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거주·초고가 주택 증세안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여당이 손질을 예고했다. 전·월세 불안과 수도권 민심 이반이 겹치자, 당정은 8월 말까지 보완책을 조율하기로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국회 현안 간담회에서 “최종적으로 8월 말 정도에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전에라도 당정이 조율해 정리하겠다”고 했다. 재정경제부는 9월 초 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제출 전에 정부안을 고치겠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3일 정부는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을 겨냥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이후 나흘 만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여론을 반영해 합리적 범위에서 조정할 뜻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기류는 개편안 발표 직후부터 흔들렸다. 한 정책위의장은 “1주택 비거주 혜택이 축소되는 부분 등에 대해 의견 수렴을 계속하고 있다”며 “서울 지역 의원들의 경우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의견을 주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기존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해 12일 또는 13일 첫 회의를 연다.
국민연금 동원?
여당이 보완론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민심 이반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12곳을 차지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줬다. 인구 100만 명 규모인 성남과 용인에서도 졌다. 전국 성적만 보면 압승이었지만, 수도권 표심은 반대로 움직였다.
11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경고음에 가까웠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43.3%였다. 전주보다 2.6%포인트 내린 취임 후 최저치다. 서울에서는 5.9%포인트 떨어진 36.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원인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 논란을 꼽았다. 정부에선 상위 극소수 주택에만 종부세를 물린다고 했지만, 수도권 유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던 셈이다. 여당 내에서도 이번 개편안이 전세 물량 감소나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 대응도 매끄럽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 공간으로 쓰자고 제안했다가 사흘 만에 사과했다. 황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 “리모델링 비용을 대당 5000만원 정도로 잡아도 1만 세대면 전체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당에선 세제와 공급을 붙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이 대통령이 주재한 두 차례 부동산 회의를 두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주택 공급 속도전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확대 개편한 TF에서도 세제는 물론, 공급과 금융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여당은 1800조 원 규모인 국민연금 적립금의 약 1%, 18조 원을 공공주택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택 공급의 안정적 수익원이 되려면 수익률과 운용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단 점에서 기금 활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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