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년 만에 종부세 대폭 손질… 실거주 1주택 낮추고 초고가·비거주는 올린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1주택자 보호 및 초고가·비거주 목적 보유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 4년 만에 종부세 대폭 손질… 실거주 1주택 낮추고 초고가·비거주는 올린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1주택자 보호 및 초고가·비거주 목적 보유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장유정 에디터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대신 주택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줄이는 대신, 비거주 주택과 초고가·다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단계적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재정경제부는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59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이 핵심인 이번 개편안에는 청년 월세·개인형퇴직연금(IRP) 세액공제율 상향 등 민생 지원책도 함께 담겼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몇 채’에서 ‘얼마’로
이번 개편의 핵심은 주택 수 대신 주택가액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같은 값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다주택자 여부에 따라 적용 세율 체계가 달랐지만,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과세표준 구간별 단일세율(0.5~5.0%)이 적용된다.
세율 조정은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부터 시작된다. 과세표준 6억~12억원(시가 약 32억2000만원~44억5000만원) 구간은 내년부터 세율이 현행 1.0%에서 1.3%로 오르고, 1·2주택자의 과세표준 12억~25억원(시가 약 44억5000만원~71억원) 구간은 내년 1.5%를 거쳐 2028년 2.0%까지 인상돼 그때부터 다주택자 세율과 같아진다.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오른다. 1세대 1주택자와 지방 1·2주택자는 60%에서 2027년 70%로,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80%로 각각 인상된다.
기본공제에는 ‘실거주 여부’가 새로운 기준으로 들어왔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액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같은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엔 공제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40억 초고가 주택 겨냥한 세제개편
이런 구조가 겹치면서 가격대별 체감 효과는 엇갈린다. 시가 20억원(공시가격 약 14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은 아예 과세 대상에서 빠지고, 시가 32억원 이하 구간도 세 부담이 소폭 줄어드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반면 시가 40억~50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부터는 공제 확대 효과보다 과세표준 확대 효과가 커지면서 부담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새롭게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는 가구를 약 17만 가구로 추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약 63만명(주택분 54만명·토지분 9만명)의 약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적당히 똘똘한 한 채는 피했다
이번 개편에서 실거주 여부가 핵심 변수로 들어가면서,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등 실거주 수요가 두터운 선호 지역은 세 부담 증가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비켜가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거주 1주택자는 시가 40억원 미만일 경우 대체로 부담이 줄거나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1세대 1주택 중에서 30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부담을 줄였고 40억원 내지는 50억원 상당 주택에 대해서는 정상화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종부세 자체는 시가 20억원부터 부과되지만, 실거주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만한 부담 증가는 이 40억~50억원 구간부터 본격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이 구간에 해당하는 주택은 전체 시장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 개편으로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시가 20억원 이하 주택은 36만 3000호 수준으로, 전체 공동주택 중 상위 2.3%에 해당한다. 반대로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시가 50억원 주택은 상위 0.2%대에 위치한다. 개편이 실거주자를 기준으로 겨냥한 지점은 ‘적당한 고가’가 아니라 ‘진짜 초고가’에 몰려 있다.
다주택 규제의 부작용으로 굳어진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되돌리려던 애초의 취지가 이번 개편만으로는 충분히 살아나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야당 “역대 최악” vs 여당 “신중론”
정부는 이번 개편에 따른 세수 효과를 순액법 기준으로 5년간 약 3조4430억원 증가로 추산했으며, 이 중 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분은 약 2조1815억원으로 집계했다.
발표 직후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3일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호경기로 역대 최대 초과세수를 걷는 정부가 오히려 3조4000억 혈세를 더 걷겠다고 한다”며 “역대 최악의 세제개편안”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 없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세제개편안을 ‘향후 국회의 법안심사 대상으로 제안되는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조세의 기본 원칙은 공정 과세다"라고 밝혔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입법예고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법률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제출 이후에는 재정경제위원회와 조세소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여야 협상에 따라 세율과 공제 기준 등 세부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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