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병합 요구 접고 중러 견제 협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미국에 그린란드 안보에 대한 “영구적 통제”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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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병합 요구 접고 중러 견제 협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그린란드 안보협정 서명식에서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덴마크·그린란드와 그린란드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협정에 따라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르수아크와 동부 메스테르스비그에 추가 방위구역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중국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비회원국은 당사국 간 별도 합의가 없으면 그린란드에 군사시설을 설치하거나 병력을 상시 주둔시킬 수 없다. 민감 분야 투자도 미국과 동맹국의 승인 아래 제한된다. 다만 협정에는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3자 서명식에서 이번 합의가 미국에 그린란드 안보에 대한 “영구적 통제”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어떤 적대국도 그린란드에 군사적 존재를 구축하거나, 우리의 명시적 서면 승인 없이 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식에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함께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는 이번 협정이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75년 전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맺었고, 오늘 더 크고 더 나은 협정에 서명한다”고 했다. 덴마크 총리실은 이번 합의가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닐센 총리도 “그린란드 주민과 우리의 권리, 생계를 고려한 협정”이라며 “상호 존중 아래 안전한 미국과 안전한 그린란드를 위한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그린란드가 미국·러시아·유럽 사이에 놓인 전략 요충지라는 점을 들어 미국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하고 북극 해빙으로 새 항로가 열리는 상황도 그가 내세운 이유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비판하며 병합 가능성을 거론했고, 올해 초에는 유럽 동맹국이 그린란드의 미국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나토 탈퇴 가능성도 언급했다.

추가 방위구역·중러 투자 통제

이번 합의는 미국의 그린란드 영토 편입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군사 접근권과 경제안보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수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현재 그린란드 북서부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피투피크 기지는 미사일 조기경보와 우주 감시 기능을 맡고 있으며, 현재 그린란드에서 가동 중인 유일한 미군기지다.

협정에 따라 미국은 나르사르수아크와 메스테르스비그에 새 방위구역을 둘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발표 직후 “그린란드의 여러 적절한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 주둔을 개발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며 “끝나는 시점이 없는 협정”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그린란드가 영구적으로 북미 전략방위권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새 협정은 민감 투자에 대한 통제도 강화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동맹국만 그린란드의 민감 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영구적 보장을 마련했다”며 “적대국이 투자 심사 없이 전략 부문에 진출하던 기존 상태를 끝냈다”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 해빙으로 열리는 신규 항로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개발 가능성에 관심을 보여 왔다.

다만 이 조항의 실질적 변화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중국 자본의 그린란드 진출을 막아 왔다. 2019년 미국은 중국 기업이 추진하던 그린란드 공항 2곳 건설 사업에 대응해 덴마크가 직접 투자하도록 압박했고, 중국 측 제안은 철회됐다.

1951년 협정과 얼마나 다른가

전문가들은 새 협정이 1951년 미·덴마크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1951년 협정은 미국이 그린란드와 북대서양조약기구 지역 방위에 필요하다고 덴마크와 합의한 장소에 군사기지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군과 민간 인력의 주둔, 항공기·선박 운용, 관련 인프라 개발도 허용했다. 당시 협정도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주권을 확인하고 미군 작전이 현지 법률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코펜하겐대 국제정치학과 올레 베버 교수는 기존 협정이 나토 조약에 연동돼 있어 나토 해체나 덴마크·그린란드의 탈퇴 시 종료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새 협정과의 차이로 꼽았다. 반면 대서양협의회 토리 타우시그 초대서양 안보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1951년 협정만으로도 미국은 그린란드에 비교적 제약 없는 군사 접근권을 가졌다”며 “영구성과 투자 제한을 제외하면 새 협정은 기존 체제와 상당히 가깝다”고 평가했다.

나토는 이번 합의가 북극과 북대서양의 집단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협정은 덴마크가 병력 주둔 확대, 감시 역량 강화, 나토 동맹국과의 상호운용성 제고를 통해 북극권의 새 위협에 대응하도록 명시했다. 나토는 올해 2월 북극 지역의 훈련·감시·주둔 활동을 통합 지휘하는 ‘북극 센트리(Arctic Sentry)’ 작전을 출범시켰고, 6월에는 스웨덴 주도의 ‘전방지상군 핀란드(FLF Finland)’도 창설했다.

타우시그는 이번 합의가 나토의 군사 태세 자체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그린란드 병합 위협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동맹에는 좋은 소식”이라며 러시아의 북극 활동 확대와 미 행정부의 관심을 고려할 때 북극에서 나토의 존재감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체결된 이갈리쿠 협정은 미국이 그린란드 내 군사시설이나 작전을 크게 바꿀 경우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사전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새 협정이 이 협의 장치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는 향후 공개될 세부 이행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글 Callum Sutherland, Reporter

한국어판 편집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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