튀르키예의 골든 글로벌 은행과 자회사 두 곳도 제재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석유 수익을 이란으로 이전하는 걸 도왔다는 이유다. 골든 글로벌은 이런 주장을 “전혀 근거가 없으며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로이터에 이번 조치가 나토(NATO) 동맹국의 은행이 이번 경제 압박 작전의 제재를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제재 문제로 튀르키예 금융기관을 압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튀르키예 국영 할크방크(Halkbank)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제재 회피 계획에 가담하며 이란을 도왔다는 혐의로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추악하다”고 표현한 이 혐의는 수년간 이어지다 지난 3월에야 합의가 이뤄졌다. 할크방크는 이란에 이익이 되는 거래를 할 수 없게 됐고, 제재와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검토할 준법감시인을 선임해야 했다.

미 공화당 소속 릭 스콧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이번 튀르키예 기업 제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튀르키예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은 이들이 이란 테러리스트들에게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데 대해 단속에 나서야 했다”고 주장했다.

라우시는 미국의 조치에 다른 나라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트럼프 행정부에 “중요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 이란 경제를 지원하는 해외 기업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테헤란과 거래를 이어갈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라우시는 “규모가 더 작은 기업들 상당수는 비공식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이란과의 무역 관계나 은행 거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UAE는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행보를 보이지만 이라크나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같은 다른 역내 국가들은 이란과 계속 거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이들에게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며, 이란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면 상당한 수준의 외교적 압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재에 맞서는 이란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골람호세인 다르지 주유엔 이란대사는 9월 9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가 경제적 테러이자 집단적 처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경제적 D-데이’ 작전의 효과를 일축했다. 아락치 장관은 9월 8일(현지시간) “47년간의 제재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대신해 이란과 전쟁에 나섰습니다. 그 후폭풍은 세계에서 미국이 가진 위상을 포함해 미국에 재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나 전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뒤 워싱턴이 내놓은 ‘새로운’ 해결책은 더 많은 제재”라고 말했다.

라우시는 항공 관련 조치만으로도 “마한항공을 계속 운영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운송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며, 이는 역내 고립을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미 분쟁과 호르무즈해협 항구에 대한 미국 해군의 봉쇄로 경제적 영향을 받고 있다.

9월 10일(현지시간) 이란 리알화 가치는 급락해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234만리알이라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도 크게 올랐으며, 농촌 지역과 저소득 가구가 그 부담을 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란 통계센터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2026년 1분기에 제조업 일자리 약 63만개가 사라졌다.

라우시는 “결국 이란 국민들이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권이 국가의 경제적 자원을 빨아들여 군사 활동에 투입하는 약탈적 관행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Callum Sutherland, Reporter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에디터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How the U.S. Treasury's New Aviation Sanctions on Iran Extend Beyond Tehran

이 기사 공유하기:

장유정

장유정 에디터

기사 더보기

OTHER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