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젊어졌다, 사람도 젊어질까

2006년 야마나카 신야는 성체 세포를 배아처럼 되돌려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5월 미국에서 iPS 기반 치료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그는 노화 치료가 이제 반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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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젊어졌다, 사람도 젊어질까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성체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처럼 되될리는 iPS 기술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사진=TIME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한 학회를 마친 뒤,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토대 교수는 호텔 바에 들렀다. 긴 하루 끝에 맥주 한잔을 조용히 마시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일본인 사업가 일행이 바에 들어오면서 그의 계획은 틀어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분들이 저를 알아봤습니다.”

과학자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일본에서 야마나카는 예외다. 2006년 성체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처럼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기술을 발표한 그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iPS세포는 피부세포처럼 이미 역할이 정해진 성체 세포를, 심장·신경·혈액 등 여러 세포로 다시 자랄 수 있는 초기 상태로 되돌린 세포다. 이 기술은 발생생물학과 재생의학, 난치병 치료 연구를 바꿔놓았고, 이제는 ‘노화의 역전’과 장수 연구의 핵심 기술로까지 떠올랐다.

올해는 야마나카의 발견 20주년이다. 그의 기술을 토대로 한 치료법도 마침내 환자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최근 교토대 iPS세포연구소·응용센터(CiRA)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의학적 활용이 실제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iRA 설립에 참여했고, 12년간 소장을 지냈다. 현재는 교수와 명예소장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성체 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다

인간 세포는 한 방향으로만 발달한다고 여겨졌다. 배아세포가 피부·근육·신경·혈액 등 각기 다른 세포로 분화하면, 즉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면 다시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일부 동물은 조직이나 팔다리를 재생하지만, 인간 세포의 발달 과정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통설을 뒤집었다. 성체 세포에 특정 유전자 네 개를 도입하면, 세포가 배아와 비슷한 만능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미 정해진 세포의 ‘작동 지침’을 되감아, 다시 여러 선택지를 갖게 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iPS세포는 신체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손상되거나 병든 세포를 새 세포로 대체하는 치료법의 길이 열린 것이다.

최근 연구는 더 나아가 노화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지 않고도 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른바 ‘부분적 재프로그래밍’이다. 세포를 아무 역할도 정해지지 않은 배아 단계까지 완전히 되돌리는 대신, 노화로 떨어진 기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되감는 방식이다. 컴퓨터를 공장 초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느려진 프로그램의 오류를 고쳐 다시 잘 돌아가게 만드는 데 가깝다.

이론대로라면 눈·심장·뇌처럼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장기의 세포를 다시 활발하게 할 수 있다. 노화로 저하된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고,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며, 궁극적으로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야마나카 교수는 “매우 활발한 연구 영역”이라며 “부분적 재프로그래밍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데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접근법”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수명 연장’ 자체보다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 80대와 90대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WHY WE WROTE THIS

노화를 되돌린다는 말은 흔해졌지만, 지금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기술을 처음 만든 과학자에게 직접 물었다.

정형외과 의사에서 기초과학자로

야마나카 교수는 처음부터 과학자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오사카에서 톱날 제조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시계와 라디오를 분해하며 작동 원리를 궁금해했다. 다시 조립하는 데는 종종 실패했지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일찍부터 뚜렷했다. 어린이용 과학잡지를 매달 읽고, 부록으로 딸려온 실험 키트를 직접 다뤘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고베 의대에 진학했고 정형외과 의사가 됐다. 유도와 럭비를 하며 겪었던 부상도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수술실보다 그를 더 끌어당긴 것은 질병의 근원을 밝히는 일이었다. 인체가 어떻게 작동하고, 병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파고드는 기초과학이었다.

야마나카는 오사카시립대에서 약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글래드스톤 연구소에서 연구했다. 그곳에서 생쥐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유전자를 연구했고, 배아줄기세포 배양법을 익혔다. 훗날 iPS세포 발견으로 이어질 토대였다.

1996년 펠로십을 마친 그는 일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경험한 연구 환경과 과학자 공동체가 그리웠다. 연구비를 구하기 어려웠고, 기초과학 연구를 이어갈 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그는 “미국 생활 이후 우울증을 겪었다”며 “과학자로서 한 번은 거의 끝장날 뻔했다”고 회고했다. 임상의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

전환점은 나라과학기술대학원대에서 독립 연구실을 맡을 기회를 얻으면서 찾아왔다. 그는 “매우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의학에 큰 변화를 가져올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줄기세포 연구의 주류는 배아줄기세포를 필요한 성숙 세포로 분화시키는 일이었다. 예컨대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섬세포를 만드는 방식이다. 야마나카는 그 길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반대로 이미 분화가 끝난 성체 세포를 배아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리는 실험에 나섰다.

