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게임으로 만들다,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
방송이 끝난 뒤에도 시청자들이 게임을 해석하고 직접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웨이브의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작은 사회는 현실의 공동체를 돌아보는 논의로 이어진다.
사회를 게임으로 만들다,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
방송이 끝난 뒤에도 시청자들이 게임을 해석하고 직접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웨이브의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작은 사회는 현실의 공동체를 돌아보는 논의로 이어진다.

조예은 에디터

“이게 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이냐에 따라서 내가 생각했던 원칙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그리고 그걸 자꾸 나를 합리화하려고 하는 게 사실 되게 괴롭거든. 근데 이거 뭐 얻다 대고 누구한테 변명을 더 하겠어, 내가 선택한 건데.”
지난 9월 4일 시작해 10월 9일 막을 내린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이하 <더 커뮤니티 2>)의 스페셜 회차 ‘비하인드 토크’에서 레아(신혜원)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생존을 위해 거듭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지켜 온 원칙과 타협해야 했던 시간. 두뇌 게임과 서바이벌을 결합한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뿐 아니라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에게도 곱씹을 거리를 남겼다.
웨이브에 따르면, <더 커뮤니티 2>는 전 장르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성과에서 6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공개 첫 주 시청자 수와 시청 시간도 시즌 1보다 각각 약 1.6배, 3.2배 증가했다(9월 4주 차 기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FUNdex) TV-OTT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도 세 차례 1위를 차지했으며, 종영 주차에는 드라마·비드라마 통합 화제성 순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전략형 서바이벌 예능이 시청자의 관심을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 지니어스>를 시작으로 <피의 게임>, <데블스 플랜>, <소사이어티 게임> 등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규칙과 조건 속에서 협력하고 경쟁하며 생존과 승리를 겨루는 프로그램은 꾸준히 등장해 왔다.
그렇다면 이들 프로그램은 어떤 상황과 선택을 게임으로 만들어 왔을까. 그 계보 안에서 <더 커뮤니티 2>는 무엇을 다르게 보여줬을까.
‘전략형 서바이벌’ 예능의 계보

국내 전략형 서바이벌 장르의 대표적인 출발점으로 꼽히는 <더 지니어스>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질문한다. 참가자들은 게임의 규칙을 파악해 승리 전략을 세우는 한편, 다른 참가자와 연합하거나 때로는 배신하며 판세를 바꿔야 한다. 단순한 게임 풀이 능력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정치적 판단도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피의 게임>은 이러한 환경에 극한의 상황을 더해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가’에 방점을 찍는다. 참가자들은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제한된 자원을 확보하고, 최소한의 규칙만 지킨다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물리적인 갈등까지도 치달을 수 있다.
<데블스 플랜> 역시 개인의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살핀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전략으로 우승을 노리는 동시에, 게임에 따라 공동의 성과를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이 언제 일치하고 어긋나는지가 이 게임의 또 다른 변수가 된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사회 체제가 생존에 유리한가’를 게임의 조건으로 삼는다. 서로 다른 운영 원리를 가진 모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동안, 개인의 리더십을 확인하고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며, 해당 구조가 가지는 권력과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더 커뮤니티2>의 전신인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정치, 젠더, 계급, 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참가자들은 리더를 선출하고 공동체의 규칙과 자금 배분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신념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더 커뮤니티 2>는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으면서도,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와 거래, 팀 간 전쟁, 공동체의 운영을 둘러싼 의사결정을 하나의 사회 안에 결합한다.
현실 사회의 축소판을 설계하다

