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AI 리더십 없어” 前 의장의 호소, 이해진이 16개월만에 낸 답은
이해진 의장이 젠슨 황과 손 잡았다. 100억 달러를 조달하고, GW급 데이터센터도 짓기로 했다. 네이버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탈락을 만회하는 모양새다. 이 의장은 “아시아 확장”까지 말하지만, 뒷맛은 여전하다.
“네이버에 AI 리더십 없어” 前 의장의 호소, 이해진이 16개월만에 낸 답은
이해진 의장이 젠슨 황과 손 잡았다. 100억 달러를 조달하고, GW급 데이터센터도 짓기로 했다. 네이버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탈락을 만회하는 모양새다. 이 의장은 “아시아 확장”까지 말하지만, 뒷맛은 여전하다.

문상덕 에디터

2025년 초,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이해진 창업자를 만났다. 당시 변 회장은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만난 자리에서 그는 두 가지를 짚었다. “지금 네이버에 AI 리더십이 없다”, 그리고 “경영진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 딥시크가 세계 AI 시장을 흔든 직후였다. 이해진은 그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의장으로 돌아왔다. 8년 만이었다.
복귀 이후 16개월이 지났다. 성적표는 두 장이다.
실패의 목록
복귀 첫날부터 조짐이 있었다. 그날 주총장에서 주주들은 “주변에 네이버 AI를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네이버는 무슨 발표를 해도, 심지어 창업자 복귀 소식에도 주가에 변화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해진은 “젊은 리더들이 과감하게 시도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결과는 반대로 갔다. 이듬해 1월 15일 네이버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국가대표 선발에서 탈락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독자 모델이 아니었다는 게 이유였다. 자체 개발했다는 비전 인코더가 알리바바 ‘큐웬(Qwen) 2.5’의 사전학습 가중치를 그대로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전 인코더는 이미지·영상, 음성 데이터를 숫자 값으로 변환해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모듈이다. 텍스트만 처리하는 거대언어모델(LLM)에 붙은 ‘눈’과 ‘귀’에 해당한다.
탈락 이틀 전, 가중치를 초기화했느냐는 질문에 회사는 “인코더 가중치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의 항복이었다.
석 달 뒤인 4월 9일, 네이버는 클로바X와 검색형 AI ‘큐’를 접었다. 국내 생성형 AI 이용자 중 클로바X 경험자는 2.0%, 챗GPT는 41.8%였다. 그사이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전무를 비롯한 AI 핵심 인력이 잇따라 회사를 떠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판교에선 네이버의 AI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재도전 여부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탈락 9개월 전 “외국산을 들여와서 상표를 우리 것을 붙인다는 것은 언어도단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그 논리로 탈락했다.
이해진 의장의 말 역시 짧았다. 탈락 직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 의장에게 기자들이 소회를 묻자 잠시 침묵한 뒤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가능성의 목록
그리고 7개월 뒤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이 의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사옥을 찾아 젠슨 황 대표와 마주했다. 이날 두 사람은 엔비디아가 네이버 신주 약 724만 주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네이버가 2008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22년 만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분 4.5%를 확보하는 엔비디아는 국민연금(9.25%), 블랙록(6.12%)에 이어 네이버의 3대 주주가 된다. 여기에 캐나다의 투자사 브룩필드에서 네이버의 GPU, 데이터센터 투자에 90억 달러를 대기로 했다. 합쳐서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 27일 주가는 장중 13%까지 뛰었다.
이해진 의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부 주재 ‘K-AI 서밋’에서 “네이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굉장히 큰 변화의 계기”라고 말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모델의 국적이 아닌, 인프라의 국적에서 ‘소버린 AI’를 찾게 된 것이다. 양사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를 확장해 당장 내년 상반기 55MW급 AI팩토리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팩토리는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할 뿐 아니라,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각종 AI 서
비스 수요를 소화한단 점에서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르다. 양사는 이를 2028년 200MW, 궁극적으로 1GW급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이렇게 확보한 인프라는 GPUaaS(GPU as a Service), 그러니까 GPU 임대 서비스에 쓰게 된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데이터센터에 GPU를 미리 깔아두고, 기업이 필요한 물량만 필요한 기간만 할당받아 쓴 만큼 요금을 내는 구조다. GPUaaS의 성패는 속도에서 갈린다. 통상 GPU를 확보한 뒤 랙 설치, 전력·냉각 배분, 네트워크 구성, 장애 대응 체계까지 완비하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GPU 확보에서 서비스 개시까지 1개월 이내로 구현한단 점을 자사 경쟁력으로 꼽아왔다.
이미 수익을 내는 사업이기도 하다.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에 2년간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자사 인프라를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 임대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젠슨 황 대표가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을 찾았을 당시 이해진 의장은 “(엔비디아도) 향후 급격하게 늘어날 시장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할 것으로 보고 향후 아시아쪽으로도 AI 팩토리를 확장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고객사에서 파트너사가 되기까지 과정도 숨가빴다. 네이버 경영진이 캐나다 토론토의 브룩필드 본사를 찾은 것은 불과 나흘 전인 7월 20일이었다. 브룩필드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지분 투자를 이끌어 낸 데는 나흘이 걸렸다. 지난 6월 서울에서의 ‘삼겹살 회동’부터 역산하면 7주가 걸린 셈이다.
다시 그 두 문장으로
변대규가 짚은 두 문제 중 하나는 답이 나왔다. 실패는 이해진이 복귀한 뒤에 벌어졌고, 그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우회로를 찾았다. 모델로 증명하지 못한 AI 리더십을 자본과 전력으로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다.
변대규는 2026년 3월 주총을 끝으로 이사회를 떠났다. 그 자리는 김희철 CFO가 채웠다. 이사회에서 기술 이력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 나가고 재무 책임자가 들어온 것이다. 그 답이 맞았는지는 2027년 세종의 첫 55MW가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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