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원 출신 하원의원, 美민주당 판 흔든다
크로우 하원의원은 대통령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 맞서고 있다. “유권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원한다”는 그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당의 새 얼굴을 찾고 있다.
공수부대원 출신 하원의원, 美민주당 판 흔든다
크로우 하원의원은 대통령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 맞서고 있다. “유권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원한다”는 그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당의 새 얼굴을 찾고 있다.

문상덕 에디터

제이슨 크로우 미 하원의원이 영상을 공개한 직후 살해 협박이 쏟아졌다.
지난해 11월 크로우 의원은 군과 정보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명령은 따를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영상을 제작했다. 전직 CIA 분석관인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 등 안보분야 경력을 지닌 민주당 의원 5명과 함께 했다. 크로우 의원은 영상을 올린 배경으로 “트럼프는 시위대에 대한 총기 사용을 거론했고, 국내 도시에 주 방위군을 동원했으며, 투표소에 군 병력 배치를 언급한 바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당 의원들을 체포해 반역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그들을 교수형에 처하라, 조지 워싱턴도 그렇게 했을 것”이란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 워싱턴 연방 대배심(검찰 기소가 타당한지 시민 배심원단이 먼저 심사하는 제도)은 법무부의 기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크로우 의원은 트럼프의 대응이 가족의 안전을 위협했다며 강하게 분노했다. 육군 레인저 출신인 그는 지난 6월 인터뷰에서 “나는 참호에 앉아 수류탄이 날아오는 걸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맞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WHY WE WROTE THIS
미국 민주당도 노선투쟁을 겪고 있다. 다만 한국 민주당보다 결이 많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등 민주사회주의자, 해리스·오바마로 상징되는 전통 지도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중도·온건파, 그리고 법치·안보를 내세운 ‘스트리트 파이터들’이 경합한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잡는 계파가 다음 대선의 주도권을 쥔다.
영상 논란은 크로우를 미국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그는 2019년 하원의원 초선 시절 트럼프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으며 이름을 처음 알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는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 영입 작업을 주도하며 군 출신 등 안보 경력을 지닌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크로우 의원은 이번 선거를 민주당이 국가안보 이슈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단 걸 보여줄 기회로 보고 있다. 아울러 물가와 부패 문제를 중심으로 공화당을 공격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는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거나 기존 틀을 복원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유권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오는 11월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크로우는 정보위원회에서 핵심 인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2028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경우 내각 후보군에도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콜로라도주 연방상원위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선 도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탄핵과 이란
그의 정치적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참전용사이자 변호사 출신이었던 그의 경력으로 공화당 중진 의원과 맞서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당시 반(反) 트럼프 정서를 탄 그는 11%포인트 차로 상대 후보를 눌렀다.
그는 트럼프에 맞서는 동시에, 워싱턴 정치에 맞서기로 했다. 선거 당시부터 “워싱턴 기성 지도부와 결별하고, 참전용사 세대가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열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그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더라도 낸시 펠로시를 하원의장으로 지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19년 1월 하원의장 선출 때 그는 실제로 펠로시 대신 같은 참전용사 출신이었던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이후 2019년 9월 트럼프 탄핵이 추진되자 펠로시는 그를 호출했다. 크로우는 “교장실에 불려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안을 비교적 중립적인 어조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고, 하원 탄핵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 시기에도 신변 위협은 이어졌다. 자택에는 무장 경비가 배치됐고, 자녀들도 경호를 받으며 등하교 해야 했다. 지난해 영상을 게재한 이후에도 유사한 위협이 이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 영입하기
현재 크로우는 하원 정보위원회와 군사위원회 산하 정보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핵심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를 겨냥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총격 사건 조사에도 참여했다. 또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과 함께 이란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 표결을 이끌어 하원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정치적 자산은 ‘후보 영입’이다. 한국 정당의 선대위 격인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전국 주요 경합 지역 후보 발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트리트 파이터형’ 후보를 선호한다.
일례로 그가 영입한 전 해병대 교관 조애나 멘도자는 “군 복무 서약은 끝나지 않았다”며 애리조나 접전 지역에 출마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 지도부와 그의 선택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당내에서는 그의 전략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수잔 델베네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 의장은 “유권자들은 이념보다 지역을 위해 싸우는 인물을 원한다”며 “크로우의 후보 발굴과 지원은 다수당 탈환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크로우의 전략이 성공하면, 그가 발굴한 신진 의원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하게 된다.
그는 “내겐 반골 기질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알잖나, 선거에서 이기면 그들(당 지도부)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Philip Elliott, Senior Correspondent
편집 문상덕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