<더 커뮤니티 2>는 ‘보이지 않는 손’을 바탕으로 설계한 가상의 사회를 무대로 삼는다. 최종 2억 원의 상금을 놓고 게임에 참여하는 출연자들은 윤리, 사회, 개인적 측면에서 내린 경제적 선택에 따라 개인 코드를 미리 부여받고, 화이트·블루·레드·블랙·골드 다섯 팀에 소속된다.
각 팀은 보석, 라이프, 크레딧 등의 재화를 불균등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거래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의 보석은 돈, 라이프는 팀원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생명, 크레딧은 활동 시 소모되는 것으로 커뮤니티 내 공해와 관련이 있다. 블랙은 상점을 운영하는 한편, 전쟁을 통해 상금을 축적한다.
8박 9일 동안 출연자들은 오전에 협동 게임으로 자원을 생산하고, 오후에는 팀 간 거래를 진행한다. 저녁에는 커뮤니티 홀에 모여 식사하고, 팀 리더들은 회의를 통해 원조와 제재 등 공동체의 주요 안건을 논의한다. 이 밖에도 개인 코드와 다수의 의견 일치도를 바탕으로 점수를 얻는 게임, 블랙의 정체를 밝히는 암호 풀기, 커뮤니티의 자원 체계를 바꾸는 기술 개발 문제 등이 과제로 주어진다.
이처럼 여러 조건 속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규칙과 지령이 단계적으로 공개된다. 게임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는 동시에, 그간의 정보만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서서히 드러내는 것이다. 출연자들은 이에 맞춰서 판단을 되돌아보고 생존 전략을 수정한다. 시청자 역시 이전 회차를 다시 해석하거나 이후의 전개를 예상한다.
가령, 2화에서는 전쟁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커뮤니티의 긴장감이 높아졌고, 5화에서는 벡터가 모든 팀의 기술 개발 문제를 맞히면서 물물교환 대신 플랫폼을 통한 거래 창구를 활성화했다. 6화에서는 골드의 스파이인 루나가, 8화에서는 블랙인 벡터의 정체가 커뮤니티 내에 밝혀졌다. 프로그램의 중반쯤에는 새로운 화폐인 골드가 등장하여 기존 자원 체계에 변화와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더 커뮤니티 2>를 제작한 권성민 PD는 이러한 정보 공개 방식을 콘솔 게임의 튜토리얼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모든 규칙을 한꺼번에 알려주기보다 기본적인 행동을 먼저 경험하게 한 뒤 새로운 기능과 과제를 차례로 제시하면, 출연자와 시청자가 게임의 구조를 함께 익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김세익 연구원도 ‘게임의 규칙’이 해당 예능 콘텐츠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시청자 몰입의 전제이자 토대라고 말한다. 타겟 대부분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참가자들이 다양하게 공략할 수 있는 여러 지점들을 포함할 만큼 기능성과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봤다.
선택을 흔드는 관계와 감정

자원과 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관계는 고정되지 않는다. 모두 자신만의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며 게임에 임하기 때문이다. 블루 팀의 지니(이지나)와 피트(이수민), 화이트 팀의 루나(박세승)와 레아(신혜원), 레드 팀의 마이야르(승우아빠)와 동키(박철현) 등은 그렇게 달라지는 사람들 사이의 선택과 결과를 보여준다.
지니는 시즌 1에서의 개인주의적인 성향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집단으로 하는 낯선 플레이에 나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팀에 융화된 것. 그러나 5화에서의 전쟁 이후 라이프가 소진된 상황 속 압박감을 느낀 피트가 소금과 함께 탈락시키자,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며 여운을 남겼다.
루나는 6화에서 화이트의 리더로서 다른 팀원을 살리기 위해 대신 희생했다. 자신이 지향하는 ‘실리’ 대신 ‘의미’를 추구한 것. 이를 지켜본 레아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고, 루나가 원 소속인 골드 팀으로 돌아간 뒤에도 긴밀한 교류를 이어 갔다. 단순한 생존이나 경쟁의 문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드러난 순간이다.
동키는 8화에서 자신이 블랙의 협력자였다는 사실과 그간의 행동을 털어놓는다. 마이야르는 이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블랙과 레드 사이에서 동키가 느꼈을 딜레마를 안타까워한다.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믿음과 이해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10화에서 한때 같은 편이었던 시선과 루나는 서로 다른 팀이 되어 상대의 입장에 거리감을 느끼고, 전쟁에 신중하던 레아가 자신의 팀을 지키기 위해 괴로움 속에서 이를 수단화하기도 한다.
이들의 선택은 개인의 신념과 공동체의 이익, 생존을 위한 결정과 타인에 대한 신뢰가 늘 같은 방향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또한, 정해진 설정 안에서도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되곤 한다.
이러한 관계와 감정선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도록 권 PD는 편집 과정에서 장면의 배열과 맥락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미 벌어진 사건의 결과를 알고 있는 만큼, 앞선 회차부터 관련 장면을 배치해 시청자가 인물의 선택에 작용한 감정적 동기와 관계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심두보 교수는 이 장르의 재미가 규칙을 이해하고 승자를 예측하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작진이 설계한 질서와 참가자의 즉흥적인 선택 사이에 긴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관과 인간관계가 어긋나는 지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봤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과정은 상식적 잣대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던 시청자의 판단도 흔들 수 있다.
시청을 넘어 게임에 참여하다

