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뒤 검찰청이 사라진다… 野 “거부권” vs 靑 “국회 판단 존중”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없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0월 2일 시행된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야권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개 촉구했다. 다만 청와대가 이미 “국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르면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野 “법치주의 사망 선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3일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개정안을 “범죄자에게만 더 좋은 법”이라고 규정하며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거부권 행사를 거부한다면 재판 재개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탄핵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정부와 민주당을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집권 세력”이라고 비판하며 “공소 기각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뒷거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막대한 변호사비를 들여 지옥과 같은 소송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며 “법 앞의 평등은 사라지고 재산 앞의 불평등만 남는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약자를 무장 해제시키고 죗값을 치르지 않게 만드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대통령의 자기부정”이라고 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언급하며 “국민의 피해는 안중에 없고 본인의 징역을 피하는 데만 혈안이 된 대통령이 있다면 분명 지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
야권이 반대 논거로 앞세우는 사례가 2022년 부산 서면 오피스텔 폭행 사건이다.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으로, 가해자에게는 당초 상해 혐의가 적용됐으나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미수로 혐의가 변경됐다.
피해자 김씨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범죄 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보완수사 덕에 가해자 혐의가 상해에서 강간 등 살인미수로 바뀌었다”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내가 성범죄 피해자임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가해자는 이미 내 곁으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사진과 함께 “숙제를 다 끝냈습니다”라고 SNS에 적자 “지옥에나 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경찰 “형사사법체계의 전환점”
반면 경찰은 이번 개정을 수사 책임의 명확화로 받아들였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라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며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내부적으로도 인력·예산·장비 지원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홍 본부장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해서도 “경찰이 검사에게 법률적 판단과 조언을 요구할 수 있고, 검사도 답변할 의무가 부과됐다”며 “검사는 공소 제기 및 유지자로서 수사기관들을 잘 이끌어 법원에서 판단받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완수사 관련 문제점과 대책을 점검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이 24시간 필리버스터 끝에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석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검사의 일반적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196조가 삭제되면서, 수사 주체는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됐다.
시행일은 10월 2일이다. 이날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게 된다. 이날부터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기록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정하고,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나서는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의 실질적 완결성을 지고,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는 구조다.
보완수사 ‘요구권’은 남았고, 오히려 강화됐다. 현행법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요구에 응하도록 했으나 개정안은 이 문구를 삭제해 강제성을 부여했다. 요구를 받은 경찰은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고, 사정이 있으면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검사가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상급 수사기관이나 다른 수사기관에 요구할 수도 있다.
피해자 보호 장치도 함께 들어갔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면 고소인·피해자뿐 아니라 고발인도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를 위한 사건기록 열람·등사권이 부여됐다. 모든 수사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해야 한다. 공소 기각 사유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에 근거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가 추가됐다. 야권이 “뒷거래”라고 지목한 조항이 이 대목이다.
미국·남미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은 귀국 후 주요 현안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법안은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 여당이 당론으로 처리한 법안인 만큼 이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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