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노선투쟁, 급진 진보파 판정승
상원 다수당 승부처인 미시간 경선에서 민주당 주류가 밀던 온건파 스티븐스가 진보 성향 엘-사이드에게 패하며, 이스라엘·트럼프·기득권 노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분수령을 맞았다.
美민주당 노선투쟁, 급진 진보파 판정승
상원 다수당 승부처인 미시간 경선에서 민주당 주류가 밀던 온건파 스티븐스가 진보 성향 엘-사이드에게 패하며, 이스라엘·트럼프·기득권 노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분수령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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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dul El-Sayed Wins Michigan Senate Primary, Delivering Progressives a Major Battleground Victory
Nik Popli Staff Writer

미시간주 상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압둘 엘-사이드(Abdul El-Sayed, 41)가 중도파 하일리 스티븐스(Haley Stevens, 43) 연방 하원의원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6일(현지시간) 치러진 경선에서 미시간 유권자가 던진 약 150만 표 가운데 엘-사이드는 개표 99% 기준 1만 5000표 안팎의 격차로 앞서며 민주당 상원 후보로 확정됐다.
공중보건 책임자 출신인 엘-사이드는 이번 승리로 민주당 내 급진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미시간 상원 의석은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되찾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방어선으로 꼽힌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에 맞설 상원 주자로 중도 성향의 스티븐스를 공개적으로 밀어왔다. 그의 온건 이미지가 본선에서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엘-사이드 등 급진 진보 진영은 선명한 노선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와 공화당에 맞서려면 기업·기득권과의 거리두기를 분명히 하고, 이스라엘·경제 정책 등에서 기성 지도부와 차별화된 입장을 내야 반(反)트럼프 정서를 최대한 결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배경 탓에 이번 미시간 예비선거는 당내 노선투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
이스라엘 문제
이번 경선에선 민주당의 진로를 놓고 당 주류와 진보파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엘-사이드는 ‘메디케어 포 올’(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억만장자 재산에 연 7% 세율을 매기는 부유세, 부유층과 권력층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경제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포괄적 진보 의제를 선거 기간 동안 내세웠다.
그는 5월 말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내가 그들의 정치 시스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말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내가 ‘그 시스템을 무너뜨리겠다’고 말할 때, 나는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하며 민주당 주류 기득권을 겨냥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번 승리를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기업 이해와 밀착된 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분명한 거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스티븐스는 워싱턴 민주당과의 두터운 인맥, 전형적인 행정부·의회 경력, 미국 제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강조하며 ‘본선 필승 카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는 선거 막판 “미시간을 민주당 주로 지킬 수 있는 후보는 나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경선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세대·이념 갈등이 정면으로 표출된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젊은 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측 입장에 대한 공감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문제가 선거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엘-사이드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 지지하고,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데 선을 그은 스티븐스를 거세게 비판했다. 또 스티븐스 캠프를 돕는 데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은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계 슈퍼 PAC과의 커넥션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워싱턴의 친이스라엘 로비와 기득권 정치 구조를 함께 겨냥했다.
엘-사이드의 반(反)이스라엘 공세에 스티븐스는 “미시간 유권자 정서와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그는 엘-사이드의 강경 노선이 본선에서 역풍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시간 민주당·무소속 유권자 다수가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이 “도를 넘었다”고 응답했다. 엘-사이드 측은 이를 근거로 “오히려 워싱턴 지도부와 유권자 정서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고 맞받아쳤다.
