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워도 폐암 위험 60배, 희귀 유전변이 영향 확인

연구진은 흡연력에 의존해 온 기존 폐암 검진 기준에 유전적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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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안 피워도 폐암 위험 60배, 희귀 유전변이 영향 확인
이미지=TIME

흡연은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폐암의 10~20%는 담배를 한 번도 피운 적 없는 사람에게서 진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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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2026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신규 폐암 환자 8만9860명 가운데 44.1%가 흡연력이 없었다.

17일(현지 시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일부 비흡연자의 폐암에는 유전성 유전자 변이가 관련됐을 수 있다.

비흡연 폐암 위험 높인 EGFR 변이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재클린 로피콜로 박사가 연구를 이끌었다. 로피콜로 박사는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폐암 연구자다. 연구진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의 특정 변이를 분석했다.

변이가 없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해당 변이를 가진 사람은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 위험이 25배 높았다. 비흡연자의 경우 차이는 더 컸다. 변이를 가진 비흡연자는 변이가 없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60배 높았다.

로피콜로 박사는 비흡연자가 기본적으로 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해당 유전자 변이가 폐암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흡연자의 폐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는 이미 몇 가지 알려져 있었다. 아시아계 폐암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자주 나타나는 변이와 BRCA2 같은 유전성 변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이가 실제로 폐암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EGFR 유전자의 T790M 변이에 주목했다. 이 변이는 2005년 유럽의 한 가족에서 처음 발견됐다. 가족 중 여러 명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데도 폐암에 걸렸다.

하지만 T790M 변이는 매우 드물어 실제로 폐암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3앤드미 연구소가 보유한 대규모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우리는 T790M이 폐암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변이가 얼마나 흔한지, 그 영향이 얼마나 강한지, 집단에 따라 위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판단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변이가 워낙 드물어서 23앤드미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가 없었다면 인구집단 차원에서 위험도를 추정할 수 없었을 겁니다.”

미국 전체로는 약 1만5000명 중 1명꼴로 이 변이를 가지고 있다. 남부 애팔래치아 지역에서는 약 2000명 중 1명으로 훨씬 흔하다. 과학자들은 200여 년 전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누군가가 이 변이를 처음 들여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력 중심 폐암 검진 바뀔까

이번 연구를 계기로 폐암 검진에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검토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폐암 검진은 주로 나이와 흡연력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일정 연령 이상이면서 흡연량이 많은 사람에게 저선량 CT 검사를 권고하는 식이다.

수전 워치츠키 재단의 나디아 리터먼 사무총장은 “폐암에 걸릴 위험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높은지 알고, 라돈이나 다른 환경 요인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전 워치츠키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지만 2024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재단은 이번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를 제공한 ‘폐암 유전학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다.

리터먼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도 사람들이 이런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 검사에 활용되는 BRCA 유전자 검사를 폐암에도 참고할 수 있다고 봤다.

“폐암 검진 가이드라인은 아직 유전자 검사를 반영할 단계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변이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어느 정도 방향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암이 생기더라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위험을 모르고 지낼 때보다 훨씬 더 나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프랭크 매케나도 이 같은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비치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매케나는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라돈 같은 환경 위험 요인에 노출될 만한 곳에서 일한 적도 없다. 하지만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올해 66세인 매케나는 “증상이라고는 가벼운 기침밖에 없었는데 4기 폐암 진단을 받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사는 매케나의 폐에서 뽑아낸 체액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고, EGFR T790M 변이가 발견됐다. 폐 병변 조직검사에서도 같은 변이가 확인됐다. 매케나는 이후 이 변이를 겨냥한 표적치료를 시작했고 지금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알약을 먹는 표적치료를 시작하고 며칠 만에 몸이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체중이 줄고 암은 뼈를 비롯해 몸 곳곳으로 퍼진 상태였죠. 그런데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 달 뒤에는 현재 33세인 매케나의 딸에게서도 T790M 변이가 발견됐다. 딸은 귀에 흑색종이 생겨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가족의 암 병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후 암과 관련된 유전적 특징을 확인하는 연구에 참여했고, 흔한 암 관련 변이는 대부분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T790M 변이가 발견됐다.

문제는 이렇게 유전적 위험이 확인된 사람의 경우 폐암 검진을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근거 기반의 권고안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매케나는 딸처럼 유전적으로 폐암 위험이 높은 젊은 사람을 어떻게 검진해야 하는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선량 CT 검사를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지도 명확해져야 한다고 봤다. 이상이 생기더라도 1기 등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자신처럼 4기가 된 뒤 진단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4기 폐암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줄고 예후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전·환경 함께 보는 맞춤형 검진

로피콜로 박사는 현재 ‘INHERIT’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GFR T790M을 비롯해 폐암 위험을 높이는 유전적 요인이 있는 미국인들이 참여한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폐암 가족력과 흡연 이력, 유전자 정보, 환경 요인을 함께 살핀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마다 저선량 CT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지 계획을 세운다.

로피콜로 박사는 “폐암을 수술로 제거하거나 완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초기 단계에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가 쌓이면 향후 폐암 검진 기준을 바꾸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매케나 가족처럼 유전적으로 폐암 위험이 높은 사람을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검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매케나는 현재 6~7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다. 그는 “표적치료에 관한 연구를 보면 암이 결국 치료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몇 주 전 검사에서도 이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검진을 자주 받아 암을 일찍 발견하고 더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글 Alice Park, Senior Correspondent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A Genetic Mutation May Help Explain Lung Cancer in Nonsmo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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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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