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여당 내전’…“인내심 바닥” 백악관, “표 없다”는 상원 대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등록 요건을 강화한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53석으론 60표도, 필리버스터를 끝낼 당내 51표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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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여당 내전’…“인내심 바닥” 백악관, “표 없다”는 상원 대표
29일(현지시간) 존 튠(가운데)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오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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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면 트럼프 2기의 관세·이민 정책 추진력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그러면 한국 수출 기업의 관세 방정식도 달라진다.

대통령과 상원 다수당 대표 사이에는 태생적 긴장이 있다. 조지 W. 부시와 그의 참모진은 2004년, 톰 대슐을 1952년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상원 대표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같은 해 상원에 입성한 버락 오바마는 대슐의 수석 보좌관을 자기 사람으로 데려갔고, 해리 리드와는 정중하되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리드는 오바마를 “피부색이 밝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며 “본인이 원할 때가 아니면 흑인 특유의 말투도 쓰지 않는” 인물이라고 ‘칭찬’한 사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치 매코널을 “늙은 까마귀”라 조롱했다. 척 슈머는 트럼프와의 참담한 TV 토론 직후 델라웨어의 해변 별장으로 차를 몰고 가, 조 바이든에게 당을 위해 재선 도전을 접으라고 통보했다.

트럼프와 현직 카운터파트 존 튠의 관계도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그에게도 안 좋은 일이고, 공화당에도 안 좋은 일이다. 표는 있다. 처리해야 한다.”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원에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투표 제한 법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평소 화법에 견주면 가벼운 핀잔이다. 그러나 이 한마디는 두 공화당 인사 사이의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두 사람은 트럼프의 최근 집착, 즉 미국인의 투표 방식을 바꾸겠단 법안을 놓고 대치 중이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이 상원에서는 표가 모자라며, 통과를 쉽게 하기 위해 규칙을 바꿀 뜻도 없다는 것이 튠의 일관된 입장이다. 요컨대 실패가 예정된 일에 시간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과를 낼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이번 주 튠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SAVE 미국 법안=정식 명칭은 ‘미국 유권자 자격 보호법’. 유권자 등록 시 여권·출생증명서 등 시민권 증명 서류 제출과 투표 시 사진,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각 주에서 유권자 명부를 국토안보부에 제출해 비시민권자를 걸러내도록 하고, 서류가 미비한 유권자를 등록시킨 선거 공무원은 최대 5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했으나, 시민권 서류를 즉시 제시할 수 없는 유권자가 210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과 함께 민주당이 ‘투표권 박탈법’이라 반발해 상원에서 교착 상태다.)

필리버스터 정족수

상원은 8월 휴회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 법안, 선거일까지 정부 문을 열어둘 임시 예산안, 온갖 항목을 묶은 예산조정 법안, 그리고 다수의 인준안이 쌓여 있다. 29일엔 인준이 위태로웠던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도 상원 본회의 표결까지 갈 길이 조금 열린 듯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의 투표 법안, ‘SAVE 미국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키기 전까지 휴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는 정족수를 60표에서 51표로 낮추라고 상원 지도부에 요구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의석의 과반을 넘는 53석을 차지하고 있다.

“존 튠은 SAVE 미국 법을 통과시키기 전까지, 아니 그보다 훨씬 좋은 방법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내기 전까지 미국 상원이 ‘워싱턴을 떠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하면 공화당은 꿈꿔온 모든 것을 신속히 통과시킬 수 있다. 완전하고 깊이 있는 SAVE 미국 법, 예산안, 그리고 다가오는 부채한도 재앙, 1929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어 썼다. “멍청한 민주당(Dumocrats)은 집권 첫날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공화당 상원 지도부를 만난 자신들의 행운을 믿지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한 튠의 응답은 정중한 묵살이었다.

“결과를, 실제로 성과를 얻는 것이 목표라면 크리스마스까지도 여기 있을 수 있다.” 튠은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다.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공화당은 입법 필리버스터를 없애지 않는다.”

(※상원의 ‘핵 옵션’=미국 상원에서 법안을 표결에 부치려면 토론 종결에 60표가 필요한데, 이는 헌법이 아니라 상원 내부 규칙이어서 과반이 마음먹으면 과반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우회 절차를 ‘핵 옵션’이라 부르며, 2013년 민주당 해리 리드가 52대 48로 인사 인준 문턱을 낮춘 것이 첫 사례다. 공화당은 현재 53석으로 60표에 못 미치지만, 규칙 변경에 필요한 51표조차 당내 반대로 모이지 않는 상황이다.)

“표가 없다”

의사당의 신경은 곤두서 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튠에게서도 짜증의 조짐이 보인다. “이게 어떻게 끝나는지 보여달라. 승리의 청사진이 무엇인가.”

백악관은 이미 공화당 상원의원 20명 가까이를 불러 필리버스터 폐기를 직접 압박했다. 의회의 한 고위 공화당 보좌진에 따르면, 면담에 응한 20명 가운데 15명이 백악관 참모진에게 이 신성불가침의 의사진행 방해 장치를 손대는 데는 반대한다고 그 자리에서 못 박았다.

“이건 열려 있는 질문이 아니다. 그저 사실이고,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튠은 말했다.

이에 백악관이 순순히 수긍하진 않고 있다. 지난주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SAVE 미국 법의 상원 통과와 관련해 트럼프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도화선에는 양쪽 끝에서 불이 붙어 있다.

상원의 맷집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달리, 상원 공화당은 트럼프주의가 결국 하나의 ‘시대’로 끝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생각이 같다. 하원 수장을 뽑는 선거와 달리, 상원 지도부 선거는 비밀투표로 치러지므로 트럼프의 변덕을 거스를 위험도 적다. 게다가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한 번의 표결에 흔들리지 않을 여유가 그만큼 더 있다.

무엇보다 법안 통과를 위해 규칙을 바꾸는 걸 ‘나쁜 정치’로 여긴다. 공화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민주당에 상원 다수당을 넘겨줄 수도 있다. “선거 99일 전에 대통령을 실망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유권자들까지 실망시키는 건 나쁜 생각으로 보인다.” 한때 튠의 자리를 노렸던 텍사스의 존 코닌 상원의원의 말이다. 그는 올해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에게 예비선거에서 패했다.

그 결과 상원 공화당은 하원 동료들보다 트럼프의 압박에 더 단단히 맞서고 있다. 그리고 상원 다수당 대표와 대통령 사이의 폭풍이 커지고 있음에도, 튠 자신은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공유된 현실 인식이다.

코닌의 진단은 직설적이었다. 상원은 “소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여기 앉아 있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상원 공화당 협의체는 의원들에게 메모를 돌리고 있다. 8월에 워싱턴에 남아 있는 것이 판세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럴 만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내용이다.

“회기를 이어간다고 표가 더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 그리고 우리는 11월에 민주당을 이기기 위해 지역구에서 할 일이 있다.” 메모는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권한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표를 압박하는 일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글 Philip Elliott, Senior Correspondent

편집 문상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John Thune Isn’t Bowing to Trump’s Pressure: ‘Show Me How This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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