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디젤 가격 급등에 한시적 수출 금지 검토
당장은 일부 지역의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국제 가격 상승과 정유시설 감산으로 오히려 부담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디젤 가격 급등에 한시적 수출 금지 검토
당장은 일부 지역의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국제 가격 상승과 정유시설 감산으로 오히려 부담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유정 에디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디젤 가격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트럼프 행정부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한시적으로 디젤 수출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디젤 수출을 중단하자고 말했다. 우리는 디젤을 많이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일반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종의 연결된 흐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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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거래되는 디젤의 약 5분의 1을 수출한다. 미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일부 지역의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국제 디젤 가격과 물류비가 올라 수입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젤값 급등에 수출 금지 검토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공화당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디젤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요구해온 의원 상당수는 농업 비중이 큰 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아이오와주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19일 소셜미디어에 “높은 디젤 가격이 농민들의 소득을 갉아먹고 있다”고 썼다. 알래스카주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도 22일 디젤 가격이 “정말 너무 터무니없이 높다”며 이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디젤 평균 가격은 22일 갤런당 약 6.53달러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평균보다 최소 90센트 높고, 전쟁 직전 평균인 3.75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올랐다.
디젤은 대형 농기계와 산업용 기계, 트럭과 열차 등의 연료로 쓰인다. 디젤 가격이 오르면 상품 운송비도 함께 올라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억제하려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행정부가 디젤 수출 금지가 “미국의 전체 정제 능력을 고려했을 때 실행 가능한지, 전면 또는 부분 금지가 효과가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출을 금지할지, 시행한다면 언제부터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6일 CBS뉴스에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출 금지, 효과는 빠르지만 일시적일 것”
미국은 세계 최대 디젤 생산·수출국 중 하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정유시설에서는 디젤과 가정용 난방유 등을 포함한 증류연료유를 하루 약 530만 배럴 생산한다. 이 가운데 디젤 수출량은 하루 약 150만 배럴이다.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거래되는 하루 약 800만 배럴의 20%에 육박한다.
디젤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미국 내 가격도 세계 수급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가격 급등은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으로 생긴 생산·운송 차질과 관련돼 있다.
디젤 수출 금지를 요구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수출을 제한하면 자국 소비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테네시주의 팀 버쳇 하원의원은 지난주 디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수출통제 법안을 발의했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도 디젤 수출 금지를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진은 22일 보고서에서 수출 금지가 “해결할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출을 막으면 걸프 연안과 중서부에서는 디젤 가격이 거의 확실하게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부 해안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연구진은 “국제 디젤 가격이 오르고 내륙 지역의 공급을 해안 지역으로 충분히 빠르게 운송할 수 없다면, 이 지역에서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젤 가격 상승의 여파로 식료품값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개럿 골딩 부총재보는 21일 소셜미디어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수출을 막으면 당장은 미국 내 디젤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세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줄면서 국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른 가격은 다시 미국 동부 해안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서부 해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시설의 가동률도 낮아질 수 있다. 수출길이 막히면 남는 디젤이 저장시설에 쌓이고, 결국 정유업체가 원유 처리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골딩 부총재보는 이렇게 되면 휘발유와 항공유 등 다른 석유제품의 생산도 함께 감소하며 “이는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석유협회(API)도 수출 금지에 반대했다. 마이크 소머스 API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행정부가 부담을 덜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정제 부문의 어려움을 키우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공화당 내 이견
공화당 내부에서도 디젤 수출 금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산유주 의원들은 수출을 막으면 지역 생산업체의 판매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한다.
미국 최대 산유주인 텍사스주의 존 코닌 상원의원은 수출 금지를 “눈속임”이라고 했다. 코닌 의원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상원을 떠날 예정이다. 또 다른 주요 산유주인 알래스카주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머카우스키 의원은 더힐에 “우리는 글로벌 공급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조치를 취해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우스다코타주의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수출 금지를 대신할 다른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동을 멈춘 정유시설을 다시 돌리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라운즈 의원은 더힐에 “지금 더 큰 문제는, 내가 이해하기로는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환경 규제로 이미 정유시설 두 곳을 더 잃었다는 것”이라며 “나는 그 시설들을 다시 가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료비 상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생활비 문제에 해법을 내놓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로이터의 에너지 칼럼니스트 론 부소는 이런 상황을 두고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단기 처방’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 Chad de Guzman, Reporter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