스티븐스는 7일 새벽 엘-사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하고 그의 본선 도전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이번 경선은 민주당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낱낱이 드러낸 철저하고 엄정한 캠페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예비선거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다수당 승부처
이번 결과는 민주당 상원 지도부에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 민주당은 개리 피터스 상원의원이 떠나는 의석을 지키면서도 다른 접전 주에서 추가 의석을 확보해야 상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어려운 정치 지형에 놓여 있다. 미시간을 잃을 경우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복귀 시나리오가 사실상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소수당 원내대표가 엘-사이드가 아닌 스티븐스를 공개 지지해 온 사실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엘-사이드는 앞서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상원에 입성할 경우 슈머 대신 진보 성향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을 원내 지도부로 세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경선이 끝나자 척 슈머와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DSCC) 위원장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곧바로 엘-사이드 지지 성명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두 사람은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조력자들을 패배시켜 상원을 되찾음으로써 트럼프에게 견제를 가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뭉쳐 있다”며 “11월에 이 의석을 승리로 가져오기 위해 엘-사이드와 미시간 전역의 민주당 인사들과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축전
공화당은 엘-사이드의 민주당 후보 확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의 급진적 진보 의제와 이스라엘 비판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고, 본선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보수 단체들은 수개월 전부터 엘-사이드를 “미시간 유권자에게 맞지 않는 급진파”로 규정하며, 그가 추진하는 부유세·메디케어 포 올·이스라엘 비판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특히 정치 평론가 하산 피커와의 관계를 부각하며 “극단적 진영과의 연대”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공을 들였다.
피커는 과거 “미국은 9·11 테러를 당해도 싸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강한 비판을 받았고,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엘사이드는 예비선거 전날에도 피커와 함께 유세에 나섰고, 공화당은 이를 두고 이념적 극단주의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엘사이드의 승리에 즉각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트루스 소셜에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공산주의자 패배자인 엘-사이드가 사회주의자와의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으며 엘-사이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엘-사이드는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어떤 죽은 독일인의 저작에 충성을 바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며 고전 사회주의 사상과 선을 그었다. 이어 “모두가 그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소규모·지역 단위에서는 자본주의가 자원을 배분하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미국연합(DSA)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스스로는 ‘급진 진보적 자본주의 개혁론자’에 가까운 이념적 위치를 자임하는 셈이다.
이번 결과로 미시간 상원 본선 대진이 확정되면서, 향후 몇 주 동안 미시간 내 무슬림·유대인 공동체가 전국적인 관심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엘-사이드는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첫 무슬림 출신 상원의원이 된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 온 그의 발언은 미시간 유대인 사회 일각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는 특히 디트로이트 인근 한 유대교 회당에 대한 3월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행위를 둘러싼 논쟁과 연결해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폭력 자체는 분명히 규탄하면서도 이 사건을 이스라엘-가자 전쟁의 정치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려는 시도가 유대인 지도자들 사이에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로즈 장학생 출신, 진보 진영 ‘스타’로
엘-사이드는 이미 상당한 전국적 지지층을 가진 인물이다. 로즈 장학생 출신에 컬럼비아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실제 진료보다 공중보건 정책·행정에 경력을 쌓는 길을 택했다. 웨인 카운티 보건국장을 역임했고, 2018년 미시간 주지사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해 전국적 주목을 받았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는 이후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진보 진영의 목소리 있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승리는 그가 언론·평론 영역을 넘어 실제 권력 지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치 행위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한편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전역의 안전한 민주당 지역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진보 성향 후보들이 오랜 기득권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잇따라 예비선거 이변을 일으켰다. 미시간에서도 수요일 민주적 사회주의자 도노번 매키니가 현역 하원의원 슈리 타네다르를 예비선거에서 꺾으며 당내 권력 지형 변화 흐름에 힘을 보탰다.
미시간 상원 경선 구도는 7월 초 말로리 맥머로 주 상원의원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급변했다. 이로써 경선은 기득권 노선을 대표하는 스티븐스와 급진 진보 노선을 앞세운 엘-사이드의 일대일 대결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스티븐스는 슈머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성 민주당 인사들의 지지를 결집하며 ‘정치 엘리트 연합’ 이미지를 강화했다. 엘-사이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진보 진영의 상징적 인사들과 함께 유세에 나서며 ‘반기득권·반워싱턴’ 진영의 중심에 섰다.
막판 몇 주 동안 경선은 점점 더 개인적 공방으로 치달았다. 엘-사이드는 스티븐스를 “실패한 정치 기득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규정하며 외부 슈퍼 PAC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조롱했다. 스티븐스는 엘-사이드가 미시간 유권자보다 전국적 주목을 받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맞받아치며, 그의 접근 방식이 11월 본선에서 민주당 승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 진영에는 이번 미시간 결과가 “민주당이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보다 대결적인 정치 스타일을 수용하는 후보들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 주류에는 “당 예비선거 유권자가 11월 주 전체 본선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권자층과 점점 더 괴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