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북미대화 촉진 전 대미투자 정리부터”
이 대통령은 북미대화와 한미동맹을 양손에 쥐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내밀어 북미대화를 사려 한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대화의 ‘페이스메이커’를 연일 자처하는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미 협력이 전제되지 않은 북미대화는 동맹의 불확실성만 키운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규정하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를 촉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비를 늘리고 핵심 군사 역량을 확충해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역할과 부담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미대화 재개가 오히려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한미군이나 연합훈련 같은 동맹의 핵심 현안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살얼음판을 걷는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한미관계를 가장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북미회담 의제 설정과 관련해 한미가 얼마나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그것을 우리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특히 주한미군 문제를 짚었다. 그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위상과 관련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양보를 하는 경우 한미 관계는 굉장히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의제 설정 과정에서 우리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우정엽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언급하고 있지만 협상을 위한 구체적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우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다고 했을 때, 워싱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정말 북한을 상대로 한 메시지가 맞냐는 의심이 나왔다”며 “대북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는 것과 함께 협상과 관련해 실제로 어떤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깊게 생각은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고 했다.
구체적 의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미대화를 촉진하기보다 한미 간 주요 현안을 정리해 변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전 우리 정부가 잘 챙겨야 할 부분은 대미 투자 관련 사안”이라며 “당초 양측이 협의했던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 협력을 뺀 2000억 달러의 이행 방안을 협의 중이며, 9월 중 1호 프로젝트 선정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현안이 통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공을 쏘아 올리면서 한국이 호르무즈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며 “여전히 한국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문제를 연계해 접근해왔다”며 “한미 간 안보 현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경제, 통상 분야로 갈등이 번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대미투자펀드 협상에서 반도체 투자 확대가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인정했고,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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