한편, 시청자들은 이제 콘텐츠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SNS에 회차별 리뷰를 작성하고, 관련 콘텐츠의 댓글을 통해 출연자들의 선택과 플레이를 논하며 각자의 해석을 나누곤 한다.
최종회 공개 이후에도 결말을 두고 서로 다른 반응이 나왔다. 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사상 코드와 팀, 자원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와 감정’이라며, 서로를 경계하던 사람도 대화를 통해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유튜브 리뷰 영상의 한 댓글은 “사회 실험이기 이전에, 메시지나 교훈을 찾기 이전에 서바이벌”이라고 지적하며, 특정 참가자가 사실상 이길 수 없는 규칙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프로그램을 두고도 출연자들의 관계에서 공동체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시청자가 있는 한편, 게임의 공정성을 기준으로 규칙과 결과를 평가하는 시청자도 있는 것이다. 이는 소감과 의견을 공유하는 데서 나아가, 프로그램 속 게임을 직접 구현해 비시청자들까지도 참여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팬메이드 ‘팩트 땅따먹기’는 9화의 전쟁 장면에서 다뤄졌던 정치·경제, 문화 산업, 일반 상식에 관한 OX 퀴즈를 풀며 각 팀이 전략을 세우고 영토를 넓히는 게임이다. ‘생산 활동 시뮬레이터’에서는 방송에 등장한 미스터리 페이퍼, 페르미 추정, 스토리텔링, 세상의 모든 순서 등 여러 게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문제를 푸는 데 걸린 시간과 정답 여부, 힌트 활용 정도에 따라 평가도 이뤄진다.
방송에 등장한 게임을 재현하거나 관련 앱을 만드는 현상은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권 PD는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AI 기반 개발 도구의 대중화를 꼽았다. 이전에는 게임을 직접 구현하려면 개발 역량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를 실제 콘텐츠로 만드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시청자가 게임의 규칙을 직접 구현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활동 역시 콘텐츠가 확장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 연구원은 시청자가 참가자의 전략을 능동적으로 추론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프로그램 감상을 일종의 ‘참여형 두뇌 게임(Interactive Play)'으로 바꿔준다고 본다. 시청 경험의 종료가 유예되며 커뮤니티나 SNS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메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프로그램으로부터 디지털로 매개된 시청자들의 거대한 지적 놀이터가 형성된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공론장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게 왜 ‘더 커뮤니티’인지 좀 알겠어요. 저희가 처음에 자원 때문에 싸웠거든요. 근데 마지막 날에 다다를수록 자원은 아무 의미가 없어. 결국 이 커뮤니티 안에서 맺은 사람들의 관계가 선택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비하인드 토크’에서 마이야르(승우아빠)가 밝힌 소감처럼, 게임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결정을 좌우한 것은 생존과 상금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손익을 따지는 계산보다 감정이 앞섰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던 게임은, 불확실한 상황과 서로 다른 신념, 참가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전공 유진희 교수는 전략형 서바이벌 예능이 능력주의와 성과 중심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에 대한 바람도 반영한다고 본다. 현실의 경쟁을 닮았기에 불편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역량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시청자를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의 설정 자체가 현실 사회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암시한다.
권 PD 역시,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그 안의 사회 구조를 현실과 연결해 생각하고, 시청자들이 각자의 해석을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가 우려하는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가 줄어들고, 맥락이 제거된 정보만으로 타인을 접하면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이해할 기회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제작진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참가자들이 대화와 정보 공유를 통해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나오는지 지켜보고자 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할 장이 마련되었고, 그에 대한 시청자의 논의가 매 방송이 끝날 때마다 이어졌으며, 프로그램에서 착안한 논쟁과 놀이를 직접 꾸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처럼 <더 커뮤니티 2>는 게임 안에 작은 사회를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현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논의하는 하나의 공론장으로써 기능했다.
오는 11월 10일 공개되는 <데블스 플랜: 데드 어게인>은 전략형 서바이벌의 또 다른 흐름을 살펴볼 기회다. 앞선 시리즈에 출연했던 장동민, 홍진호, 오현민, 하석진, 정현규를 비롯해 서출구, 유리사, 신동, 현경렬, 재재 등 새로운 얼굴들이 다시 게임에 뛰어든다. 참가자들은 또 어떤 전략을 세우고, 관계를 맺으며, 어떤 선택으로 판을 바꿀까. 다음 작품이 보여줄 새로운 플레이에도 시선이 향한다.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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