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후티 제압 애먹는 사우디에 공중급유기 지원

영국이 사우디에 공중급유기를 지원해 후티 공세에 대응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불안에 따른 에너지값 상승을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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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후티 제압 애먹는 사우디에 공중급유기 지원
15일(현지시간) 예멘 북동부 알자우프에서 후티 반군이 공격했다고 주장한 사우디 지원 예멘 정부군 측 군용 차량이 불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영국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맞서 싸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 영국 정부는 사우디의 방어 작전을 돕고, 홍해 긴장 고조에 따른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과 연료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루크 폴러드 영국 국방장관은 22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긴장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공군(RAF)의 보이저(Voyager) 공중급유기를 사우디에 배치하는 것은 “순전히 방어적 목적”이라며 “홍해에서 추가 확전이 일어나 연료 가격이 더 오르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지원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교전이 수주간 이어진 뒤 나왔다. 이 충돌로 예멘 내전의 4년간 비공식 휴전이 사실상 깨졌다. 후티는 홍해 연안을 따라 빠르게 세력을 넓히며 아시아와 유럽을 홍해·수에즈운하로 연결하는 핵심 해상 요충지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이미 운항 차질을 빚고 있다. 바브엘만데브까지 봉쇄될 경우 국제 원유와 연료 가격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폴러드 부장관은 “상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우리 무역의 상당 부분이 그 지역을 통과한다”며 “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영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이 사우디의 지원 요청에 응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앤디 번햄 영국 총리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가는 길에 기자들에게 “국내 생활비 부담”을 지원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했다. 그는 “영국과 더 넓은 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햄 총리는 “지원은 기간이 정해진 합의이며, 우리가 제공할 지원은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는 번햄 총리가 7월 취임한 뒤 처음 내린 해외 군사 배치 결정이다. 다만 영국과 사우디는 오랜 군사 동맹 관계를 맺어 왔다.

일단 공중급유기 지원

영국 국방부는 이날 “사우디의 방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RAF 보이저 공중급유기 1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이저는 전투기 등 항공기에 비행 중 연료를 공급해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을 늘리는 전략 지원 항공기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안보학 선임강사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보이저는 사우디 공군이 한 차례 출격한 뒤 기지로 돌아가지 않고도 예멘 상공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표적 타격 작전의 속도를 높이고, 지상 상황 변화에 더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폴러드 부장관에 따르면 보이저는 영국 공군의 키프로스 기지에서 운용된다. 이 기지는 올해 초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됐던 곳이다. 보이저는 사우디가 운용하는 영국제 타이푼 전투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폴러드 부장관은 “이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뿐 아니라 예멘공화국도 공격해 온 후티에 맞서는 사우디의 방어 작전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크리그는 영국이 전 세계 해상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역할을 역사적으로 해왔다며,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홍해 긴장을 낮추려는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단지 이 지역의 파트너를 돕는 것이 아니다”며 “후티가 바브엘만데브를 장악하는 것은 영국이 용인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우리 자신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에 대한 전통적 의존도를 낮추고 양자 안보 관계를 강화하려는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에 작은 성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가 매우 오랫동안 겪지 못했던 최악의 안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걸프 국가들은 파키스탄·사우디·튀르키예가 8월 체결한 메카 협정 같은 여러 합의를 통해 기존 미국 역량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며 “영국은 친구가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로 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英·사우디 100년 동맹

영국과 사우디의 동맹은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그는 “매우 오래되고 전략적인 협력 관계”라며 “현 사우디 왕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영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고, 해상 항로와 아라비아 지역의 많은 영토를 통제하고 있었다. 남예멘도 그중 하나였다”고 했다.

영국은 1927년 제다 조약을 통해 사우디의 독립 영토를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 중 하나였다. 이 조약은 1932년 현대 사우디아라비아가 성립하기 전, 신생 왕국의 국경을 굳히는 데 기여했다.

영국은 2015년부터 2022년 휴전까지 후티 반군에 맞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군사 작전을 지원했다. 영국 무기거래반대운동(CAAT)에 따르면 2015년 3월 폭격 작전 개시부터 2022년 4월 휴전까지 영국의 대(對)사우디 무기 수출 허가액은 약 94억 달러였다.

서식스대 국제관계학 조교수 데이비드 웨어링은 “사우디 왕국의 주요 서방 후원자는 미국과 영국”이라며 “영국과 미국 입장에서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거대한 원천인 석유와 가스가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티는 2023년 말부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과 관련됐다고 주장한 화물선을 겨냥해 홍해 항로를 교란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2024년 1월 예멘 내 후티 목표물을 공동 타격했다. 영국 정부는 2025년 4월에도 미국과 함께 예멘의 후티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영국은 올해 3월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해 사우디를 방어하기 위해 중거리 방공미사일 체계 ‘스카이 세이버’를 배치했다.

영국 정부의 ‘2025 전략수출통제 연례보고서’는 사우디와의 군사 관계를 “오랜 기간 지속된” 협력 관계라고 규정했다. 영국은 사우디에 타이푼·토네이도·호크 항공기, 기뢰대항함, 관련 탄약과 인프라, 군수·인력 지원 패키지 등을 제공해 왔다.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는 2025년 보고서에서 사우디가 항공 부문 매출 기준 최대 고객이라고 밝혔다.

프랑스·파키스탄·이집트는 규탄 성명만

사우디는 후티의 공세를 막기 위해 동맹국들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파키스탄·이집트는 후티의 사우디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지만, 사우디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로부터 후티 반군을 타격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후티 타격을 검토했지만 결국 실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백악관에 논평을 요청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후티를 아직 타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복잡한” 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미국은 항상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할 것이며, 양국은 그렇게 하기로 한 합의가 있기 때문에 사우디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체결돼 양국의 경제·국방 협력을 심화한 미·사우디 경제·국방 파트너십을 언급한 것이다.

후티 장악 땐 ‘희망봉 우회’ 가능성

세계 에너지 공급은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갈수록 압박을 받고 있다. 이란은 분쟁 이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력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후티는 최근 수주 동안 예멘 항구도시 모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위치한 전략 요충지 페림섬을 장악했다. 후티가 해협 통제권을 확보할 경우 선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해야 할 수 있다. 항로가 길어지고 운송비도 늘어난다.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제품 물량은 올해 초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항로로 부상하며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수송량은 2026년 1분기 560만 배럴에서 2분기 810만 배럴로 늘었다.

하지만 후티의 위협 탓에 최근 통항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원자재 데이터·분석업체 케플러(Kpler)가 타임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9월 15일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한 선박은 약 34척으로, 7월 15일의 약 53척보다 줄었다.

후티 대변인은 9월 11일 “사우디 선박을 제외하면 이 수로는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해운업계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번햄 총리와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군사 지원의 배경으로 국내 경제 충격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26년 7월부터 8월까지 리터당 9.1펜스(약 164.7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폭은 0.3펜스였다.

웨어링 교수는 원유가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한 지역의 공급 차질도 전 세계 기준유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고, 이 비용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스라고 부르고 영국에서 페트롤이라고 부르는 연료 가격이 오르면, 화물차가 얼마나 많은 상품을 시장으로 운반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운송·도로 물류·에너지·각종 산업 생산과 소비재 가격 등 모든 것의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석유는 세계 경제의 생명줄”이라며 “공급을 제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은 높아지고 모든 부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심장이 멎어 혈액이 갑자기 온몸으로 돌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글 Tiago Ventura

한국어판 편집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How the U.K. Is Supporting Saudi Arabia In Its Fight Against the Hou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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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덕

문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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