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손 끝에 달린 전쟁의 운명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핵심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타링크'가 막혔다. 서비스 제한 권한은 기업에 있었다. 민간 기업의 결정이 군사작전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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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손 끝에 달린 전쟁의 운명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신화통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자사의 상업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의 이용 약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핵심 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약관 위반 의혹을 이유로 스타링크 이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에 반박했다. 머스크는 일주일 넘게 이어진 서비스 제한의 원인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에 대한 제한으로 드론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습이 매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방어 수단이 가로 막힌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선의 통신과 드론 운용, 정찰 활동에 스타링크를 광범위하게 활용해 왔다. 당국에 따르면 통신 속도와 연결이 제한되면서 일부 작전은 결국 취소됐다.

이번 제한은 스타링크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미국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제공되는 군사용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실드(Starshield)에도 영향을 미쳤다.

WHY WE WROTE THIS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위성통신 서비스가 국가 안보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군이 특정 기업의 기술에 의존함으로써 통신망의 통제권과 군사적 자율성까지 위협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 우주항공청은 2035년까지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자체 구축해 자주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 장애가 시작된 지 일주일 여 만인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스타링크와 스타실드 서비스가 모두 완전히 복구 됐다고 밝혔다. 단말기가 시속 400㎞ 이상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연결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당시까지 서비스 중단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예브헤니 흐마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안정적인 통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선과 군인, 드론 운용은 물론 군수 지원과 통신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스타실드 서비스 변경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서비스 제한을 승인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당 결정에 관여한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10월 15일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서비스 제한 지시가 백악관 내부에서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시를 승인하거나 실제로 집행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현대전의 새로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군사작전이 특정 민간 기술 공급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기업이 내리는 결정 하나가 전쟁의 향방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통제하는 기업은 군사작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가 전통적인 외교 채널 밖에서 움직이는 기업 경영진이나 억만장자 소유주의 결정에 의존하게 되면서 군사적 자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스타실드 통제권의 의미

우크라이나의 위성통신 접근권은 스페이스X의 결정 뿐 아니라 워싱턴의 판단에도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는 민간 공급업체의 서비스 제한 가능성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공격한 탓에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꼽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19일에는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협상할 다른 사람이 나설 때가 됐다”고도 했다.

플로리다국제대 잭 D. 고든 공공정책연구소의 알렉스 크라우더 겸임교수는 스타실드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악화된 관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고 봤다. 우크라이나의 서비스 접근을 제한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크라우더 교수는 “일반적으로 외국 기관이 미국 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는 누가 서비스를 켜고 끌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계약에 명시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의존하는 서비스의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간 기업인 스타링크인가, 미국 정부 계약에 따라 제공되는 스타실드인가, 머스크인가, 피트 헤그세스인가, 트럼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은 규칙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랜스 헌터 오거스타대 정치학 교수도 타임에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와 스페이스X, 우크라이나라는 세 주체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적 자율성 제한하는 스페이스X

헌터 교수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대전의 디지털 기술 의존도가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차와 폭탄, 항공기 같은 전통적인 무기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드론, 항법 교란 기술 등도 전쟁의 핵심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기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전통적인 무기 구매와는 다른 관계를 형성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민간 방산업체가 정부에 일정 수량의 미사일이나 요격체를 판매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분쟁에 필요한 무기나 차량 등 장비를 구매하면 그 시점부터는 소유권이 생긴다. 해당 장비에 대한 통제권도 갖게 된다”고 타임에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스페이스X의 관계는 다르다. 기술을 구매하거나 관련 장비를 확보했다고 해서 작전상 자율성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헌터 교수는 “우크라이나에는 스타실드와 스타링크에 연결되는 단말기가 많지만,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여전히 스페이스X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을 한 번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의존 관계가 아니다. 지금은 지속적인 의존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가 기업에 과거보다 더 큰 “영향력과 지렛대”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같은 국가들은 어떤 기업과 협력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위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새롭게 고민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대체 불가 스타링크·스타실드

헌터 교수는 이상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기술 공급업체를 다변화해 스타링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요격 드론을 비롯한 국내 무기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같은 핵심 방공무기는 여전히 해외 공급업체에 의존한다.

이 같은 의존은 무기 부족과 공급 지연에 취약한 구조를 낳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 26일 패트리엇과 나삼스(NASAMS) 방공체계에 필요한 미사일을 공급받기 위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승인을 거의 한 달 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성통신망을 대체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헌터 교수는 스타링크와 같은 기술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정부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속도와 가용성, 유연성 측면에서 스타링크는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스위치를 켜듯 공급업체를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과 자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럽 국가나 민간 기업에서도 스타링크와 같은 수준의 기술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를 상대로 각각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헌터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이들 주체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모두 일치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어느 순간 군사적 자율성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나 스페이스X에 강하게 맞서기도 어렵다. 헌터 교수는 “미국 정부나 스페이스X에 강하게 반발하면 기술 지원이 줄거나 서비스가 더 광범위하게 차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압박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그는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대방이 행사하는 영향력에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일론 머스크 주장에 반박

머스크는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위성통신망을 공격용 드론 작전에 활용해 스타링크 이용 약관을 위반했기 때문에 서비스 접근을 의도적으로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한 게시물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 이용 약관을 위반하고 사람을 살상하기 위한 공격용 드론 작전에 이를 사용했다”며 “그 허점은 지난주에 차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의 방어에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공격적인 군사작전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즉각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기술 자문역인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는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스타링크의 작전상·속도상 제약 때문에 중거리 또는 장거리 공격을 위한 드론 운용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의 운용상 한계를 모른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며 “스타링크는 러시아 영토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 Rebecca Schneid TIME 기자

한국어판 편집 유제니 기자 jenn@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Ukraine’s Satellite Disruption Exposes a Central Risk of Modern Warf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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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 분야 취재 보도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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