근거가 없던 도박은 아니었다. 영국 생물학자 존 거든은 1960년대, 분화가 진행된 올챙이 세포에도 새로운 개구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 정보가 남아 있음을 보였다. 세포의 역할은 달라져도 생명체 전체를 만드는 설계도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1996년에는 스코틀랜드 발생학자 이언 윌머트가 성체 체세포로 복제 양 ‘돌리’를 만들었다. 야마나카는 훗날 거든과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

야마나카 연구팀은 배아세포의 특성을 유지하는 유전자를 후보로 추렸다. 병원성을 제거한 바이러스를 유전자 운반체로 활용해 이 유전자들을 성체 세포에 넣었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유전자가 배아세포와 비슷하게 작동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후 24개의 후보 유전자를 차례로 줄여, 마침내 네 개의 인자만으로 성체 세포를 초기화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네 인자는 이후 ‘야마나카 인자’로 불렸다.

처음에는 야마나카 자신도 실험 결과를 믿지 못했다. 동료가 젊은 상태로 돌아간 듯한 생쥐 세포를 보여줬을 때 그는 실수일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하고 또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종류의 성체 생쥐 세포와 인간 세포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반복 검증을 거치면서 연구팀은 확신을 얻었다.

그가 이름 붙인 iPS세포는 당뇨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난치성 질환 치료의 기반 기술이 됐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필요한 세포를 만들어 이식한다면,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면서 손상된 세포를 보완할 가능성도 생긴다.

치료 현장에 들어선 iPS세포

iPS세포 기술이 배아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줄기세포 연구가 부딪혔던 윤리 문제를 상당 부분 피하게 했다. 그러나 야마나카는 인간 iPS세포 제작에 성공한 직후 새로운 윤리적 과제를 떠올렸다고 한다.

“기뻤던 것은 일주일뿐이었습니다. 하나의 윤리적 장벽을 넘었지만, 더 높은 장벽을 새로 만들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iPS세포는 이론적으로 난자와 정자를 포함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생식세포와 배아를 만드는 문제는 개인의 치료를 넘어 미래 세대의 유전적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야마나카는 일본 정부에 윤리 지침 마련을 요청했고, CiRA 연구진에 윤리학자를 참여시켰다. 그는 “과학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논의를 미룰 수 없다”며 “지금부터 논의하고 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2026년 3월 iPS세포 기반 치료법 두 건에 처음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파킨슨병과 심부전 치료가 대상이다. 조건부 승인은 초기 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 가능성을 확인한 치료제에 대해, 추가 임상자료 제출과 사후 검증을 조건으로 제한적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임상시험이 계속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재생의학을 넘어 노화 세포의 기능 회복 가능성까지 연구할 토대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녹내장과 시신경병증으로 손상된 눈 세포를 되살리는 iPS 기반 재프로그래밍 치료가 첫 환자에게 적용됐다. 재생 능력이 제한적인 망막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다. 야마나카 인자 네 개 가운데 세 개를 활용해 노화 세포를 부분적으로 젊게 만들고, 시력 상실을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초기 시도다.

연구자들은 iPS세포로 만든 엑소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가 다른 세포에 신호나 단백질·유전물질 등을 전달할 때 내보내는 미세한 주머니 같은 입자다. 도쿄대 연구진은 iPS세포 유래 엑소좀을 동물과 사람에게 투여해 염증을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만성 염증은 세포 노화를 빠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야마나카는 섣부른 낙관을 경계한다. 재프로그래밍된 세포가 자연적으로 발달한 성체 세포와 기능·안전성 면에서 완전히 같은지, 부분적 재프로그래밍이 장기적으로 어떤 위험을 낳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특히 재프로그래밍에 쓰이는 유전자 중 일부는 종양 형성과 관련될 수 있어, 효율보다 안전성을 우선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는 교토대 CiRA와 글래드스톤 연구소를 오가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프로그래밍이 작동하지 않는 조건, 특정 세포가 왜 젊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자신이 만든 기술의 한계를 규명하는 작업이 노화의 원리를 이해하는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야마나카는 iPS세포 연구를 마라톤에 비유했다. 40대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그는 “지금은 반환점에 도달한 정도”라고 했다.

“반환점에 왔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남은 절반이 더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압니다.”

그는 20년 뒤 더 많은 iPS세포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쓰이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iPS세포 자체를 넘어서는 기술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젊은 세대가 iPS세포가 필요 없을 만큼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내기를 바랍니다.”

글 Alice Park, Senior Correspondent

편집 문상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Shinya Yamanaka Made Cells Young Again. Can That Reverse 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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