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왜 부산을 떠났나, 지방 AIDC의 진짜 병목
AIDC를 둘러싸고 KT는 지방을, 카카오는 수도권을 말했다. 특별법은 전력과 용수를 적었다. 통신망은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는 왜 부산을 떠났나, 지방 AIDC의 진짜 병목
AIDC를 둘러싸고 KT는 지방을, 카카오는 수도권을 말했다. 특별법은 전력과 용수를 적었다. 통신망은 보이지 않았다.

문상덕 에디터

KT클라우드가 부산·대구·군산을 포함한 전국 20여 곳에 AI데이터센터(AIDC)를 짓기로 했다. 모두 합쳐 약 1GW(기가와트) 규모다. 비수도권 시설에 한해 혜택을 주기로 한 AIDC 특별법과 결이 같다. 특별법은 내년 3월 시행된다.
관건은 공급과 함께 수요까지 수도권 밖으로 가느냐다.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KT 클라우드 서밋 2026’에서 김봉균 KT클라우드 대표는 비수도권 시설의 경우 “테넌트를 먼저 확보한 뒤 입지를 마련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작 설비를 임차해 쓸 수요 기업에선 시큰둥했다.
카카오는 수도권 밖에 AIDC를 지으면 통신 지연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AIDC 특별법 하위법령 공개토론회’에서 김세웅 카카오 AI 커뮤니케이션·AI 시너지 부사장은 “(데이터가 먼 거리를 오가면) 지연이 중첩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AI 모델에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받는 추론 과정만큼은 다수 사용자가 몰려 있는 수도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단 뜻이다.
실제로 카카오 설비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2024년 1월부터 가동하고 있고, 제2센터는 경기 남양주에 짓기로 했다. 2022년 10월 화재로 서비스가 멈춘 곳도 메인 센터로 쓰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였다.
그래서 김 부사장은 추론용 AIDC에 한해 수도권 설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기존 설비를 추론용 AIDC로 전환하면 추가 전력을 공급해주는 등 지원이 있어야 서비스 환경에서 GPU를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이치영 KT클라우드 DC사업담당 팀장 역시 지연을 말했다.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이 팀장은 수도권 밖에 대규모 AIDC를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거리로 인한 지연보다 연산 속도로 인한 지연이 더 큰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데이터가 오가는 시간보다 모델이 답을 만드는 시간이 길다면, 수도권의 구형 GPU보다 비수도권의 최신 GPU가 더 빠른 응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엔비디아 최신(베라 루빈급) 설비가 요구하는 전력과 부지를 수도권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선

KT와 카카오의 입장 차이엔 배경이 있다. 부산이다. 부산 데이터센터를 써봤던 카카오는 입지가 문제라고 봤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는 입지가 아닌 회선이 문제의 본질이었다고 말
2013년 1월 카카오는 LG CNS, 부산시와 양해각서를 맺고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들였다. 이석우 당시 공동대표는 “서비스 다양화에 따른 사용량 증가, 플랫폼 확대로 데이터센터 확대 운영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 무렵 손준배 LG CNS 아웃소싱사업부문 상무는 “카카오가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두면서 일본과 동북아시아 서비스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설비는 다시 수도권으로 모였다. 2022년 판교 화재 당시 카카오가 공개한 이용 데이터센터 네 곳에 부산은 없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부산에서 서버를 운용해봤더니 서비스 품질이 좋지 않았단 말이 돌았다.
데이터센터 업계 전문가 A씨는 이 말의 전제가 틀렸다고 했다. 부산이라는 입지가 아니라 회선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는 “품질이 나쁜, 값싼 회선을 썼기 때문에 서울과 부산 사이 통신이 안 좋았던 것”이라며 “돈을 더 냈으면 좋은 회선을 썼을 것”이라고 했다.
A씨 주장의 핵심은 홉(hop)이다. 데이터가 목적지까지 가면서 거치는 중계 장비의 수를 말한다. 서울과 부산은 500㎞ 안팎이라 거리에서 생기는 지연은 크지 않다고 그는 봤다. 값싼 회선은 여러 통신사 망을 돌아가기 때문에 홉이 늘고, 그만큼 지연이 쌓인다. A씨는 “가장 좋은 건 증권 전산망인데, 전부 광통신 전용선이라 홉이 세 개나 네 개뿐”이라며 “싼 회선은 홉이 10~15개까지 늘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A씨는 서울에서 지방 거점까지 가는 전용 광회선을 따로 깔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 회선은 통신사가 직접 깔지만 지방까지 내려가는 구간은 그렇지 않다”며 “서울에 있는 것을 지방까지 한 번에 뽑아내는 백본(척추)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속도로처럼 교차로가 없고, 차선이 넓은 전용 통신망을 깔아야 지방에 AIDC를 마련하더라도 전국 어디서든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쓸 수 있단 뜻이다.
이치영 팀장 역시 ‘통신망 확충이 본질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지방에서 최신 GPU를 써서 결과를 만든 뒤엔 전용망으로 데이터를 수도권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다만 A씨는 “통신 3사 모두 서울과 지방을 잇는 회선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최근까지도 사용자가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 회선에만 투자했다”고 꼬집었다.
특별법에 담긴 인식도 다르지 않다. 법에선 전력과 용수, 도로를 우선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다. 비수도권 AIDC 특구에 국가가 직접 깔거나 비용을 대는 기반시설 목록에는 전력 공급시설과 용수 공급시설,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올라 있다. 통신망은 없다.
지난 1월 특별법을 발의했던 이해민 전 의원 측은 “법안을 준비할 당시 통신업계에선 지원이 필요하단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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