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IEA 포럼서 에너지 전환 속도론 격돌했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로 늘릴 계획이다.
한-IEA 포럼서 에너지 전환 속도론 격돌했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로 늘릴 계획이다.

장유정 에디터

“유럽은 실제 에너지 전환보다 약 20년 앞서 정유시설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정유시설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며 부족분을 채웠습니다. 이후에는 중동 정유시설이 그 역할을 대신했죠.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라슬로 바로 쉘 전략·인사이트·시나리오 부문 부사장이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IEA 공동포럼에서 말했다. 그는 최근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정유시설의 역할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전력 공급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30년 전체 발전량은 642.6TWh다. 원전이 31.8%, LNG가 25.1%, 재생에너지가 18.8%, 석탄이 17.2%를 차지한다. 2038년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29.2%로 늘고 LNG와 석탄은 각각 10.6%, 10.1%로 낮아진다.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는 올해 100GW로 높아졌다.
이번 한-IEA 공동포럼은 16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 프로그램 중 하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대전환 시대의 에너지 안보위기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공동 개최했다.
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과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이 환영사를 맡고, 김태윤 IEA 핵심광물정책국장이 ‘에너지 전환 시대의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발표했다.
패널토론은 에이모스 브롬헤드 IEA 비서실장이 좌장을 맡았다. 라슬로 바로 부사장과 그레이엄 슬랙 BHP 시장분석·경제 부문 부사장, 사라 헤이스팅스-사이먼 캘거리대 부교수,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에너지 전환, 속도와 현실의 간극
바로 부사장은 최근 에너지 위기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정유시설의 중요성이 다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동에서 정제제품을 반출하지 못해 세계 정유 능력의 3%가량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비슷한 규모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석유 기반 시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전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 부문에서는 가스터빈을 예로 들었다. 가령 원전 가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풍력 발전량이 부족하고 냉방 수요가 급증할 때 대응할 예비 전원이 필요하다. 그는 “가스터빈이 전력 공급의 예비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라 헤이스팅스-사이먼 부교수는 전환 과정이 어렵더라도 속도를 늦추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상황을 기존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과 새로운 전력 기반 시스템이 공존하는 ‘중간 전환기’라고 설명했다. 어느 한쪽도 필요한 에너지 서비스를 단독으로 제공할 수 없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다고 더 천천히,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직관은 사실 대부분 옳지 않다”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을 빠르게 통과하는 편이 오히려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수영을 배우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무섭다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더 힘듭니다. 차라리 바로 뛰어드는 게 좋죠.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태윤 IEA 핵심광물정책국장은 한국의 에너지 위기 대응 경험을 설명하며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든 아니든 수입 다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규 전력망 건설에는 사회적 과제도 따라온다. 기존 전력망의 기술 개선과 제도 개편을 통해 추가 용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지난해까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37GW였다고 설명하며 “4년 안에 63GW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와 토론에서는 전력망과 저장 인프라 확충, 기존 전력망의 용량 확대, 변동 상황에 대응할 발전설비, 재생에너지 부지 확보와 비용 절감 등이 언급됐다. 다만 이번 포럼에서 새 전력 시스템의 구축 수준과 기존 화석연료 설비의 축소 시점을 연결하는 정량 기준까지는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4월 재생에너지와 원전 확대 수준, ESS·양수발전 확충 등을 연계해 가스발전 총량을 줄이는 방안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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