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나흘 만에 공급 회의, 꺼낼 카드가 없다

비아파트는 서울 아파트 수요를 대체하지 못하고, 국유지는 서울시 손에 있고, 3기 신도시는 아직 삽도 못 뜬 곳이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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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나흘 만에 공급 회의, 
꺼낼 카드가 없다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나흘 새 부동산 회의를 두 번 열었다. 3일 7시간 30분, 7일 6시간이었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공급 없는 증세”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가 공급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3일 부동산·주식시장 점검회의 이후 나흘 만이다. 회의 주제는 대동소이했다. 이 대통령은 1차 회의에서 주택 공급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공급 시기를 앞당길 방안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관계부처 장관과 위원장들이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금융지원 방향, 조기 공급 유도 및 지원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전폭적인 공급 확대와 이에 대한 신속 실행 방안이 폭넓게 개진됐고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기존 사고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전환적으로 판단해서 과감히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했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서두르는 건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이 몰고 온 역풍 때문이다. 비거주·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올리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손보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장 “집값은 공급이 모자라 오르는데 세금부터 올렸다”는 반박이 여야와 학계, 부동산 업계에서 동시에 나왔다. 매물은 잠기고 임대료만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문제는 “전환적인” 대책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정부가 단기 카드로 꺼내 든 비(非)아파트와 매입임대주택은 이미 나와 있던 방안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축인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까지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 호를 공급하고 이 중 6만6000호를 서울·경기 규제지역에 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매입임대는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이라 순증 물량만으로 볼 수 없고, 비아파트는 수도권 집값을 끌어올린 서울 아파트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

전임도, 전전임도 실패

신규 택지를 마련하는 중장기 카드도 녹록찮다. 정부만 결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서다.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그린벨트 일부를 추가 공급 후보지로 지정하고, 과천 경마장과 태릉골프장 등 기존 계획지의 경우엔 사업 속도를 높이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확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발표도 전에 반발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부지는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며 주택 공급에 반대했다. 국유지라 해도 도시계획 변경과 인허가 권한은 서울시가 쥐고 있다.

이미 확보한 택지도 제때 물량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LH가 지난해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 의원실에 제출한 ‘3기 신도시 연도별 입주물량 계획’에 따르면, 3기 신도시 대상지인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인천 계양, 하남 교산의 공공주택 8만7101가구 중 4만8337가구(55.5%)는 2030년 이후 입주 예정이다. 6년 전 택지를 지정하고도 아직 입주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목표를 세운다고 물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3~2027년 인허가 기준 270만 호, 연평균 54만 호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인허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2년 5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30개월간 전국 주택 인허가는 103만4470가구였다. 연환산하면 약 41만4000가구로 연평균 목표의 약 76.6% 수준이다. 인허가를 받고도 3분의 1가량이 삽을 뜨지 못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요구한 “전환적” 판단은 지자체 설득, 민원 등 착공을 막아 온 병목을 어떻게 푸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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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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