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 관세' 압박에 英, 디지털세 재검토 시사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에 영국이 디지털서비스세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취임한지 한 달 된 버넘 총리는 관계 회복과 세수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100% 관세' 압박에 英, 디지털세 재검토 시사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에 영국이 디지털서비스세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취임한지 한 달 된 버넘 총리는 관계 회복과 세수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장유정 에디터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의 자국 내 매출에 세금을 물려 온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제도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해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7일(현지 시각) 공개된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허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이 디지털세를 유지할 경우 미·영 무역협정을 깨고 실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본지 질의에 “미국의 우려를 논의하고 국제 협력을 도모하는 데 열려 있다”고 했다. 다만 디지털세 폐지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의 디지털서비스세(DST)는 검색엔진·소셜미디어·마켓플레이스 사업자가 영국 사용자를 상대로 올린 매출에 2%를 부과하는 제도다. 구글·메타·아마존 같은 미국 플랫폼 기업이 주된 대상이다. 포르투갈·스페인·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디지털세를 걷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영국이 미국 기업을 “자금줄”로 취급하고 있다며 “더는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영국과의 우호 관계를 언급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세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세가 기업이 영국에서 사업해 얻는 가치에 상응하는 몫을 내도록 하기 위한 잠정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국제적 해법이 마련되면 세금을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디지털세를 비롯한 기술 관련 현안을 교역 상대국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전 이후 냉각된 미·영
영국은 지난해 9월 미국과 ‘기술번영협정(Tech Prosperity Deal)’을 맺었다. 기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투자받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란전 개전 이후 양국 관계는 냉각됐다. 미국은 지난 3월 이란 공습 작전을 위해 영국 군사기지 사용 승인을 요청했지만, 영국은 한 차례 이를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키어 스타머 전 영국 총리를 겨냥해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은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스타머 전 총리가 양국 관계를 망쳤다는 주장도 폈다.
통상 문제도 갈등 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영국이 디지털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6월에는 미국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에 세금을 매기는 모든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 조치가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무역협정을 대체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직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 지도부를 맞은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디지털세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버넘, 대미 관계 복원 나서
지난 7월 취임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영국과의 협상 시한을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통상 정책을 관철하려 하고,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버넘 총리는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고, 2027년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거론되는 맨체스터 방문도 제안했다. 맨체스터는 버넘 총리가 총리 취임 전 시장을 지낸 곳이다.
하지만 디지털세 폐지는 버넘 정부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영국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이 세금으로 24억 파운드(약 32억 달러) 이상의 세수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세 외에도 북해 원유·가스 탐사·시추 면허 발급을 요구해 왔다. 스타머 전 정부는 기후 공약에 따라 원유·가스 개발을 위한 신규 면허 발급을 금지하려 했다. 버넘 총리 취임 하루 전인 7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애버딘 주민들이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며 “새 총리가 북해 석유를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버넘 총리는 북해 신규 탐사·시추 면허 재검토에 대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지난 6월 초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고정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그가 하게 될 일 중 하나는 북해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영국은 꽤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버넘 총리는 디지털세 폐지와 북해 개발 문제 모두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글 Tiago Ventura
편집 장유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U.K. Signals Willingness to Reconsider Digital Services Tax After Trump Tariff Th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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