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하면 의사 기소 못 한다, 사망사고 내도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배상금을 지급하면 환자가 숨진 사고도 기소하지 못하게 했다. 유족 의견은 묻지 않는다.
배상하면 의사 기소 못 한다, 사망사고 내도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배상금을 지급하면 환자가 숨진 사고도 기소하지 못하게 했다. 유족 의견은 묻지 않는다.

장유정 에디터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의사 형사특례로밖에 볼 수 없다.”
“개정법 56조는 위헌성의 집약체.”
박천우 변호사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 이렇게 규정했다. 그는 “개정법이 시행되면 의사는 헌법 위에 존재하게 된다”고도 했다. 개정법은 의사 잘못으로 환자가 숨진 경우에도 배상금을 전액 지급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도록 했다.
박 변호사의 시선은 보건복지부의 신현두 과장을 향했다. 신 과장은 이번 법 개정을 주도했다. 그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며 반박했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려고 하는 행위에 대해 그 과실까지 처벌하면 젊은 의사들은 이 분야를 떠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0일 이소희 국회의원실에서 연 토론회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환자 목소리는 충분했습니까?’에서 맞붙었다. 개정법은 지난 4월 여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5월 27일 시행된다. 의료계의 숙원이던 형사특례는 지난해 12월 “형사처벌과 관련한 특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지 않느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급물살을 탔다. 법조계와 피해자 단체에선 위헌 소지가 크다며 시행 전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발제는 이정민·박천우 변호사와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맡았다. 토론에는 송기민 한양대 교수,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이석배 단국대 교수, 이정헌 국민일보 기자,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신현호 변호사가 참여했다. 좌장은 박호균 변호사가 맡았다. 2시간으로 예정된 토론회는 반박과 재반박,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과 의사단체 관계자의 질의가 이어져 1시간 넘게 길어졌다.
이날 화두는 형사특례 조항인 개정법 제56조였다. ‘위험이 큰 필수의료’를 하다 사고가 나 의사에게 죄가 인정돼도,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면 기소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유족이 처벌을 원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다만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 ‘사고의 내용과 경위를 설명하지 아니한 경우’,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한 경우’는 특례에서 뺐다.
박 변호사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를 막고, 의사에게만 특례를 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9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들었다.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으면 피해자가 크게 다쳐도 기소하지 못하게 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본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돈으로 형사책임을 면하면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잃는다는 점을 위헌 사유로 들었다.
송기민 교수 역시 “합의하면 기소가 안 되니, 돈이 없는 환자는 합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기소를 막지 않고도 부담을 줄일 길이 이미 있다고 했다. 개정법 제55조는 법원이 형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게 해뒀다. 재판은 열리고, 유족은 수사와 재판에 참여해 진술한 뒤, 마지막 양형 단계에서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다른 발제자인 이정민 변호사는 개정법이 문제부터 잘못 짚었다고 했다. 의사들이 형사처벌이 두려워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같은 필수의료를 기피한다는 전제가 자료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연 700건 넘게 기소된다고 주장해 왔지만, 복지부 연구용역에서 확인된 의사 형사판결은 2019~2023년 연평균 34.4건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와 성형외과가 가장 많았고, 소아청소년과는 5년간 7건(이 중 4건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흉부외과는 2건이었다. 이 변호사는 “형사 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기피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위헌까지 갈 정도로 비례 원칙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대한 과실’ 등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 사유를 둔 점, 국민 전체의 건강이라는 공익을 위한 법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방청석의 조용진 강서구의사회 회장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의대생 설문에서 사법 리스크가 기피 요인 1위였다며 “중상이나 사망은 의사가 결정하는 영역이 아니다. 불이 나서 사람이 죽었다고 소방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심사 과정도 문제 삼았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특례법 제정을 서두르라고 언급했고, 한 달 뒤 관련 의원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위헌 소지를 지적했지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는 기소 제한 조항을 두고 오간 질의가 없다고 그는 밝혔다. 같은 시기 시민사회와 예정했던 공청회도 취소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신 과장은 “법무부, 경찰청을 찾아가 설득했다”며 “시민단체나 부처가 강하게 반대하는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대한의료법학회 회장 등을 지낸 신현호 변호사는 개정법이 시행되는 대로 위헌 여부를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원고단이 모이면 바로 위헌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며 “그 전에 국회와 복지부가 결정을 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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